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너의 아빠일까>(2005)
미국의 황당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최소의 제작비로 최고의 효과를 올린다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리얼리티쇼가 넘쳐나는 미국에서는 너무 지나치고 황당해서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고 단명한 프로그램이 여럿 있었다.
대표적 사례가 <누가 너의 아빠일까>(2005년·사진)다. 아기 때 입양된 성인 여성이 나서 25명 남자 중 자신의 친부를 골라내는 내용인데, 여성이 진짜 아버지를 찾으면 10만달러를 받고, 잘못 고르면 가짜 아버지 연기를 한 이가 10만달러를 받는 형식의 프로그램이었다. 지상파인 <폭스>에서 1회를 내보냈으나 입양단체 등의 강력한 항의로 이후 유료 케이블 채널인 <폭스 리얼리티>로 옮겨가 나머지 회차가 방영됐다. 참고로, 여성은 진짜 아버지를 찾았을까? 짜고 친 고스톱일 가능성도 있으나 ‘혈육은 끌린다’는 모범 답안을 내놨다.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여성들에게 전신 성형을 시켜준 <더 스완>(2004년)은 시즌 2까지 제작됐다. 시즌 마지막 회에 출연자들을 모아놓고 미인대회처럼 ‘성형 미인’ 1인자를 뽑은 뒤 거액의 상금과 여행권을 준 게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꿈의 결혼’을 향한 예비신부 12명의 살벌한 경쟁을 다룬 <신부 만들기>(2010년)나 남자들이 구레나룻을 놓고 경합한 <구레나룻 전쟁>(2011년)은 시청자들한테서 ‘이건 뭐지?’ 하는 반응을 얻었다.
혹평이 쏟아진 변종 짝짓기 프로그램도 많았다. <누가 백만장자와 결혼할까>(2000년)에서는 부유한 남성이 50명의 신붓감 중 한 명을 골랐다. 하지만 방송 뒤 드러난 진실은 남성이 사실은 백만장자가 아니었으며, 남성이나 최종 선택된 여성 모두 결혼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추문의 주인공인 모니카 르윈스키가 진행을 맡은 <미스터 퍼스낼리티>(2003년)는 외모가 아닌 성격으로 남자를 고른다는 취지로 남자 참가자 20명에게 가면을 씌웠다. 남성들은 탈락했을 때에야 비로소 가면을 벗을 수 있었다.
<아메리카에 의한 결혼>(2003년)은 아예 시청자들을 중매자로 만들었다. 각각 5명의 남녀를 선발해 시청자·가족·친구·전문가들로 하여금 가장 잘 어울리는 커플을 짝짓게 하고, 서로 본 적도 없는 이들을 강제로 약혼시켜 서바이벌 경쟁을 벌이도록 했다. <플레잉 잇 스트레이트>(2004년)는 여성 출연자가 동성애자(9명)가 섞여 있는 14명의 남자들과 데이트를 즐긴 뒤 탈락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이성애자를 선택하면 상금 100만달러를 그 남성과 나눠 갖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동성애자를 택하면 100만달러의 상금은 온전히 그 동성애자의 것이 됐다. 결과는? 여성은 35.7%의 확률을 뚫고 이성애자를 택했고, 2년 동안 그와 데이트를 즐겼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시즌 1로 끝났으나 영국에서는 시즌 2까지 제작·방영됐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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