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타들의 방송가 ‘침공’이 이어지고 있다. <정글의 법칙 인 히말라야>(에스비에스) 촬영을 위해 1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손을 흔들고 있는 전 축구 스타 안정환(왼쪽)과 <아빠! 어디 가?>(문화방송)에 딸 지아와 함께 출연중인 축구대표팀 출신 송종국(가운데), <댄싱 위드 더 스타3>(문화방송)에서 숨겨왔던 끼를 발산중인 전 농구 스타 우지원(오른쪽). 뉴스1, 문화방송 제공
‘아빠! 어디 가?’ 송종국 인기
안정환 ‘정글의 법칙’ 합류
우지원 ‘댄싱 위드…’ 출연중
인지도 높은데다 신선함 갖춰
은퇴뒤 예능으로 새도전 나서
안정환 ‘정글의 법칙’ 합류
우지원 ‘댄싱 위드…’ 출연중
인지도 높은데다 신선함 갖춰
은퇴뒤 예능으로 새도전 나서
문제 하나. 요즘 뜬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촬영 현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빠는 누구일까?
‘국민 귀요미’로 등극한 ‘먹방 지존’ 윤후의 아버지 윤민수? 아니다.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송종국이다. <아빠! 어디 가?>의 김유곤 <문화방송>(MBC) 피디는 “촬영장에서 딴 사람들은 몰라도 송종국은 다 알아본다”고 했다. 아무래도 2002년 한·일 축구 월드컵 영향이 크다.
‘히딩크의 황태자’ 송종국에 이어 2002년을 뜨겁게 달군 ‘반지의 제왕’ 안정환도 <에스비에스>(SBS)의 <정글의 법칙 인 히말라야> 출연을 결정하고 1일 김병만 등과 함께 네팔로 떠났다. 3주 동안 현지에서 촬영하고 5월께 방영될 예정이다.
송종국과 안정환뿐만 아니다. ‘농구 코트의 황태자’로 불렸던 우지원은 <댄싱 위드 더 스타3>(문화방송)에 출연중이다. 앞서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땡큐>(에스비에스)에서 아내와 두 딸을 공개했고, ‘로즈란’ 장미란 또한 바벨을 내려놓은 뒤 <1박2일>(한국방송2)과 <행진>(에스비에스)에 연거푸 출연했다. 프로야구에서 ‘양신’으로 불린 양준혁 또한 일찌감치 <남자의 자격>(한국방송2)에 출연해 ‘예능감’을 뽐낸 바 있다.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잦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현장의 피디들은 대중적 인지도와 신선함을 가장 큰 이유로 든다. 김유곤 피디는 “송종국은 스포츠 스타이기 때문이 아니라 딸 지아와의 관계가 너무 좋아서 섭외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뛴 선수들은 인지도가 상당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거의 안다. 또 연예인은 예능적 관점에서 보면 뻔한 게 있지만 스포츠 선수들은 인지도에 비해 신선한 이미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댄싱 위드 더 스타3>의 신명훈 피디도 “스포츠도 대중들의 인기가 바탕이 되기 때문에 사실 대중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예능 프로그램과) 비슷한 게 있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인기로 치면 스포츠 선수가 지명도가 훨씬 높다. (다른 분야) 유명인이 나와서 하는 얘기는 너무 교양적일 수 있지만 스포츠 선수는 기본적으로 대중의 언어를 쓰고 진솔한 면이 있다.”
<정글의 법칙> 등 최근 예능 프로그램이 스튜디오보다는 야외 촬영을 많이 하면서 체력적인 면을 강조하는 것도 스포츠 스타 선호도를 높인다. 격투기 선수 추성훈에 이어 안정환을 섭외하는 데 성공한 <정글의 법칙>의 백정렬 책임프로듀서(CP)는 “이번 차에는 네팔에서 상당히 높은 산을 오르게 된다. 안정환이 운동선수 출신으로 체력과 지구력은 굉장히 뛰어나니까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줄 것 같다”고 밝혔다. 정덕현 평론가는 “스포츠 선수들은 몸으로 부딪혀 뭔가를 이뤄냈던 사람들이다. 진정성의 강도가 더욱 강하게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역 은퇴 뒤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스포츠 스타들이 방송을 또다른 도전 영역으로 보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스포츠 선수들은 지도자나 스포츠 클럽 운영 등 은퇴 뒤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백정렬 시피는 “안정환의 경우 별 기대를 안 하고 연락했는데 순순히 응해줬다. 본인도 은퇴 뒤 새로운 시작을 할 시점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우지원은 ‘스포츠 댄스’라는 생소함 때문에 처음에는 출연을 고사했지만 지금은 발목 부상을 당하고도 강렬한 라틴 춤인 파소 도블레를 선보이는 등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스포츠 스타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의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한 방송사 예능 피디는 “추억의 스포츠 스타는 방송을 통해 제2의 인지도를 얻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윈윈’ 되는 점이 있다”고 했다.
탄탄한 대중적 인지도에서 출발해 시작은 어렵지 않지만, ‘방송인’으로 생명력을 꾸준히 이어가야 하는 것은 스포츠 스타 본인의 몫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스포츠인에서 예능인으로 넘어오는 사례는 앞으로도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씨름 선수 출신의 강호동처럼 예능인으로 확실한 장점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단발성 인기에 그칠 수 있다. 신선함은 곧 식상함으로 변할 수 있는데, 방송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히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렇다면 예능 피디들이 현재 가장 섭외하고 싶은 스포츠 선수는 누구일까? ‘피겨 여왕’ 김연아와 축구 스타 박지성이다. 피디들은 “말하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아우라가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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