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7일 <문화방송>(MBC) 드라마 <보고 싶다> 마지막 회에서 이수연(윤은혜)과 한정우(박유천)가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해 휴대전화로 전송하는 모습을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왼쪽) <에스비에스>(SBS) ‘쏘티’ 서비스가 5일 방송된 <야왕> 8회에서 김성령이 착용한 목걸이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스마트TV 만난 PPL
방송 도중 실시간 제품정보 제공
구매 가능한 ‘티코머스’ 시범도입
시청자 드라마 몰입 방해 우려 커
방송사 “소비자 편의 크게 늘어나”
시민단체 “최소한 규제논의 해야”
방송 도중 실시간 제품정보 제공
구매 가능한 ‘티코머스’ 시범도입
시청자 드라마 몰입 방해 우려 커
방송사 “소비자 편의 크게 늘어나”
시민단체 “최소한 규제논의 해야”
최근 종영한 <문화방송>(MBC) 드라마 <보고 싶다> 마지막 회에서는 주인공 남녀가 사랑의 결실을 얻는 순간 갑자기 카메라가 등장했다. 이수연(윤은혜)과 한정우(박유천)는 교회에서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을 사진기로 촬영해 가족들의 휴대전화로 전송했다. 전송받은 스마트폰에는 사진 위에 사진기의 모델명이 그대로 노출됐다. 광고가 드라마 마지막 회에서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한 사례다. 드라마뿐만 아니다.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의 <개그콘서트>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광고가 다수 등장하고 있다. 프로그램 속에 스며들어가는 간접광고의 한 형태인 피피엘(PPL)이 점차 노골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로는 부족한 것일까? 스마트폰과 스마트티브이의 보급과 함께 간접광고를 뛰어넘어 직접광고와 다를 바 없는 피피엘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에스비에스>(SBS)는 지난달 14일 드라마 <야왕>에서부터 ‘쏘티’라는 이름의 ‘실시간 방송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상파 방송 최초의 시도다. 시청자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피시 등으로 쏘티 사이트(soty.sbs.co.kr)에 접속하면 드라마 속 연기자들의 의상, 액세서리, 인테리어 소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정보에는 광고성 문구까지 포함된다. <야왕>에서 권상우가 입은 흰색 셔츠와 짙은 회색 슈트의 상표 등을 알려주는 식이다. 제품 정보를 물으면 답을 해주는 게시판도 마련됐다. 주말극 <돈의 화신>과 곧 방송할 수목극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도 이 서비스가 적용된다.
제품 정보를 알려줄 뿐 아니라 바로 살 수 있는 ‘연동형 티코머스(텔레비전 상거래)’도 시도되고 있다. 클릭 한 번으로 이것이 가능한 스마트티브이 기술 덕분이다. 케이티(KT)와 씨제이이앤엠 컨소시엄 등 3개 사업자는 지난해 말 케이블 채널 <스토리 온>의 <김원희의 맞수다> 등을 통해 400만 가구를 대상으로 해 티코머스 시범 서비스를 실시했다.
스마트티브이 보급이 확산되면 프로그램 제작자와 시청자 사이의 제품에 대한 ‘정보 격차’는 이런 식으로 줄어들 수 있다. 예컨대 한국방송 2텔레비전 <내 딸 서영이>에서 이보영이 바른 립스틱은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한 여성 잡지가 소개하기 전까지 시청자들은 제품 정보를 쉽게 알지 못했다. 방송·통신업계에서는 이 점을 강조하며 소비자 편익이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두 달간의 연동형 티코머스 시범 서비스는 그런 한계를 노출시켰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이 서비스가 “프로그램에서 판매 가능한 제품이 깜빡이고, 화면 하단에 제품 정보가 흘러나오는 등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했다. 실제로 소비로 연결되는 효과도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제품 정보만 알면 인터넷 쇼핑에서 더 싸게 살 수 있는 제품을 굳이 스마트티브이에서 직접 구매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를 극복하려면 아예 한정판 기획 상품을 만들어 프로그램 속에 등장시키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등장인물의 의상 등 제품이 아예 프로그램 제작 단계부터 판매를 위해 기획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칫 프로그램의 질보다는 광고에 방점을 찍은 저품질 콘텐츠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지점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배우들 처지에서도 피피엘이 확대되면 몰입을 방해하는 제품을 들고 해야 하기 때문에 좋은 연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피엘은 스마트티브이 기술을 발판 삼아 확대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에스비에스 관계자는 “티브이 홈쇼핑이 소비자에게 편리성을 제공하면서 규모를 키운 것처럼, 피피엘도 스마트티브이를 통한 결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브랜드 노출에서 구매까지 편리하게 이뤄지게 된다면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2009년 간접광고가 허용되면서 프로그램 속 피피엘은 직접광고보다 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관련 산업의 진흥만 외치고 있는데 프로그램 본연의 의미를 훼손시키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규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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