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너무 약이 올라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했죠”

등록 2013-01-28 15:47수정 2013-01-28 21:19

<내 딸 서영이>에서 서영이 시어머니로 활약 중인 김혜옥씨 인터뷰. 김경호기자 jijae@hani.co.kr
<내 딸 서영이>에서 서영이 시어머니로 활약 중인 김혜옥씨 인터뷰. 김경호기자 jijae@hani.co.kr
시청률 45% <내 딸 서영이> 차지선 역 김혜옥 인터뷰
“계산하면서 연기 안해…참아내는 엄마역 하고파”
“제가 원래 ‘욱’하는 성질…윤소미 뺨 때릴 때 완전 약 올라있어”

이보영이 그래요 “빙의됐다고”
대사 숙지한 뒤 느낌대로 연기
파트너들 당황할 때가 좀 있죠

남편이 싫었다. 재벌 남편 강기범(최정우)은 자신은 정략 결혼을 했다며 마음을 열지 않는다. 업둥이 막내 강성재(이정신)에게 애정을 쏟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철부지 같은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 준 것도 막내다. 그런데 이 아들이 남편과 그의 비서 사이에서 나온 자식이란다.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내 딸 서영이>에서 김혜옥(55)이 연기하는 차지선은 이 기막힌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했을까. 33회(5일 방송분)에서 차지선은 비서 윤소미(조은숙)의 뺨을 때렸다. 진짜로 세게 때려 조은숙은 이틀간 뺨이 얼얼했다고 한다. 그는 뺨을 때린 뒤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했다. 콘티(연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대본)에는 없던 장면이다. ‘막장 코드’ 상황이지만 김혜옥의 실감 나는 연기가 명장면을 만들었다. 김혜옥은 “당시 연기한다는 사실을 잊었다”고 했다.

<내 딸 서영이>는 이튿날 시청률 40%를 처음으로 넘기더니 27일에는 45.6%(닐슨코리아)로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기록한 지난해 드라마 최고 시청률(45.3%)까지 넘어섰다. 김혜옥으로 대표되는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가 이를 뒷받침했다는 게 중평이다. 김혜옥을 25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만났다.

뺨을 올려칠 당시의 기분을 설명해 달라고 하자 김혜옥은 “내가 원래 욱하는 성질이 있다”고 했다. 그는 “완전히 약이 올랐다”고 했다. 옆에 있던 이보영이 “또 빙의되셨군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뺨을 때린 뒤 휘청한 장면에 대해서는 “감정이 격해져서 다리가 후들거려 중심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제정신으로 돌아와서는 조은숙한테 너무 미안해 밥을 샀다고 한다.

32회(지난해 12월30일)에서도 그랬다. 성재의 생모가 윤소미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순간이었다. 원래 콘티는 윤소미 역의 조은숙이 자신이 생모라고 고백한 뒤 그냥 집에서 뛰쳐나가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김혜옥은 조은숙을 와락 붙잡는다. “그 순간 이 여자를 놓치면 내 아들도 놓칠 것 같다는 감정이 돼 은숙씨 가방을 잡고 놓지 않았어요. 그래서 가방을 그냥 두고 나간 거예요. 스태프들은 엔지(NG)라고 했지만 감독님이 살린 장면이에요.”

김혜옥(55)씨
김혜옥(55)씨
김혜옥은 “계산하면서 연기하지 않기”에 이런 연기가 나온다고 했다. “충분히 대사를 숙지하고, 그 뒤부터는 제 느낌대로 연기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파트너가 당황할 때가 있다”고 한다. 김혜옥은 “제가 오버한다고 할 법도 한데 돌발상황이 생겨도 담담하게 받아들여 준다”며 자신의 감정 연기를 그대로 살려주는 유현기 피디가 고맙다고 했다. 또 “심리적인 부분을 정말 잘 써줘서 대본 그대로만 연기해도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아도 저절로 몰입이 되는 것 같다. 사람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며 소현경 작가도 추어올렸다.

연극 배우였던 김혜옥은 1980년 <문화방송>(MBC) 특채 탤런트로 드라마계에 입문했다. 그만의 독특한 연기가 주목받은 것은 2004년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올드미스 다이어리>부터다. 당시 40대였던 그는 할머니 3총사 중 막내 역을 맡았다. 이후 외로움이 묻어나고, 중년의 히스테리가 껴 있으면서도 소녀의 원형이 남아 있는 듯한 ‘철부지 엄마’를 자주 연기했다. <서영이>의 차지선도 그런 부류다. 2011년 <에스비에스>(SBS)의 <여인의 향기>에서도 여행을 다녀온, 암에 걸린 딸에게 “왜 선물은 안 사왔냐”고 했다.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어머니 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뉘앙스를 뿜어내는 그의 연기는 갈수록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외로움이란 건 우리가 늘 느끼는 것”이라며 그런 연기가 어려운 게 아니라고 했다. “엄마들이 외로움을 안 느끼겠어요?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실제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표현하지 않는 진짜 엄마들이 대단한 거죠. 저는 그 경지까지는 못 간 것 같아요.”

김혜옥은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게 참아내는 인자한 엄마를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불교방송 >(BBS)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과 <서영이>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문화방송의 <오자룡이 간다>에서 고성실 역을 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이 바라는 배역의 이상형에 근접했기 때문이란다.

“더 솔직해지려고 해요. 최대한 제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절제하는 것. 자신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과 연기와의 만남이 어느 정도가 최고치일까 보여주고 싶어요.”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청원경찰 돌연사 ‘서초구의 진실게임’
이대로 물러서면 체면 바닥…특사 밀어붙이는 MB
노인 기억력 감퇴, 나이탓? 숙면 못한탓?
‘내딸 서영이’ 김혜옥 “약 올라 다리 후들거려”
중국서 내쫓기는 ‘부끄런 한국남성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