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엔>(tvN)의 공개 코미디 <코미디빅리그>는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사전 행사(왼쪽)부터 본격적인 1대 1 맞대결(가운데), 그리고 코너가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오른쪽) 등으로 녹화가 4시간 넘게 진행된다. 전파를 타지는 않지만 개그맨들의 막간 장기 자랑도 공개 코미디의 흥을 돋운다. 사진 티브이엔 제공
tvN ‘코미디빅리그’ 공개방송 현장!
스포츠리그처럼 1대1 승부
관객이 판정 맡아 승패 결정
이긴 팀엔 100만원 승리수당 소재 자유로워 새 코미디 개척
19금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기도 2일 오후 5시, 녹화 2시간 전. 430여명의 관객들이 한 손에 투표 스위치를 들고 차례대로 씨제이이엔앰(CJ E&M) 빌딩 공개홀로 들어섰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는 길어봐야 80m. 마치 대학로 소극장을 연상케 한다. 저녁 7시, 드디어 ‘코미디’가 승패의 갈림길에 선다. 개그맨들의 운명을 쥔 투표권자(관객)의 시선은 무대로 쏠린다. 케이블 채널 <티브이엔>(tvN)에서 매주 토요일 밤 9시에 방송하는 <코미디 빅리그>(<코빅>)는 1999년 <개그콘서트>(한국방송2)로 시작된 공개 코미디의 ‘극한’을 보여준다. ■ 웃기느냐, 웃기지 못하느냐 프로 스포츠의 리그제에서 형식을 따온 <코빅>은 독하디독하다. 시즌 1~3에서는 그나마 다자간 대결로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었는데, 시즌 4에서는 아예 1 대 1 끝장 승부로 간다. 판정을 맡은 관객의 구실이 그만큼 커졌다. 전쟁같이 코너를 소화한 개그맨(혹은 개그우먼)들은 무대 단상에 서서 몇 초 동안 관객의 판결을 기다린다. 관객은 1번 혹은 3번을 눌러 더 재미있는 코너를 선택하고, 이기는 팀에겐 100만원의 승리 수당이 돌아간다. 개불(양세찬·이용진)처럼 잘나가는 팀은 프로그램 내에서 광고 후원이 따로 붙기도 한다. ○승 ○패 숫자 안에는 그들의 ‘관객 웃기기 배틀’ 전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패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덜 웃겼다는 뜻이다. 재미가 없으면 ‘통편집’이라는 문구만 덩그렇게 방송되기도 한다. ‘코미디’까지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씁쓸한 현실. <개그콘서트>를 연출했던 김석현 <코빅> 피디는 “공개 코미디 형식이 천편일률적이어서 탈피하고 싶은 이유가 컸다. 이(e)스포츠 경기처럼 중계를 해주면서 후원사도 붙는 그런 새로운 형식의 코미디 프로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 ‘19금’의 아찔한 줄타기] <코빅>은 <개그콘서트> 등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절대로 소화할 수 없는 성 담론을 가감 없이 다룬다. ‘19금’을 넘나드는 언어 유희는 과감하면서도 노골적이고, 때로는 실소까지 자아낸다. 일례로, 이재형·한현민·정진욱으로 구성된 졸탄 팀은 ‘내시의 품격’에서 거세된 남자들의 말장난으로 주어진 5분을 거의 채운다. 요소요소에서 ‘있다 없으니까’(씨스타19), ‘있을 때 잘해’(오승근) 등의 노래가 소품으로 적절히 사용된다. ‘있다가 없는 것’이 무엇인지는 한번도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어떤 것인지 이미 알기에 관객은 웃게 된다. 홍석천과 리마리오가 꾸미는 ‘마초맨’은 동성애를 소재로 한 ‘퀴어 개그’까지 선보인다. 남성성을 연관시키는 단어들이 필터링 없이 그대로 전파를 탄다. 이미 커밍아웃을 한 홍석천은 “대한민국에서 이런 코미디를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한다. 퀴어 개그까지 등장했지만, 사실 ‘진짜 센 것’은 사전 리허설에서 제작진에 의해 걸러진다. 그래도 출연자들은 “평소 하고 싶은 코미디의 80%를 무대에서 편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상파에서 활동하는 개그맨들도 <코빅>에 출연하고 싶어한다는 후문이다. ■ 공개 코미디의 한계는 있다? 없다? <코빅>에서 현재 가장 인기있는 코너는 이용진·양세찬(개불 팀)이 꾸미는 ‘남조선인민통계연구소’다. 이용진이 남파 공작 요원을 훈련시키는 교관으로, 양세찬이 침투조인 공작 요원 후보로 등장한다. 중국집 배달원, 편의점 ‘알바생’, 술취한 50대 등 특정 계층이나 인물의 일상적인 습관을 아주 세세하게 묘사해내며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코너가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다. 동성애나 ‘셀프 디스’(자기 비하), 그리고 비(B)급 개그는 보수적인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 아직 버거운 면이 있다. ‘1 대 1 대결’ 포맷도 아직은 낯설기만 하다. 케이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지상파에 비해 파급 효과가 적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코빅>의 실험이 대중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코빅>은 현재 동시간대 케이블 시청률 1위(최고 2.7%)를 달리고 있고, 시청 연령층도 20대에서 40대까지 골고루 퍼져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코빅>은 지상파에서 하기 어려운 자유로운 개그가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개그콘서트>가 한계에 부딪힌 것도 결국 소재 제한의 문제 때문인데 <코빅>은 원하는 개그 소재를 거의 다 쓰고 있다”고 평했다. 김석현 피디는 “사실 <개그콘서트>가 공개 코미디의 가장 이상적인 포맷(형식)이기는 하다. 하지만 새로운 공개 코미디 문화도 거부감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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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판정 맡아 승패 결정
이긴 팀엔 100만원 승리수당 소재 자유로워 새 코미디 개척
19금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기도 2일 오후 5시, 녹화 2시간 전. 430여명의 관객들이 한 손에 투표 스위치를 들고 차례대로 씨제이이엔앰(CJ E&M) 빌딩 공개홀로 들어섰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는 길어봐야 80m. 마치 대학로 소극장을 연상케 한다. 저녁 7시, 드디어 ‘코미디’가 승패의 갈림길에 선다. 개그맨들의 운명을 쥔 투표권자(관객)의 시선은 무대로 쏠린다. 케이블 채널 <티브이엔>(tvN)에서 매주 토요일 밤 9시에 방송하는 <코미디 빅리그>(<코빅>)는 1999년 <개그콘서트>(한국방송2)로 시작된 공개 코미디의 ‘극한’을 보여준다. ■ 웃기느냐, 웃기지 못하느냐 프로 스포츠의 리그제에서 형식을 따온 <코빅>은 독하디독하다. 시즌 1~3에서는 그나마 다자간 대결로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었는데, 시즌 4에서는 아예 1 대 1 끝장 승부로 간다. 판정을 맡은 관객의 구실이 그만큼 커졌다. 전쟁같이 코너를 소화한 개그맨(혹은 개그우먼)들은 무대 단상에 서서 몇 초 동안 관객의 판결을 기다린다. 관객은 1번 혹은 3번을 눌러 더 재미있는 코너를 선택하고, 이기는 팀에겐 100만원의 승리 수당이 돌아간다. 개불(양세찬·이용진)처럼 잘나가는 팀은 프로그램 내에서 광고 후원이 따로 붙기도 한다. ○승 ○패 숫자 안에는 그들의 ‘관객 웃기기 배틀’ 전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패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덜 웃겼다는 뜻이다. 재미가 없으면 ‘통편집’이라는 문구만 덩그렇게 방송되기도 한다. ‘코미디’까지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씁쓸한 현실. <개그콘서트>를 연출했던 김석현 <코빅> 피디는 “공개 코미디 형식이 천편일률적이어서 탈피하고 싶은 이유가 컸다. 이(e)스포츠 경기처럼 중계를 해주면서 후원사도 붙는 그런 새로운 형식의 코미디 프로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 ‘19금’의 아찔한 줄타기] <코빅>은 <개그콘서트> 등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절대로 소화할 수 없는 성 담론을 가감 없이 다룬다. ‘19금’을 넘나드는 언어 유희는 과감하면서도 노골적이고, 때로는 실소까지 자아낸다. 일례로, 이재형·한현민·정진욱으로 구성된 졸탄 팀은 ‘내시의 품격’에서 거세된 남자들의 말장난으로 주어진 5분을 거의 채운다. 요소요소에서 ‘있다 없으니까’(씨스타19), ‘있을 때 잘해’(오승근) 등의 노래가 소품으로 적절히 사용된다. ‘있다가 없는 것’이 무엇인지는 한번도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어떤 것인지 이미 알기에 관객은 웃게 된다. 홍석천과 리마리오가 꾸미는 ‘마초맨’은 동성애를 소재로 한 ‘퀴어 개그’까지 선보인다. 남성성을 연관시키는 단어들이 필터링 없이 그대로 전파를 탄다. 이미 커밍아웃을 한 홍석천은 “대한민국에서 이런 코미디를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한다. 퀴어 개그까지 등장했지만, 사실 ‘진짜 센 것’은 사전 리허설에서 제작진에 의해 걸러진다. 그래도 출연자들은 “평소 하고 싶은 코미디의 80%를 무대에서 편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상파에서 활동하는 개그맨들도 <코빅>에 출연하고 싶어한다는 후문이다. ■ 공개 코미디의 한계는 있다? 없다? <코빅>에서 현재 가장 인기있는 코너는 이용진·양세찬(개불 팀)이 꾸미는 ‘남조선인민통계연구소’다. 이용진이 남파 공작 요원을 훈련시키는 교관으로, 양세찬이 침투조인 공작 요원 후보로 등장한다. 중국집 배달원, 편의점 ‘알바생’, 술취한 50대 등 특정 계층이나 인물의 일상적인 습관을 아주 세세하게 묘사해내며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코너가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다. 동성애나 ‘셀프 디스’(자기 비하), 그리고 비(B)급 개그는 보수적인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 아직 버거운 면이 있다. ‘1 대 1 대결’ 포맷도 아직은 낯설기만 하다. 케이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지상파에 비해 파급 효과가 적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코빅>의 실험이 대중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코빅>은 현재 동시간대 케이블 시청률 1위(최고 2.7%)를 달리고 있고, 시청 연령층도 20대에서 40대까지 골고루 퍼져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코빅>은 지상파에서 하기 어려운 자유로운 개그가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개그콘서트>가 한계에 부딪힌 것도 결국 소재 제한의 문제 때문인데 <코빅>은 원하는 개그 소재를 거의 다 쓰고 있다”고 평했다. 김석현 피디는 “사실 <개그콘서트>가 공개 코미디의 가장 이상적인 포맷(형식)이기는 하다. 하지만 새로운 공개 코미디 문화도 거부감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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