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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미워할 수 없는, 드라마 빛내는 악역들

등록 2013-06-05 20:27수정 2013-06-05 20:36

이성재, 박지영, 성동일(왼쪽부터)
이성재, 박지영, 성동일(왼쪽부터)
이성재·박지영·성동일·김태우…
연기 관록으로 악인의 존재감 뽐내
평론가 “개연성 있는 입체적 악역
배우들 연기 만나 캐릭터 완성돼”
#친구를 역적으로 몰아 죽이고 그의 딸을 기생으로 만들어 자신과 첫날밤을 치르도록 강요한다.(<구가의 서>의 조관웅)

#의붓아들인 세자 이호를 살해하려고 동궁전에 불을 낸다. 목숨을 구한 이호에게 “호야, 네가 죽어줘야겠다”고까지 말한다.(<천명>의 문정왕후)

#자신의 야망을 실현시켜 줄 조카 장옥정을 데려오려고 일부러 불을 내 강씨 부인을 살해한다. 걸림돌인 대비의 죽음을 앞당기기 위한 모략도 서슴지 않는다.(<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장현)

악하디악하다. 주연에 비해 등장하는 장면은 많지 않지만 몰입도는 최고다. 베테랑 배우들의 일품 연기가 더해지면서 ‘악역에도 품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악역이 호평을 받는 시대다.

최근 드라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악인은 <문화방송>(MBC) 월화극 <구가의 서>의 조관웅(이성재·왼쪽 사진)이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거침없이 여러 집안을 망가뜨리고, 이제 왜인들과 손잡고 조국까지 배신하려 하고 있다. 사극에 처음 출연한 이성재의 야비한 미소와 차가운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절대 악인’ 조관웅은 더욱 악랄해 보인다.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 수목극 <천명>의 박지영(문정왕후 역·가운데)이나 <에스비에스>(SBS) 월화극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성동일(장현 역·오른쪽) 또한 강한 욕망이 있는 야심가의 카리스마를 한껏 드러내고 있다. 이 둘도 매서운 눈빛 하나에 온갖 감정을 담아낸다. 특히 신분의 차이로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자살한 딸의 다리를 붙잡고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을 토해내는 성동일의 연기가 일품이었다. 문화방송 수목극 <남자가 사랑할 때>의 이창훈, 4월 종영한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김태우 또한 결코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악역을 연기 관록으로 소화해냈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2005~2006년까지만 해도 악역 하면 그저 나쁜 역할에만 머물렀다. 당시 악역은 단순히 욕만 먹는 역할이었지만, 최근에는 역할에 캐릭터가 부여되면서 악인들의 행동에서 개연성이 확보돼 입체적 인물이 됐다. 드라마의 질적인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오른 배우들의 연기도 캐릭터에 한층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윤 교수는 “작가가 아무리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해도 그것을 완성하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불안한 심리 묘사를 하면서 눈동자가 흔들리거나 손을 부르르 떠는 등, 연기자들이 악한 캐릭터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고 했다. 시청자들이 드라마 속 악인과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를 더 이상 동일시하지 않는 ‘문화적 성숙함’도 악역이 재조명받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자기 욕망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게 요즘 드라마의 트렌드이고, 이에 맞춰 악역도 개념이 바뀌었다. 욕망에 대해서 받아들이거나 해석하는 것 자체가 바뀌면서 자기 욕망에 따라 야망을 드러내는 캐릭터가 점점 공감을 얻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그는 “독설 화법의 김구라가 최근 여러 프로그램에서 환영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문화방송·한국방송·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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