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비에스 스페셜> 3부작 ‘학교의 눈물’
[토요판] 김민경의 요리조리 TV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의 <학교 2013>을 본 주변인의 반응이 뜨겁다. 핵심은 ‘학교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줄 정말 몰랐다’는 거다. 나는 그런 반응에 더 놀랐다. 학교폭력 문제로 나라가 뒤집혔던 게 불과 1년 전 일이다. 모든 매체에서 학교폭력 실태 기사를 쏟아냈다. 그 숱한 기사를 하나도 안 봤단 말인가.
학교 물정 모르는 어른들을 위한 또다른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에스비에스>(SBS)가 만든 <에스비에스 스페셜> 3부작 ‘학교의 눈물’이다. 학교폭력 가해·피해 학생들의 실태를 다룬 1부가 지난 13일 방송됐고, 지난주에는 이 아이들을 위해 만든 ‘소나기 학교’에서의 8박9일 생활기가 나왔다.
외로웠던 윤철이는 친구를 사귀려고 자신을 때리는 아이들의 담배 셔틀을 자처했다. “쟤 같이 괴롭히면 놀아줄게.” 8년간 왕따당했던 우진이에게는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체육 시간에 한 피구 시합에서 장애인인 반 친구를 공으로 계속 맞혔다. 괴롭힘당하던 재룡이는 맞지 않으려고 학교 짱과 싸우다 어느새 학교 짱이 됐다. “몰랐어요.” 카메라 앞에 선 선생님도, 부모님도 모두 그렇게 말했다. 어른들의 변명은 “몰랐다”였다.
가해·피해 학생들이 함께 생활했던 ‘소나기 학교’에서 이 아이들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한다. 자신을 바꾸고 싶다 말하면서도 전처럼 욕을 하거나, 왕따를 시키려 하거나, 때리려 하면서 상대를 함부로 대한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도 “호수 보면 편하듯 친구들이 저를 보면 편했으면 좋겠다”, “누구든 다가오면 따뜻한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고 말한다. 참가 학생들의 자존감은 낮았고, 그들은 모두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가해·피해 상관없이 마음의 상처가 깊었다. 누가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었을까. 자기 상처를 상황극으로 표현하는 시간에 지예가 말했다. “가족이 저한테 관심이 없다는 게 상처예요. 선생님이 나를 무시했던 게 상처예요.” 우리가 ‘몰랐다’는 게 학교를 망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서울 고교선택제에 관한 기사를 쓴 적이 있었다. 외국어고교 같은 특목고로 최상위권 아이들이 빠져나가고, 자율형사립고로 그다음 아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는 건 일반계고. 예전엔 성적과 거리를 고려해 고등학교 신입생을 배정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지망에 따라 학교를 배정하는 고교선택제가 도입됐다. 그리고 3년간 공부 잘하는 학생은 잘하는 학생끼리, 못하는 학생은 못하는 학생끼리 모이는 쏠림 현상이 극대화됐다. ‘집도 잘사는 애가 공부도 잘하고 착하기까지 한’ 세상에서, 양극화는 성적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그 현실을 취재하려 서울에서 고교 신입생의 중학교 내신 하위 10%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를 찾았다.
아이들은 ‘못난’ 학교가 싫었고 자신도 덩달아 ‘못난’ 아이가 될까 걱정했다. 공부는커녕 생활의 기본도 못 갖춘 아이들도 많았다. 기사를 보고 사람들이 ‘현실이 이래?’ 하고 놀라길 바랐다. 그러나 돌아온 건 학교와 학부모들의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항의 전화뿐이었다.
드라마 <학교 2013>이나 <에스비에스 스페셜> ‘학교의 눈물’을 보고 난 사람들 반응도 이럴까 걱정된다. “우리 애 학교는 명문학교라 괜찮아.” “저러니까 특목고나 자사고 보내야 해.” 그래서 ‘몰랐다’는 말 믿지 않는다. 정말 몰라서 몰랐던 게 아니라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었을 테니.
김민경 <한겨레>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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