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해프닝’(HAPPENING)에서 신곡 ‘젠틀맨’을 공개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싸이 ‘젠틀맨’ 공개 현장 이모저모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싸이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와이어에 매달린 그는 비상한 거위처럼 하늘을 날며 카니발의 노래 ‘거위의 꿈’을 불렀다. 그가 해외 활동 때 외롭고 힘들 때면 부르곤 했던 노래다. 싸이는 목이 메었는지 노래를 멈추고 눈물을 흘렸다. 노래를 이어간 건 5만 관객이었다. 힘을 얻은 싸이도 다시 노래했다. 13일 밤 서울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그렇게 거대한 노래가 울려퍼졌다. 싸이의 공연 ‘해프닝’의 한 장면이다.
이날 공연에선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신곡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처음 공개됐다.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싸이가 전혀 ‘신사’답지 않게 온갖 짓궂은 장난을 치는 모습을 코믹하게 담았다. 누군가가 뛰고 있는 러닝머신의 속도를 갑자기 높이거나 여자가 자리에 앉으려 하는 순간 의자를 빼는 식이다. 카메오로 출연한 개그맨 유재석이 용변이 급한 상황에서 엘리베이터에 타자 싸이가 모든 층수를 다 눌러버리는 장면도 배꼽을 쥐게 한다.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이을 신곡의 안무도 베일을 벗었다.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아브라카다브라’를 부를 때 춘 ‘시건방춤’을 응용한 춤이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멤버 가인과 함께 이 춤을 췄다. 싸이는 이날 공연에 앞서 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우리나라 춤이나 노래들을 많이 리메이크해 외국에 가져갈 생각이다. 널리 알려져서 춤과 노래의 원주인들이 외국 시장에서 재조명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곡 ‘젠틀맨’에 대해 “호불호가 갈린다는 걸 안다. 우려와 실망 섞인 인터넷 댓글도 많이 봤다. 하지만 주위의 기대와 부담이 클수록 오히려 나답게 ‘싼티 나는’ 노래를 하자는 생각에서 이 노래를 후속곡으로 골랐다”고 말했다.
‘젠틀맨’의 뮤직비디오와 새 춤에 대한 반응은 뜨거운 편이다. 13일 밤 9시 유튜브에 공개한 뮤직비디오 조횟수는 14일 오후 3시 현재 1000만건을 넘어섰다. 아이디 P3T3R113은 영어 댓글로 “끝내준다. 이 노래가 ‘할렘 셰이크’를 꺾어버리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할렘 셰이크’는 미국 디제이 바우어의 곡으로, 유튜브 패러디 영상의 선풍적 인기에 힘입어 빌보드 싱글 차트 1위까지 올라 ‘제2의 강남스타일’로 불린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공연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세계에 생중계한 유튜브에선 순간 동시접속자가 12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생중계한 네이버에선 165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위성·케이블 채널 <엠넷> <케이엠티브이> 생중계는 두 채널을 더해 2% 남짓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 동시간대 두 채널 합계 시청률의 25배에 해당한다.
‘젠틀맨’이 ‘강남스타일’ 열풍을 이을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싸이는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에서 “‘젠틀맨’이 1보 전진이 될지 다음을 위한 2보 후퇴가 될지 한달 후에는 밝혀질 것이다. 결과가 어찌 되든 현재 한국에서 큰 흥행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된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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