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스비에스)
시청률 10% 넘는 프로그램 없어
지상파 제작비 절감 ‘토크’ 의존 탓
붕어빵 아닌 실험적 프로에 목말라
지상파 제작비 절감 ‘토크’ 의존 탓
붕어빵 아닌 실험적 프로에 목말라
드라마가 끝난 밤 11시15분. 리모컨 버튼을 여기저기 눌러본다. 무엇을 볼까? 상차림은 풍성한데 도통 눈은 가지 않는다. 왜일까?
주중 밤 11시대에 시청률이 제법 높은 지상파 프로그램은 <안녕하세요>와 <해피투게더>(이상 한국방송2)다. <안녕하세요>는 일반인의 소소한 고민부터 말 못할 이야기까지 들어준다. 가끔 억지 사연과 홍보성 출연자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시청자들과는 제법 통한다. 2007년 7월 첫 방송 뒤 장수 예능 프로그램이 된 <해피투게더>도 ‘야간매점’ 등을 선보이며 ‘선방’하고 있다. ‘야간매점’이 소개한 ‘골빔면’(골뱅이 비빔면), ‘뻥크림’(뻥튀기+아이스크림)은 시청자들이 한 번쯤 따라 만들어본 음식이 됐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조차 최근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가장 최근 시청률은 8.4%(<안녕하세요>·26일)와 9.1%(<해피투게더>·22일)였다. 14.2%(2011년 12월19일·<안녕하세요>), 22.2%(2008년 1월17일·<해피투게더>)의 자체 최고 시청률에 한참 못 미친다.
다른 프로그램 사정도 마찬가지다. 특히 토크쇼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에스비에스)는 5%대에 머물고 있다. 화요일 같은 시간대 종합편성채널 <제이티비시>(JTBC)의 <유자식 상팔자>(시청률 4.5%)에 따라잡힐 위기다. 부부 토크쇼 <자기야>(에스비에스)도 최근 시청률이 5.4%였다. 시청률이 2.8%까지 추락했던 <무릎팍도사>(문화방송)는 지난주 7년 만에 폐지됐고, 평균 시청률이 4.9%였던 <땡큐>(에스비에스)도 3주 전 문을 닫았다. 토크쇼 중에서는 그나마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사진·에스비에스)가 8~9%대를 유지하나 1년 전에 비하면 반 토막이다.
<우리동네 예체능>(한국방송2)과 <나 혼자 산다>(문화방송)도 방송사 안팎의 후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금요일 밤 오디션 열풍도 시들해져 3회까지 방송된 <엠넷>의 <슈퍼스타 케이(K)> 시즌5의 시청률은 두 자릿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계에서는 아이피티브이(IPTV) 등장 등의 플랫폼 변화와 채널 다양화가 지상파 시청률의 전반적 하락을 불러왔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지상파 주중 예능이 제작비 절감을 위해 ‘말’에 의존한 토크쇼에 집중하다 보니 케이블이나 종편을 통해 실험적이고 ‘센’ 예능을 접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지상파 예능은 창의적 포맷으로 새로운 시청층을 창출하기보다는 안전한 노선을 걸으면서 고정 시청층을 나눠 먹기 하는 경향이 짙다”고 진단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인 토크쇼 시청률 하락은 지상파 시청률 이탈 현상을 징후적으로 보여준다. 요즘 시청자는 ‘남’ 얘기보다는 ‘우리’ 이야기를 원한다. 구태의연하게 과거를 반복해서는 시청자 눈을 사로잡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