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안녕하세요>(위)·에스비에스 <놀라운 대회 스타킹>(아래)
<안녕하세요> <짝> <스타킹> 등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 크게 늘어
내 주변 이야기에 시청자들 공감백배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 크게 늘어
내 주변 이야기에 시청자들 공감백배
“너무 짜게 먹는 언니가 걱정돼요.” “엄마가 남들 앞에서 저를 제2의 김태희라 불러서 민망해요.”
흔하지는 않지만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고민들로 짜여진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의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1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이제는 월요 예능 프로그램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경쟁 프로그램인 <에스비에스>(SBS) <힐링캠프>가 초대 손님에 따라 시청률이 5~10%를 오르내리는 것에 비하면 <안녕하세요>의 인기는 꾸준하다. <안녕하세요>는 시청자가 토로하는 고민이 정말 제 것처럼 느껴져 공감된다면 방청객들이 버튼을 눌러 진짜 고민이 될 만한지를 판단하는 식이다.
일반인들이 장기 자랑을 하는 에스비에스 <놀라운 대회 스타킹>은 23일 방송분에서 토요 예능의 절대 강자이던 <문화방송>(MBC)의 <무한도전>을 시청률에서 앞질렀다. 같은 날 <무한도전>의 시청률은 한국방송 2텔레비전 <불후의 명곡>보다도 뒤졌다. <스타킹>의 인기는 방송가를 떠났다가 지난해 말 돌아온 엠시(MC) 강호동 때문이라기보다는 일반인들이 내놓는 다양한 콘텐츠의 힘 덕이라는 분석이 많다. 강호동이 출연하는 다른 프로그램들의 성적은 기대 이하이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와 <스타킹>처럼 일반인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들이 예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80%의 대중이 20%의 전문가들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롱테일의 법칙’이 방송 프로그램에도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은 최근 크게 늘었다. 문화방송의 <블라인드 테스트 180도>는 일반인 ‘고수’의 설명을 듣고 나서 브랜드와 가격표를 가린 채 특정 상품의 가격을 알아맞히는 프로그램이다. 책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한국방송의 <달빛 프린스>도 시청자들이 연예인 출연진에게 그날 선택된 책과 관련한 퀴즈를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케이블 채널은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에 더 적극적이다. <티브이엔>(tvN) <더 폰 코리아>는 일반인이 게임을 통해 미션을 해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일반인판 <런닝맨>’이라는 수식어도 붙는 이 프로그램은 매회 도전자의 솔직한 생각들이 가감 없이 드러나 화제를 일으킨다. 같은 채널의 <세 얼간이>도 생방송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장점을 살려 시청자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는 내용을 프로그램에 담고 있다.
일반인들의 짝짓기 프로그램인 에스비에스의 <짝>이나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방송의 유명인 1명과 일반인 100명이 퀴즈 대결을 하는 <1대100>더도 그렇다. 지역 주민 누구든 참여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전국노래자랑>은 시청자 참여형 예능의 원조 격이라고 할 만하다.
예능 프로그램은 치밀한 사전 구성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리얼 버라이어티로 변모해왔다. 이것이 다시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으로 확대되는 게 요즘 추세다. 전문가들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원조 격인 외국의 리얼리티쇼는 일반인들이 출연해 사생활을 드러내는 식인데, 한국에서도 ‘진짜 리얼’을 받아들일 만큼 정서가 개방적으로 바뀐 점도 일반인 출연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요즘 연예인들의 이야기는 워낙 잘 알려져 ‘연예인 프리미엄’이 없어졌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 반면 일반인들은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로 흥미를 끌 수 있다”고 말했다.
대중과는 먼 존재인 연예인보다는 내 주변에서 언제든 볼 수 있는 일반인들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더 공감할 여지가 높다는 점도 한 이유다. 프로그램 안에 등장하는 객석의 일반인 초대 손님들은 시청자 반응을 미리 알기 위한 가늠자 역할도 해준다. 이 때문에 제작진 입장에서는 널뛰는 시청률 진폭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방송 2텔레비전 <개그콘서트>도 녹화 때의 객석 반응에 따라 방송 여부가 결정된다.
일반인이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는 일반인 참여를 바탕으로 아이돌 그룹까지 만들고 있다. 일본 최고 인기 아이돌 그룹인 에이케이비48은 팬들의 투표로 구성된 그룹이다. 이 그룹의 구성은 48명의 그룹 정규 구성원은 물론 연습생과 자매 그룹까지 모두 후보가 돼 매년 투표를 하게 된다. 그 중 16위까지만 무대에 설 수 있다. 1위는 멤버들 중 가장 가운데 설 수 있게 된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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