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공주’ 오빠들. 손창민·오대규는 이미 하차했고 큰오빠 박영규(가운데)도 하차설이 나돈다. 문화방송 제공
출연자 줄하차에 줄거리 표류
‘임성한표 막장’의 진화 보는듯
‘임성한표 막장’의 진화 보는듯
마치 데스 노트 같다. 인물들이 사라진다. 그것도 아주 뜬금없이.
주인공 오로라(전소민)의 아버지(변희봉)는 갑작스레 교통사고로 숨졌고, 올케 3명(이상숙, 이아현, 이현경)은 줄줄이 미국으로 건너갔다. 둘째 오빠와 내연 관계에 있던 여자(신주아)도 프랑스 유학으로 ‘정리’됐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남자 주인공 황마마(오창석)의 누나들 셋(김보연, 박해미, 김혜은)과 대칭 관계를 이루던 오빠 셋 중 박영규를 제외한 손창민, 오대규가 최근 돌연 하차했다. “미국의 아내들이 교통사고를 당해서”라지만 둘은 이미 마마네 누나들과 미묘한 감정이 오가던 터였다. 손창민, 오대규와 더불어 큰오빠 박영규까지 하차설에 휩싸여있다. <오로라 공주>의 이야기 뼈대가 ‘세 오빠들이 있는 막내 공주(오로라)’와 ‘세 누나들이 있는 막내 왕자(황마마)’의 험난한 사랑 이야기이였던 터라 오빠들의 하차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방송가 안팎에서는 임성한 작가의 ‘독특함’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 작가의 전작들에서도 출연자의 돌연사 등 급작스런 퇴장 상황이 있었다. <하늘이시여>에서는 김영란이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로 숨졌고, 김숙은 개그 프로그램을 보며 웃다가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었다. <보석비빔밥>이나 <신기생뎐>에서도 돌연사가 등장했다. 그러나 극이 3분의 1 정도밖에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로라 공주>처럼 무더기로 하차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오로라 공주>는 시청률이 15%를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자체 최고 시청률(13.9%·닐슨코리아 집계)을 경신했지만, 12일에 방영된 39회까지 평균 시청률이 10.5%밖에 되지 않는다. 임 작가의 드라마 중 가장 시청률이 낮은 <아현동 마님>(2007년·평균 18.9%)에도 한참 떨어진다. 개연성 없는 롤러코스터식 이야기 전개로 ‘막장’ 비난 또한 면치 못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재벌 2세이면서 신분을 숨기고 오로라의 매니저가 된 설설희(서하준)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것이다. 설희는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시청자들한테서 남자 주인공 못지않은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덕분에 시놉시스상 없던 설희의 부모들(임혁, 김영란)까지 등장하며 오로라, 황마마와 함께 3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극 전개가 처음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전체 내용이 틀어지면서 <오로라 공주>의 중견 연기자들이 맡은 원래 캐릭터들은 줄줄이 낙마의 철퇴를 피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방송연기자노조 관계자는 “드라마에서 어이없게 중간에 하차해도 이에 따른 보상은 일체 없다. 향후 드라마 출연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어 제작사나 작가에게 항의도 제대로 못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강제적인 드라마 하차나 조기 종영시 보상을 해주는 표준출연계약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방송사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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