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림이 1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 옥상정원에서 눈을 감은 채 바람을 맞고 있다.
‘투윅스’ 킬러역 송재림
모델 출신…‘해품달’서 얼굴 알려
진지한 배역과 다르게 천진난만
“이제 밝은 캐릭터 연기하고 싶어”
모델 출신…‘해품달’서 얼굴 알려
진지한 배역과 다르게 천진난만
“이제 밝은 캐릭터 연기하고 싶어”
이야기를 나누면 느낌이 좋은 사람이 있다. 가끔 주제가 엇나가 별나라, 달나라를 갈 때도 있지만, ‘피식’ 웃게 된다. 이를테면 군대에 관한 질문에 시급 2670원을 받고 나사를 아주 열심히 조였던 방위산업체 얘기를 하다가, 촬영 때문에 예비군 훈련에 계속 빠져서 벌금 50만원이 나왔다고 푸념하며 끝나는 식이다.
다소 엉뚱한 것 같지만 진지하고, 날카로워 보이지만 천진난만하다. 연기자 송재림(28)이 그렇다. 이름이 익숙지 않다고? <해를 품은 달>(2012)의 호위무사 ‘운’, 최근 종영한 <투윅스>의 킬러 ‘김선생’을 떠올리면 된다. 함박웃음을 지으면 호위무사나 킬러의 모습은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가을 햇살이 좋았던 1일 오후 <한겨레> 사옥에서 만난 송재림은 그랬다.
데뷔작이 “2009년 영화 <여배우들>이 맞냐”고 물으니 약간 억울해한다. “영화 자체가 다큐처럼 만들어져서 그냥 옆에 서 있었을 뿐”이었단다. 그렇다면 그나마 ‘연기’를 했던 영화 <그랑프리>(2010년)가 데뷔작이 되겠다. 물론 그 전에는 카리스마를 내뿜는 전도 유망한 모델이었다. 180㎝의 ‘비교적 작은’ 키지만 모델로 승승장구할 수 있던 건, 주위 사람들을 ‘큰바위 얼굴’로 만드는 아주 작은 얼굴과 황금 비율의 몸 때문일 게다.
<꽃미남 라면가게>(티브이엔·2011년)를 거쳐 <해를 품은 달>에 출연할 때만 해도 “촬영 현장이 무서웠다”고 한다. “아무것도 몰라서 ‘조명이 너무 뜨겁다’고만 느꼈”고 “‘레디~, 액션’ 뒤 첫 대사를 할 때까지의 적막감이 너무 두려웠다.” 그 당시의 스스로에게 주는 연기 점수는 “그냥 마이너스(-)”다. 지금은? “숫자를 싫어해서 점수 매기고 싶지 않다”며 답을 회피한다.
하지만 통과의례를 치른 뒤부터는 “책 읽기로 치면 목차를 다 읽은 기분이 들어서” 한결 여유가 생겼다. 적막감을 채워넣을 수 있는 테크닉이 점점 생긴다고나 할까. 송재림은 “<해를 품은 달> 때 백신을 맞아서 면역력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낯을 많이 가리던 성격도 조금씩 바뀌고 있단다.
<투윅스>에서 그는 문일석(조민기)의 사주를 받고 주인공 장태산(이준기)을 위협하는 전문 킬러로 분했다. 극 후반에는 문일석에게 밀려났던 한치국(천호진)의 잃어버린 아들로 밝혀져 반전을 선사하기도 했다. 표정 없는 얼굴로 서늘한 기운을 내뿜는 모습은 킬러 그 자체였다. 송재림은 “이제 ‘운’이나 ‘김선생’ 같은 과묵한 연기는 지양하고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며 웃었다. 하지만 <투윅스> 종영 뒤 “방향을 잃은 개처럼 침대 위에 둥둥 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아직은 ‘김선생’의 여운이 짙은 듯하다.
송재림은 연기의 매력에 대해 “가면을 쓰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내가 연장돼 캐릭터에 녹아들기는 하지만 결국 연기는 가면이고 거짓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장을 즐길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즐거움을 알아야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작품을 고르는 휴식기에 그는 무엇을 할까. “집에서 책 읽고, 컴퓨터 하다가 화·목·일요일에는 쓰레기 분리수거 하러 나가겠죠”라며 활짝 웃었다. 다음 작품에서는 밝은 캐릭터의 ‘재림’을 기대해 본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