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서영이>에서 서영이 시어머니로 활약 중인 김혜옥씨 인터뷰. 김경호기자 jijae@hani.co.kr
시청률 45% <내 딸 서영이> 차지선 역 김혜옥 인터뷰
“계산하면서 연기 안해…참아내는 엄마역 하고파”
“계산하면서 연기 안해…참아내는 엄마역 하고파”
“제가 원래 ‘욱’하는 성질…윤소미 뺨 때릴 때 완전 약 올라있어”
이보영이 그래요 “빙의됐다고”
대사 숙지한 뒤 느낌대로 연기
파트너들 당황할 때가 좀 있죠 남편이 싫었다. 재벌 남편 강기범(최정우)은 자신은 정략 결혼을 했다며 마음을 열지 않는다. 업둥이 막내 강성재(이정신)에게 애정을 쏟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철부지 같은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 준 것도 막내다. 그런데 이 아들이 남편과 그의 비서 사이에서 나온 자식이란다.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내 딸 서영이>에서 김혜옥(55)이 연기하는 차지선은 이 기막힌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했을까. 33회(5일 방송분)에서 차지선은 비서 윤소미(조은숙)의 뺨을 때렸다. 진짜로 세게 때려 조은숙은 이틀간 뺨이 얼얼했다고 한다. 그는 뺨을 때린 뒤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했다. 콘티(연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대본)에는 없던 장면이다. ‘막장 코드’ 상황이지만 김혜옥의 실감 나는 연기가 명장면을 만들었다. 김혜옥은 “당시 연기한다는 사실을 잊었다”고 했다. <내 딸 서영이>는 이튿날 시청률 40%를 처음으로 넘기더니 27일에는 45.6%(닐슨코리아)로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기록한 지난해 드라마 최고 시청률(45.3%)까지 넘어섰다. 김혜옥으로 대표되는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가 이를 뒷받침했다는 게 중평이다. 김혜옥을 25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만났다. 뺨을 올려칠 당시의 기분을 설명해 달라고 하자 김혜옥은 “내가 원래 욱하는 성질이 있다”고 했다. 그는 “완전히 약이 올랐다”고 했다. 옆에 있던 이보영이 “또 빙의되셨군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뺨을 때린 뒤 휘청한 장면에 대해서는 “감정이 격해져서 다리가 후들거려 중심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제정신으로 돌아와서는 조은숙한테 너무 미안해 밥을 샀다고 한다. 32회(지난해 12월30일)에서도 그랬다. 성재의 생모가 윤소미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순간이었다. 원래 콘티는 윤소미 역의 조은숙이 자신이 생모라고 고백한 뒤 그냥 집에서 뛰쳐나가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김혜옥은 조은숙을 와락 붙잡는다. “그 순간 이 여자를 놓치면 내 아들도 놓칠 것 같다는 감정이 돼 은숙씨 가방을 잡고 놓지 않았어요. 그래서 가방을 그냥 두고 나간 거예요. 스태프들은 엔지(NG)라고 했지만 감독님이 살린 장면이에요.”
김혜옥은 “계산하면서 연기하지 않기”에 이런 연기가 나온다고 했다. “충분히 대사를 숙지하고, 그 뒤부터는 제 느낌대로 연기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파트너가 당황할 때가 있다”고 한다. 김혜옥은 “제가 오버한다고 할 법도 한데 돌발상황이 생겨도 담담하게 받아들여 준다”며 자신의 감정 연기를 그대로 살려주는 유현기 피디가 고맙다고 했다. 또 “심리적인 부분을 정말 잘 써줘서 대본 그대로만 연기해도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아도 저절로 몰입이 되는 것 같다. 사람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며 소현경 작가도 추어올렸다.
연극 배우였던 김혜옥은 1980년 <문화방송>(MBC) 특채 탤런트로 드라마계에 입문했다. 그만의 독특한 연기가 주목받은 것은 2004년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올드미스 다이어리>부터다. 당시 40대였던 그는 할머니 3총사 중 막내 역을 맡았다. 이후 외로움이 묻어나고, 중년의 히스테리가 껴 있으면서도 소녀의 원형이 남아 있는 듯한 ‘철부지 엄마’를 자주 연기했다. <서영이>의 차지선도 그런 부류다. 2011년 <에스비에스>(SBS)의 <여인의 향기>에서도 여행을 다녀온, 암에 걸린 딸에게 “왜 선물은 안 사왔냐”고 했다.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어머니 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뉘앙스를 뿜어내는 그의 연기는 갈수록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외로움이란 건 우리가 늘 느끼는 것”이라며 그런 연기가 어려운 게 아니라고 했다. “엄마들이 외로움을 안 느끼겠어요?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실제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표현하지 않는 진짜 엄마들이 대단한 거죠. 저는 그 경지까지는 못 간 것 같아요.”
김혜옥은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게 참아내는 인자한 엄마를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불교방송 >(BBS)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과 <서영이>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문화방송의 <오자룡이 간다>에서 고성실 역을 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이 바라는 배역의 이상형에 근접했기 때문이란다.
“더 솔직해지려고 해요. 최대한 제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절제하는 것. 자신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과 연기와의 만남이 어느 정도가 최고치일까 보여주고 싶어요.”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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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옥(55)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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