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감독 30주기 스크린 안팎 재조명
부산국제영화제서 회고전 영화인생 다룬 책도 나와
고 이만희 감독의 30주기를 맞아 감독의 유작들과 영화인생을 재조명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6일 개막하는 제10회 행사에서 ‘이만희 감독 회고전’을 연다고 23일 밝혔다. 회고전에서는 <돌아오지 않는 해병> 등 감독의 대표작 10편이 상영된다.
특히 이번 회고전에서는 감독의 미발표작 <휴일>이 일반에 최초로 공개된다. 1960년대 말 도시를 살아가는 젊은 남녀의 절망과 좌절을 담은 것으로 알려진 <휴일>(1968년 추정)은 발표 당시 퇴폐적인 정서와 암울함을 그렸다는 이유로 상영 허가를 받지 못했다. 영화제쪽은 이 영화를 “이 감독의 실험정신과 완숙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밖에 <군번없는 용사> <04:00∼1950> <검은 머리> <마의 계단> <원정> <쇠사슬을 끊어라> <휴일> <귀로> <물레방아>도 관객들을 찾는다. 하지만 북한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감독 최고의 걸작 <만추>는 상영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영화제쪽은 “북한쪽과 조율을 거쳤지만, 프린트 보관 여부도 확인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회고전과 함께 10월13일 ‘한국영화 회고전 세미나; 이만희 감독의 삶과 영화’를 열어 이 감독을 재조명키로 했다. 한국영화학회와 부산국제영화제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세미나에서는 고인의 영화세계를 담은 다큐멘터리 상영과 더불어 그의 영화가 한국영화사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재확인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영화제쪽은 “이 감독의 영화세계는 자신만의 영역을 표기하는 작가영화와 대중적인 욕망의 지표를 표현하는 장르영화의 접점에 있었고, 이 감독은 장르영화를 통해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자화상을 재현했다”며 “장르영화가 주류를 형성하고, 작가적 상상력 역시 장르영화의 틀 속에서 다듬어지는 현재 한국영화계의 현상은 이만희 감독을 과거로부터 현재로 불러내고 있다”고 회고전 기획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감독의 조감독으로도 활동했던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 유지형씨는 고인의 영화인생을 조명한 <영화감독 이만희>(다빈치)를 펴냈다. 유씨는 이 책에서 15년 동안 50여편의 영화를 만들고 43살로 생을 마감한 고인이 한국 영화사에서 차지하는 자리를 더듬고 있다. 첫 작품인 <주마등>(1961)에서부터 유작인 <삼포 가는 길>(1975)까지 이 감독이 탁월한 영상미와 간결한 영상화법을 구사하며 하류인생들과 전장에서 죽어간 병사들, 고독한 여인들의 고통을 스크린에 담은 과정을 담았다. 이밖에 고인이 활동했던 1960∼70년대 한국 영화계의 상황도 곁들였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다빈치 출판사 제공
돌아오지 않는 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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