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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어린이들 노래로 위안받는 행복한 주말

등록 2013-01-18 19:40수정 2013-07-15 16:26

<보이스 키즈>
<보이스 키즈>
[토요판] 김성윤의 덕후감
어린 친구들이 솜씨를 뽐내는 건 <스타킹>에서나 볼 법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흔한 일이 됐다. <위대한 탄생>의 김정인, <슈퍼스타 케이>의 손예림, <케이팝 스타>의 박지민·이하이·신지훈·최예근, <보이스 키즈>의 윤시영 등등. 최근에 시작된 <보이스 키즈>는 아예 만 6살에서 14살로 참가 자격을 제한했다. 본격 어린이 오디션인 셈이다. 이쯤이면 궁금증이 생길 법하다. 요즘 왜 이렇게 애들이 눈에 띄지?

내친김에 이런저런 이유들을 생각해봤다. 1. 오디션 프로그램 소스가 포화 상태여서 대체 아이템을 찾느라고. 2. 나쁜 습관이 들지 않은 어린이들에게선 때묻지 않은 영혼을 들을 수 있으니까. 3. 나도 이제 사십 줄에 가까워지다 보니 애들이 예뻐 보여서…? 이게 어디 나만의 생각일까. 물론 내가 유독 아이들을 좋아하긴 한다. 물론 예쁜 아이여야 한다. 내 경우에 예쁜 아이를 봤을 때 최고의 칭찬은 이거다. ‘아이구~ 유괴하고 싶어!’

이유야 어쨌든 뭔가 조짐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언젠가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제 물릴 때가 됐다고 쓴 적이 있는데, 그 빈자리를 어린이들이 채우고 있는 게 그다지 어색해 보이진 않는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 귀엽고 앙증맞은 외모,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정신세계. 그래서 아이들의 고운 소리가 퍼져 나오면 다음날 인터넷은 화제 집중이다. <케이팝 스타>에서 박지민이 사상 초유의 오디션 점수를 받았던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99, 100, 100!

박진영의 심사 레퍼토리를 빌리자면, 아이들은 제 나이에 맞게 노래 부를 때가 가장 아름답다. 실제로 이 친구들의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천상의 목소리를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최근에는 <보이스 키즈>에서 뮤지컬 아역배우 윤시영이 또 한번 사고를 쳤다. 청아한 목소리에 폭발적인 성량까지, 도리가 있나. 나 역시도 무한재생 중이다.

이쯤에서 궁금증이 깊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어쩌다 성인들의 무대에 어린이들이 대세가 된 세상을 살게 된 걸까. 오디션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공중파(지상파)에서도 <붕어빵>이 터줏대감이 된 지 오래고 이번에는 <아빠 어디 가>가 슬슬 화제를 모으고 있다. <보이스 키즈>까지 합치면, 우리는 매주 금토일을 내내 아이들과 보내는 셈이다.

사실 그동안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외치던 건 소수의 사람들에 국한된 얘기였다. 이 동화의 모티프는 우리가 익히 아는 것이기도 하다. 알 수 없는 내일 얘기와 삭막해진 세상에 지쳐 계산 없던 시절의 설렘을 희구하는 정서구조. 그동안 우리는 이런 심리 상태를 가진 사람들을 키덜트(키즈와 어덜트의 합성어) 내지는 피터팬 콤플렉스라 부르곤 했다. 그런데 ‘어린이’가 하나의 유행 형식으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은 그런 식의 신조어가 더 이상 필요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제는 다수의 사람들이 세속적 성장을 부정하는 게 공통 관념이 됐음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영화 <나쁜 교육>(2004)의 ‘문 리버’와 <브리티시 갓 탤런트>에서 코니 탤벗의 ‘오버 더 레인보’, 그리고 박지민의 ‘오버 더 레인보’와 윤시영의 ‘투모로’를 들을 때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지 않은 전혀 다른 세계의 소리를 듣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소름 돋을 정도’라는 진부한 표현도 사실은 듣고 있는 내가 각성함으로써 지금 이곳의 시간이 정지된 듯하다는 느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던가.

유명한 경구를 패러디하면 이렇다. 지금 주말 프라임 타임에 어린이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어쩌다 우리는 지금의 나를 중지시키고 천상의 목소리로부터 위안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마케팅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현재가 불만이고 미래가 불안할수록 원초적 자극을 요구하는 소비 패턴이 증가한다고 한다.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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