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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보통사람들의 살떨리는 ‘리얼’ 배신

등록 2013-03-01 19:28수정 2013-07-15 16:19

<티브이엔>(tvN) <더 폰 코리아>
<티브이엔>(tvN) <더 폰 코리아>
[토요판] 김민경의 요리조리 TV
<무한도전> 없는 토요일을, <런닝맨> 없는 일요일을 상상할 수 없다. 주5일 근무의 피곤함을 씻어줄 큰 웃음을 안겨주니까. 웃음 포인트는 각자의 캐릭터를 확고히 구축한 연예인들이 만들어내는 앙상블. 그 절정은 ‘배신’이다. 어떤 포맷이 나오든 노홍철은 ‘사기꾼’이다. 배신하지 않는 착한 노홍철이 나오면 긴장감이 없다. 한때 ‘월요 커플’이라 불렸던 개리와 송지효가 동맹을 맺는 척하면서도 서로의 이름표를 호시탐탐 노리지 않는다면, 이 둘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을 거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배신을 뺀다면 분량 뽑기도, 재미를 주기도 어렵다. 하지만 <티브이엔>(tvN) <더 폰 코리아>에서의 배신은 웃펐다(웃기고 슬펐다).

2월8일 첫 방송 뒤 3회가 방영된 <더 폰 코리아>의 주인공은 일반인 참여자 2명이다. 이들은 상금 3천만원을 얻기 위해 상대보다 먼저 3개의 미션을 완수해야 한다. 그런데 이 상금은 파트너와 나눠 가질 수도 있고, 혼자 전부 가질 수도 있고, 상대에게 다 뺏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파트너는 상금을 사이에 둔 경쟁자이자, 미션 수행을 위한 협력자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 있는 존재가 된다.

출연자들은 처음부터 서로 경계한다. 2화 출연자 허준범씨는 상대를 “내 돈을 가져가려고 하는 도둑”으로 여긴다. 3화 출연자 유호정씨가 상대가 미션을 완수하지 못하도록 거짓말을 하자, 장민근씨는 “생각보다 여우다. 배신감이 든다”며 상대를 비난한다. 내 미션 완수를 위해 상대를 방해할 생각부터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그러나 이 프로는 결정적인 순간에 협력을 요구한다. 상금 수상자를 정하는 마지막 게임에서, 이들은 각각 조커·올(all)·하프(half) 카드를 받는다. 조커는 올을 이기고, 올은 하프를 이긴다. 두 사람이 동시에 하프 카드를 내면 상금을 반씩 나눠 가질 수 있지만, 동시에 올이나 조커 카드를 내면 상금을 누구도 받을 수 없다. ‘죄수의 딜레마’다. 사실 답은 간단하다. 서로를 믿고 하프를 내면 둘 다 윈윈 게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몇 번을 배신한 서로에게 신뢰를 주는 게 쉽지 않다. 물론 합리적인 출연진은 동시에 하프 카드를 내어 상금을 반씩 나눠 갖는다.

재밌고 신선한 프로다. 나 같은 보통 사람이 출연자라 주인공들에게 쉽게 몰입된다. 그래서 <런닝맨>, <무한도전>을 볼 때는 관찰자의 입장이었지만, <더 폰 코리아>는 계속 ‘나라면 어떨까’를 생각하게 만든다. 나라면 그 순간 3천만원을 위해 파트너를 배신할까? 아니면 양심 때문에 협력할까? 배신자의 상황도 이해가 되고, 배신당해 우는 출연자의 상처도 이해가 된다.

3천만원은 원래 없던 돈이다. 그런데 참가자들은 마치 그게 내 돈인 양 상대에게 뺏길까 전전긍긍한다. 두려운 만큼 모질게 상대를 밀어낸다. 그런데 또 아주 모질지는 못해서, 때론 상대를 돕기도 한다. 적당히 모질고 적당히 착한 보통 사람들이다. 그런 보통 사람들이 상대를 속이고, 뒤통수치도록 결심하게 하는 건 대체 뭘까. 경쟁? 돈? 뭐가 됐든 그것조차도 너무 ‘리얼’해 이젠 이 프로가 무서워졌다. 경쟁에 내몰린 나도 이기기 위해 상대를 배신하게 될까봐.

김민경 <한겨레>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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