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
얼굴이 아주 환하다. ‘오영’의 어두운 그늘은 전혀 없다.
봄기운이 충만했던 3일 오후, 서울 이태원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송혜교(31)는 생기발랄했다. 6개월 동안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비로소 내려놓은 듯했다. <에스비에스>(SBS)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그 겨울>)에서 그는 재벌가 상속녀이자 시각장애인 ‘오영’ 역을 맡아 섬세한 내면 연기를 펼쳤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노희경 작가가 “송혜교에게 졌다”고 할 만큼 ‘배우’ 송혜교의 재발견이었다. 시청자들은 완벽하게 오영으로 변신한 송혜교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송혜교는 “늘 칭찬을 받았으면 모르겠는데 갑자기 칭찬을 많이 받아 당황스럽다”고 했다. 4년 가까이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를 촬영하면서 겪은 경험들이 연기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왕 감독 스타일 상 영화 촬영이 더디게 진행됐다. 그러면서 많은 감정의 변화가 있었고, 또 연기가 너무 하고팠다”고 한다. 오영의 복잡한 감정선을 유지하기 위해 카메라가 꺼졌는데도 내내 울고 있었었다는 그다.
송혜교는 <그 겨울>을 통해 하이힐을 신고 얼굴 화장도 하면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깨뜨렸다. 드라마 촬영 전 실제 시각장애인들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눈 것이 도움이 됐다. 송혜교는 “오영이라는 캐릭터가 측은하다 보니까 시청자들이 시각장애인들을 만나면 도와주고 싶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화가 나고 그런다고 하더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화제가 된 ‘눈동자 고정’ 연기에 대해서는 “<그 겨울> 전에는 항상 상대방 눈을 보고 연기하고 감정을 잡았는데, 갑자기 못하게 되니 답답한 마음이 있었다. 첫 방송 뒤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그 뒤부터 안심하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6개월 동안 그렇게 연기하니 이젠 상대방 눈을 못 보겠다”며 미소지었다.
<그 겨울>은 2월16일 처음 방송됐지만, 지난해 10월 말부터 촬영을 시작한 반 사전 제작 드라마다. 송혜교는 “대본도 빨리 나오고 빨리 촬영에 들어가서 복 받았던 것 같다. 여유가 있으니까 공부할 시간도 더 있었다”고 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부터 <그 겨울>까지 연이어 노희경 작가와 호흡을 맞춘 그가, 다시 노 작가와 작품을 하고 싶을까. 그는 “선생님 작품은 감정을 따라가려면 너무 힘들다. 그래서 촬영할 때는 진짜 힘들었는데 벌써 그 시간이 그립기만 하다”고 말했다. 작가에 대한 신뢰가 뚝뚝 묻어난다.
3일 종영한 <그 겨울>은 오영이 오수(조인성)와 다시 만나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결말을 원했을까. 송혜교는 “<가을동화>처럼 멜로드라마를 생각했을 때는 슬픈 결말이라야 오래 기억이 남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겨울>은 둘이 사랑하는 과정 자체가 힘들어서 마지막에는 둘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송혜교는 앞으로 중국으로 건너가 우위썬(오우삼) 감독의 <생사련>을 찍게 된다. “피아노 치는 법과 중국어를 배워야 해서” 바쁘단다. 또 “다음 드라마는 꼭 로맨틱 코미디 류의 밝은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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