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동화같은 꿈으로 지은 ‘나무 위의 집’

등록 2013-01-18 19:31수정 2013-07-15 16:27

<수요기획-네 남자의 트리하우스>(KBS)
<수요기획-네 남자의 트리하우스>(KBS)
[토요판] 신소윤의 소소한 TV
엄마는 집에 친구를 데려오는 것을 싫어했다. 나는 집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것이 좋았다. 우리 집 작은 마당이 예뻤다. 봄이면 목련과 장미, 철쭉과 영산홍이 화사하고 여름과 가을이면 무화과와 복숭아가 열매를 맺고 겨울에는 동백꽃이 피었다. 나는 드문드문 빈 땅에 학교 숙제로 옥수수나 강낭콩을 심어 키우기도 했다. 나는 그 마당에서 계절의 변화와 식물의 신비와 곤충이며 지렁이들의 사생활을 엿봤다. 그런 마당을 자랑하고 싶어 친구들을 사시사철 불러들이려 했으나 엄마는 누가 와서 북적이는 걸 불편해했다. 언젠가 내 집이 생기면 좋아하는 사람을 실컷 초대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와 자취 생활을 하면서 우리 집은 친구들의 아지트가 됐다. 동아리 방에 모인 친구들은 2차로 우리 집에 오곤 했다. 별달리 하는 것도 없었다. 음식을 만들어 먹고 집 안을 실컷 어질러놓고 돌아갔다. 친구들이 돌아가고 그 뒤치다꺼리를 하면서 허탈한 마음도 들었다. 엄마는 아마 그런 것이 싫어서 집에 손님을 자주 초대하지 않았을 테지. 그렇지만 나는 누군가 북적이며 채워놓고 간 공기가 주는 포근함이 더 좋았다. 나중에는 알량한 원룸이 아닌 더 큰 집을 구해서 그곳에서 사람들과 먹고 마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 혼자 살 적보다 큰 집으로 옮겨오면서 그 꿈도 차츰 이뤄지리라 기대했다. 책을 샀다. 현실을 생각하지 않고 집을 짓는 책부터 골랐다. 곧 알게 됐다. 집을 짓는 것은커녕 전셋집 구하기도 힘든 처지라는 것을. 차츰 책의 종류는 바뀌어서 작은 집 꾸미는 법, 전셋집 인테리어 따위가 쓰인 책이 책장을 채웠다. 내 맘대로 집의 구조를 짜고 해 잘 드는 곳에 꽃과 나무를 심는 일쯤이야 어른이 되면 당연히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한참 요원한 일이다.

전세 계약이 끝나 다시 이사갈 집을 알아보는 요즘은 조금 더 서글프고 고단해졌다. 공간에 대한 욕심과 열망이 줄었다. 어쩌면 조금 풀이 죽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공간을 가지는 방법도 있었다. 1월9일 방영된 <수요기획-네 남자의 트리하우스>(KBS·사진)에서 커다란 느티나무 두 그루 사이에 나무집을 지어 올린 남자들 이야기다.

전북 김제에 사는 미즈노 마사유키(46)씨는 목공이 취미다. 도시에서 살다 3년 전 아내의 고향으로 이사왔다. 사람이 몇 년 동안 살지 않던 폐가를 몇 달에 걸쳐 가족들과 고쳤고, 지금까지도 완성이 되지 않아 계속 고쳐가면서 살고 있다. 폐가에 사람의 숨을 불어넣는 대형 프로젝트를 마칠 무렵 그에게 또다른 목표가 생겼다. 잡지에서 우연히 본 트리하우스, 살아 있는 나무에 집을 짓는다는 것. 그러나 전문적으로 목공을 배워본 적도 없고, 집을 고쳐본 적은 있지만 지어본 적 한 번 없으므로 도저히 혼자 할 수 없었다. 수소문해 옆집 보건소장님 아들이자 건축학과 휴학생 정우중(24)씨, 목공예 취미 2년차 동네 친구 유완식(46)씨, 읍내 학교에서 30년 기술 과목을 가르치다 은퇴한 채의석(73)씨가 마사유키씨의 새 프로젝트를 위해 모였다.

다큐멘터리는 이들이 나무집을 지어 올리는 과정을 찬찬히 담았다. 주말마다 모여 3개월 동안 공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재료비는 턱없이 부족했고 우여곡절은 많았고 그 와중에 행운을 만나기도 했다. 허드레 나무를 얻으러 무턱대고 목공소에 가봤더니 마침 사장이 채의석씨의 제자라 파격가에 나무를 제공받는가 하면, 태풍 볼라벤이 찾아와 트리하우스가 무너질까 전전긍긍했는데 오히려 이웃들이 마당에 쓰러진 나무를 치워 달라고 해서 부족한 재료를 모을 수 있게 된 적도 있었다. 나무집은 기어이 만들어졌고 동화 같은 생각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네 남자가 소년 같은 꿈을 꾸며 이야기를 써 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어쩌면 나의 이야기도 언젠가 또다른 방식으로, 어쩌면 느닷없이 쓰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신소윤 <한겨레21> 기자 yoo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알뜰폰 2년, 안 뜨는 이유 있다
진선미·김현 의원 “국정원 국정조사 무산될까봐 심장이 벌렁벌렁한다”
이 정부의 ‘귀태’? 그건 국정원입니다
미 아이비리그 여대생들의 ‘신 성풍속도’
[화보] ‘그때 그시절’ 경복궁에서 있었던 별의별 일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