일본 팬들이 마련한 ‘장근석 광고 버스’,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야왕> 제작발표회에 기부된 유노윤호 팬들의 쌀 화환, 기자들에게 제공한 맞춤 떡과 손 글씨 편지(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 트리제이컴퍼니, 드리미 제공
드라마 제작발표회 때 선물 돌리고
연예인 이름으로 쌀 기부·신문광고
스타에 편지쓰던 옛 방식과 차별화
팬 연령대 높아지고 자금력도 갖춰
소속사와 불화 땐 든든한 옹호자로
연예인 이름으로 쌀 기부·신문광고
스타에 편지쓰던 옛 방식과 차별화
팬 연령대 높아지고 자금력도 갖춰
소속사와 불화 땐 든든한 옹호자로
새 월화극 <야왕> 제작발표회가 열린 9일 서울 목동의 <에스비에스>(SBS) 사옥을 찾은 기자들을 처음 맞이한 것은 종이봉투였다. 그 안에는 ‘야왕’이란 글씨가 박힌 맞춤 떡과 ‘야왕’ 포스터를 새긴 유에스비(USB), 작은 핸드크림이 담겨 있었다. <야왕>에 출연하는 유노윤호가 “훌륭한 연기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달라”며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도 있었다. 모든 것은 <야왕> 제작사나 에스비에스가 마련한 것이 아니다.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정윤호)의 연합 팬사이트 ‘위시’가 한 일이다.
지난달 17일 경기도 양주의 <문화방송>(MBC) <보고 싶다> 촬영장에서 진행된 주인공 3명 인터뷰 때에도 그랬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유승호 팬카페 ‘톡투유’ 회원들은 귤과 초콜릿, 직접 구운 쿠키를 나눠주며 “좋은 기사”를 부탁했다.
연예인 홍보를 하는 팬클럽들의 활약이 종횡무진이다. 기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예인 이름으로 기부하거나 광고를 하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 스타에게 편지와 선물 공세를 하던 과거의 팬클럽과 달리 열성 홍보팀 구실을 하는 것이다.
배우 장근석의 팬들은 최근 세차례에 걸쳐 <뉴욕 타임스>의 자매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전면 또는 반면 광고를 실었다. “새 시대가 열린다”(A New Era Begins)는 문구와 장근석의 사진이 들어갔다. 장근석의 데뷔 20돌을 맞아 한국·미국·유럽 등 27개국 팬들이 낸 광고다.
소녀시대 팬클럽 ‘소원’ 회원들도 지난해 소녀시대 데뷔 5돌을 맞아 신문 광고를 했다. 팬클럽의 신문 광고는 2009년 소속사와 법적 다툼을 벌인 김준수·김재중·박유천의 팬들이 “그들은 원숭이가 아닙니다”라는 문구로 냈을 때에도 주목을 받았다.
연예인 이름을 단 기부는 이제 일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야왕> 제작발표회에 들어온 기부용 쌀 화환은 모두 20t이다. 유노윤호의 국내외 팬들이 기부한 것이다. 지난해 문화방송의 <닥터진> 제작발표회 때는 김재중 팬들이 쌀 화환 23t을 보내 최대 기부 기록을 세웠다. 배우 현빈의 팬클럽은 지난달 29일 전역 기념 쌀 화환 4.35t을 한 복지센터에 기부했다. 쌀 화환 업체 드리미의 노승구 대표는 “팬클럽이 스타 이름으로 기부하는 쌀 화환의 규모는 지난해 400t에 달했다”고 말했다.
팬클럽 운영자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런 활동은 2000년께부터 시작됐다. 당시 그룹 지오디는 30대 이상의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대의 팬들을 보유했는데, 30대 팬들은 그보다 연소한 팬층과 비교해 자금력과 조직력의 차원이 달랐다. 지오디 팬클럽은 멤버 중 한 명인 박준형에 대한 소속사의 퇴출 방침에 대해 불매운동으로 맞서며 힘을 과시했다. 쌀 화환은 이렇게 조직력이 강화된 팬클럽이 홍보에 눈을 돌리며 2007년에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노승구 대표는 “2007년 8월 신혜성 단독 콘서트에 동남아의 신화 팬들이 처음으로 쌀 화환을 이용하며 시작됐다. 팬들은 자랑삼아 사진을 인터넷 팬사이트에 올렸고, 2010년 한류 붐이 확산되면서 이런 기부 문화가 활성화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활동에는 인터넷이 큰 구실을 했다. 장근석의 소속사 트리제이컴퍼니의 이승로 실장은 “인터넷을 통해 마음을 합할 수 있으니까 공동으로 뭔가를 도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연구해온 미국의 클레이 셔키는 2011년 책 <많아지면 달라진다>에서 이런 현상을 짚었다. 이 책은 미국 가수 조시 그로번의 팬클럽 ‘그로바나이트’가 2002년 그의 21번째 생일을 기념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다 기부를 시작하고 결국 자선단체까지 만든 사례를 소개했다.
팬클럽 간 경쟁도 홍보전을 달군다. 팬클럽 ‘톡투유’의 한 운영자는 “치맛바람 심리”라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이 선생님들한테 ‘우리 아이 잘 봐주세요’라고 하는 심리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보고 싶다>에 유승호와 함께 출연하는 박유천의 팬층이 워낙 두텁다 보니 우리 스타의 기도 살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로 실장은 장근석 팬클럽의 외국 신문 광고에 대해 “국내 팬들이 지하철 광고를 하자 일본 팬들이 명동 일대를 오가는 버스 광고를 진행했고, 이를 본 미국과 유럽 팬들이 주도해 광고가 이뤄졌다. 미국과 유럽 팬들은 ‘우리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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