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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서영이’ 치솟는 시청률 보며 부모도 자식도 외롭구나 느꼈죠”

등록 2013-03-06 19:53수정 2013-03-06 21:40

최근 종영한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서영이>). 사진 한국방송2 제공
최근 종영한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서영이>). 사진 한국방송2 제공
‘내 딸 서영이’ 소현경 작가 인터뷰
한센병 아버지 버리고 결혼했던
실제 사연이 드라마 모티브
초반 ‘막장’ 지적 각오했던지라
감독에게 배우들 격려 부탁했죠
멋진 부모 되고 싶었지만 못된
부모 마음 자식이 알았으면 싶어

“한센병에 걸린 아버지를 둔 한 여자가 ‘아버지가 안 계시다’고 말한 뒤 결혼했다는 사연을 지인에게 듣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어요. 우리 세대 이야기는 아니지만 실제 이야기예요.”

최근 종영한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서영이>·사진)의 주인공 이서영(이보영)의 이야기는 소현경 작가가 들은 사연이 모티브가 됐다. 5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소 작가는 1999년 데뷔 전부터 “꼭 한번 이 소재로 드라마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식한테 버림받은 아버지 심정은 어땠을까. 그 감정을 드라마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게다가 요즘은 우리가 어떤 부모 밑에 태어나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잖아요. 부모가 무능하다며 원망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요.”

시놉시스(대강의 줄거리)를 쓴 것은 4년 전인 2009년이었다. 초고 가제목은 <참 못난 아버지>였다. <서영이>처럼 40% 후반의 시청률을 기록한 <찬란한 유산>(2009년)의 극본을 쓰기도 전이었다. 드라마 제작사 사정 등이 겹치면서 역시 자신의 작품인 <검사 프린세스>(2010년)와 <49일>(2011년) 뒤로 미뤄지다 이번에 방송됐다.

‘아버지를 버렸다’는 것은 부담이 작지 않은 설정이었다. 주인공 이서영 역시 시청자들이 쉽게 응원할 수 있는, 착하고 긍정적인, 전형적인 드라마 여주인공과는 다르다. 그래서 “중압감을 느끼며 시작했다.” 게다가 <서영이>의 전작인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큰 인기를 끌었던 터라 “내가 왜 이 시점에 이런 걸 할까”라는 생각까지 했다. 방송가에서 소 작가는 이야기의 개연성에 모든 것을 걸 정도로 인물의 행동 하나하나를 치밀하게 구성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하지만 극 초반에 ‘아버지를 버렸다’는 설정 탓에 ‘막장’이란 지적을 받기도 했다. 소 작가는 그런 지적을 각오했다고 했다.

“그래서 이보영씨한테도 <서영이>는 일반적인 드라마 문법과는 다르니까 흔들리지 말아 달라고 했어요. 감독님한테도 ‘우리 배우들은 번갈아 가며 욕을 먹을 거예요. 그러니까 배우들을 잘 다독여주세요’라고 했고요.”

이서영의 시누이인 강미경(박정아)과 헤어지려고 최호정(최윤영)과 결혼한 이상우(박해진)도 일부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인물들 각자 서로 비난하는 상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이며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는 ‘데칼코마니’ 같은 구성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이며 시청자들의 공감대도 넓어졌다. 40% 넘게 솟는 시청률을 보며 소 작가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외로운 부모들도 많고 힘든 자식들도 많구나. 다들 외롭구나.”

소 작가가 이 드라마에서 매달린 궁극적 주제는 바로 아버지였다. 그는 프리랜서 작가를 하면서 매몰찬 세상의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아버지들 세계도 바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 작가는 “어머니들은 집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아버지들은 바깥이야기를 집에서 잘 풀어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버지들도 첫사랑의 경험을 거치고 멋진 사내로 살고 싶었을 텐데 자식들은 그걸 모르잖아요. 대부분 결혼하고 가장이 되면 이런 걸 다 포기하고 살잖아요. 아버지도 가난한 부모 만나서 힘들었을 텐데, 부모들은 이런 이야기를 시시콜콜 말하지 않아요. 자식들은 이런 ‘디테일’을 모르죠.”

그가 쓴 드라마는 로맨틱코미디·판타지·가족극 등을 넘나들지만, 항상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담겨 있다. <49일>은 “가족을 빼고 나를 위해 진심으로 울어줄 사람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해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천착했다. <검사 프린세스>도 아무 걱정 없이 부잣집 딸로 자라난 검사가 조금씩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성숙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찬란한 유산>에도 가족을 위해 죽은 사람처럼 살아가는 아버지의 부성애를 담았다.

소 작가에게 ‘이서영의 아버지 이삼재가 변하듯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쉽게 변하지는 않겠죠. 그래도 변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10 대 90의 비율이라고 해도. 드라마에서는 굳이 90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요. 변할 수 있는 10을 이야기하면서 정말 멋진 부모가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대다수의 부모 마음을 자식들이 알아주면 서로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조금씩 드라마에 녹이기도 한다. <찬란한 유산>에서는 소외된 이들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장숙자(반효정) 할머니의 경영 마인드를 그렸고, <검사 프린세스>에서는 부와 사회적 지위까지 대물림되는 사회상을 반영했다. <서영이>에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하는 청소년이 나온다. 소 작가는 “거창하게 제 것을 다 포기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나눠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소 작가는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볼 때 편견을 품을 수 있다며 기사에 자신의 나이와 사진을 싣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사진 한국방송2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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