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부터 <왕가네 식구들>, <결혼의 여신>
작품 끝나기도 전, 다른 작품 출연
정반대 캐릭터 연기에 시청자 혼란
인지도 높을수록 여러 배역 동시에
“드라마 완성도 위해 겹치기 막아야”
정반대 캐릭터 연기에 시청자 혼란
인지도 높을수록 여러 배역 동시에
“드라마 완성도 위해 겹치기 막아야”
주말 저녁 7시50분 <왕가네 식구들>(한국방송2). “이태란이 나오네?”
<왕가네 식구들>(사진 위)이 끝나고 1시간 뒤 채널을 돌려 밤 9시55분 <결혼의 여신>(아래·에스비에스). “엇, 또 이태란이네!”
드라마 팬이라면 고개를 갸웃할 만하다. 이태란이 1시간여 시간차를 두고 주말 저녁에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겹치기 출연이다.
캐릭터는 상반된다. 8월31일부터 시작된 <왕가네 식구들>에서는 잘난 첫째 딸 왕수박(오현경)에 가려 구박만 받는 둘째 딸 왕호박 역을 맡았다. 무능한 남편(오만석) 탓에 ‘짠순이’가 된 터라 옷차림새도 아주 수수하다. 언니 집에서 가사도우미처럼 살림도 대신 해준다. 하지만 <결혼의 여신>에서는 180도 변한다. 재벌가 둘째 며느리로 호텔 경영에 참여한다. 집안에 가사도우미를 여럿 두고, 시어머니와 함께 셋째 며느리 남상미를 구박한다. 마치 <왕가네 식구들>에서 당한 것을 <결혼의 여신>으로 푼다는 착각마저 부른다.
이태란은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원래 <결혼의 여신>이 20부작이었는데, 32부작으로 늘어나며 겹치기 출연이 됐다. 작가(문영남)와 작품이 좋아서 포기할 수 없어 욕심이 났다”고 말했다. 이태란은 <소문난 칠공주>로 문영남 작가와 연을 맺었다. 두 드라마의 연기가 헷갈리지는 않을까. 이태란은 “정반대의 캐릭터이고, 입는 옷차림도 달라서 자연스럽게 다른 연기가 나온다”고 했다. <결혼의 여신>이 현재 20부까지 진행됐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앞으로 한 달 이상 1시간여 차이로 성격과 옷차림이 확 변하는 이태란을 봐야 한다.
이태란처럼 현재 방송중인 드라마에 2개 이상 출연하는 연기자는 여럿 된다. 특히 인지도가 높은 베테랑급이 많다. 천호진은 월·화요일에는 저녁에 의류업체 사장(에스비에스 일일극 <못난이 주의보>)이었다가, 2시간 뒤 밤에는 병원장(한국방송 2텔레비전 <굿 닥터>)이 된다. 김창완은 <굿 닥터>에서는 병원을 통째로 삼키려는 야망가이지만, 그 직후 <티브이엔>(tvN)이 방영하는 <후아유>에서는 경찰 강력반 팀장으로 나온다. 아직까지는 <굿 닥터>에서 모습을 많이 드러내지 않아 큰 혼선은 없다.
길용우처럼 ‘월화수목금토일’ 내내 모습을 드러내는 연기자도 더러 있다. 길용우는 월~금요일에는 <지성이면 감천>(한국방송1), 주말에는 <금 나와라 뚝딱>(문화방송)에 등장한다. 길용우는 이태란처럼 <오자룡이 간다>(문화방송>가 연장 방송되는 바람에 시간 차를 두고 2주 동안 두 개 방송사의 저녁 일일극에 출연하기도 했다. 한진희와 김청 또한 월~금요일에는 아침극 <두 여자의 방>(에스비에스)에, 주말에는 각각 <금 나와라 뚝딱>과 <원더풀 마마>(에스비에스)에 출연한다.
겹치기 출연 자체를 문제삼는 목소리는 많지 않지만 불만스러워하는 이들도 있다. 한 조연급 연기자는 “두 드라마 촬영 스케줄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제작진이나 동료 연기자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고, 저쪽 드라마 촬영 스케줄이 길어지면 이쪽의 다른 연기자들은 몇 시간씩 촬영장에서 대기하기도 한다”고 했다.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서 김수현 작가처럼 연기자의 겹치기 출연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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