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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더빙 사라지는 TV…목소리 움츠러든 성우들

등록 2013-03-18 19:58

<한국방송>(KBS) 2 외화 시리즈 <엑스파일> 멀더와 스컬리의 목소리 연기를 했던 성우 이규화(왼쪽)씨와 서혜정씨.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방송>(KBS) 2 외화 시리즈 <엑스파일> 멀더와 스컬리의 목소리 연기를 했던 성우 이규화(왼쪽)씨와 서혜정씨. <한겨레> 자료사진
KBS 외화 ‘셜록’ 자막방송에
MBC ‘CSI’ 봄 개편으로 폐지
수입 줄고 설 자리 갈수록 위축
“지상파 자막방송 공영성 방기” 지적
1990년대에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이 방송한 외화 시리즈 <엑스파일>은 외계인들의 음모를 파헤친다는 독특한 내용을 바탕으로 마니아 시청층을 확보했다. 시청자들은 주인공인 에프비아이(FBI) 요원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스컬리(질리언 앤더슨)의 목소리 연기를 한 한국 성우들의 음성에 익숙해졌다. 배우들의 실제 목소리가 나오는 극장판 <엑스파일>이 외면받을 정도였고, 성우 이규화·서혜정씨는 아직도 ‘멀더와 스컬리의 목소리’로 유명하다. <맥가이버>에서 주연 리처드 딘 앤더슨의 목소리를 맡은 성우 배한성씨도 목소리 스타였다.

하지만 외화 주인공들의 개성을 살려주는 목소리로 사랑받던 성우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성우들의 주무대인 지상파 방송들이 자막으로 외화를 내보내거나 외화를 폐지하면서 시청자들이 익숙한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줄고 있는 것이다.

16일 밤까지 한국방송 2텔레비전에서 3회 방송이 끝난 외화 <셜록> 시즌2는 더빙이 아니라 자막으로 방영됐다. 서문석 한국방송 성우극회장은 “한국방송에서 외화를 자막으로 처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18일 봄 개편을 한 <문화방송>(MBC)은 10년 동안 방송해온 외화 <시에스아이>()를 없앴다. 이 드라마를 더빙하던 성우들 일감도 사라졌다. 130여명이 속한 문화방송 성우극회의 한 관계자는 “외화 시리즈는 성우들의 간판 프로그램 격인데 이번 개편으로 사라져버렸다. 자존감이 크게 상했다”고 말했다. <에스비에스>(SBS)는 방송중인 외화 시리즈가 없다.

성우들의 입지는 10여년 전부터 줄어들었다. 2000년대부터 케이블 채널들이 자막으로 외화를 내보내기 시작했고, 많은 이들이 인터넷에서 불법적으로 내려받은 ‘미드’(미국 드라마)를 접하게 됐다. 한국방송의 <토요명화>나 문화방송의 <주말의 명화>도 사라졌다. 어린이 영화 더빙도 성우들 대신 연예 스타가 맡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상파가 외화를 자막으로 내보내는 것은 우선 모국어 보호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 여러 나라도 모국어 보호를 위해 외화를 더빙한다는 게 성우들의 설명이다. 한국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가 더빙 장려를 위해 종합편성채널 등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예산 10억여원을 배정했다. 사회적 약자 배려를 위한 조처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외국의 좋은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접하기가 쉽지 않은 노년층이나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이 우리말 더빙이 아닌 자막 방송을 한다면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 반응도 무조건 자막이 좋다는 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한국방송 누리집 게시판에서 한 누리꾼은 “다른 방송사도 <셜록>을 방송했지만 한국방송에서는 더빙판을 볼 수 있다는 차이가 있었는데 이번에 자막으로 방송돼 아쉬웠다”고 적었다.

성우들의 생존권 문제도 거론된다. 한국성우협회 조사에서 회원 750여명의 지난해 수입은 60억원이었다. 1인당 800만원, 월 67만원이다. 지상파 성우극회 소속 성우들은 선발되면 통상 2년간 전속 성우로 활동하고 그 뒤 프리랜서로 전환된다. 일감이 없으면 그대로 수입이 줄어드는 구조다. 한국방송의 경우 지난해 8억여원을 외화 더빙을 위해 성우들에게 지출했다. 한국방송 성우극회에 속한 이가 420여명인 점을 고려하면 적은 액수다. 서문석 회장은 “한국방송 성우극회 소속 성우들은 외화 더빙을 통한 수입이 전체의 60~70% 수준이다. <셜록>을 자막으로 방송한 데 대해 사쪽에 항의해 ‘이번 한 번뿐’이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성우들이 크게 당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까지 비용 절감을 위해 자막 처리를 일반화한다면 성우들 처지는 더 추락할 수 있다.

한국방송 사쪽 관계자는 자막 논란에 대해 “<셜록>은 지난해 더빙된 작품을 방송했고, 이번에 재방송을 하면서 자막으로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의 수요도 있는 것 같아 시험 삼아 더빙을 없애고 자막 처리를 했다. <셜록> 이후 방송될 외화는 성우 더빙으로 방송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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