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드라마어워즈’ 남자연기상 이문식
‘서울드라마어워즈’ 남자연기상 이문식
대학때 운동…법정서 “임수경 만세”
졸업뒤 배우…연극 정말 배고팠다
조연서 주연…흥행 줄줄이 실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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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식’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코믹 연기다. 영화 <황산벌>, 드라마 <돈의 화신> 등에서 극의 긴장을 완화시켜주는 감초 역할을 많이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서울드라마어워즈 2013’에서 <한국방송>(KBS) ‘드라마 스페셜’ 단막극 <상권이>로 남자 연기상을 수상했다. 희극 연기가 아닌 비극 연기가 ‘통’했다.
지난해 12월 방송된 <상권이>에서 이문식(46)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내도 다 떠나버리고 세상에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술에 취하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공사장 인부를 연기했다. 웃음기 없는 얼굴로 처절한 하류 인생을 온몸으로 표현해냈다. 그의 연기가 돋보인 <상권이>는 심야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6.1%(닐슨코리아 조사)의 시청률을 냈다. ‘드라마 스페셜’ 단막극 사상 최고다. 시상식 직전 인터뷰에서 이문식은 “나도 술 먹고 필름이 자주 끊기는데 대본을 보고 ‘이건 내 꺼다’ 싶어서 감독님에게 전화를 했다. 코미디 말고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다. 상까지 받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상권이’ 인생에는 없었지만, 그의 연기 인생에는 반전이 많았다. 2000원짜리 라면도 못 사먹을 정도로 벌이가 시원찮던 연극 배우를 7년 넘게 했다. 11대 종손으로 홀어머니와 동생들에게 미안해서 물탱크 청소 아르바이트까지 했더랬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기에 시체 닦기 아르바이트를 할까도 했다. 하지만 연기의 끈은 놓지 않았고, <달마야 놀자>(2001)와 <황산벌>(2003) 등으로 기어이 ‘이문식’ 이름 석자를 알렸다.
이후 순탄할 것 같던 그의 연기 인생은 다시 꼬였다. 영화 <플라이 대디>와 <공필두>, 드라마 <백한번째 프로포즈>(이상 2006년)에서 연달아 주연을 맡았는데,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다. ‘충무로 흥행 부도수표’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는 “주연했던 사람이 조연을 할까 싶어서 그런지 이후에 조연역도 거의 안 들어와서 본의 아니게 1년 정도를 쉬었다”고 했다.
연기와 더불어 그의 삶 자체도 나름대로 파란만장했다. 육사 가서 직업군인이 되려던 것이 틀어지고, 해양대 가서 선장이 되려던 것도 집에서 반대했다. 항공대에 진학했지만 자퇴하고 우여곡절 끝에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다. 하지만 입학 뒤 한동안 ‘길거리’에 있었다. 시위 선봉에 섰다가 화상을 입기도 하고, 임수경씨 방북 사건 법정에서는 “임수경 만세!”를 외쳤다가 20일 구류까지 살았다. 군 생활은 동생이 장교로 있는 부대에서 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연기에는 자양분이 됐다.
한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지만 “피폐해질 것 같아서” 신문과 방송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한다. 드라마는 집 밖에서만 본다. 두 아들은 대안학교에 보냈다. “경쟁보다는 더불어 사는 법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초등학교 4학년 큰아이는 몇 달 전 스스로 한글을 깨쳐 지금은 책 읽는 것에 빠져있다. 이문식은 “옛날에는 연기 자체가 삶의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연기도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편이라고 본다. 지금은 내가 아닌 가족을 위해 연기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10월에 방송되는 <기황후>(문화방송)에서 처음으로 내관 역할을 맡았다.
글·사진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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