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부장 “논란이 계속 커져 고심 끝에 방영 않기로 결정”
하태경 이어 새누리·국방부도 나서자 ‘굴복’…후폭풍 예상
하태경 이어 새누리·국방부도 나서자 ‘굴복’…후폭풍 예상
엠비시(MBC)가 ‘진짜 사나이’ 제작진의 초청으로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강연한 이외수 작가의 강연 부분을 통째로 방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천안함 사건에 의혹을 제기했던 이외수 작가가 해군에서 강연한 것을 두고 이 작가를 비난하는 한편, 엠비시 쪽에 방영 중지를 요청해왔다.
엠비시 권석 부장은 22일 “어제 저녁 제작진 내부 회의에서 편집하는 걸로 결정했다”며 “원래 프로그램 의도와는 관계 없는 방향으로 논란이 계속 커지니까 고심 끝에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권 부장은 이어 “유가족이나 전사자의 상처를 다시 건드리는 것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방송 직전에 결정한 것은 아니다. 원래 한달 뒤 방송 예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엠비시의 이번 결정은 보수 여론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는 것은 물론, 이외수 작가의 거센 반발을 살 수 있어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발단은 이 작가가 지난 16일 “엠비시(MBC) ‘진짜 사나이’ 제작진 초청으로 천안함 제2함대 사령부에서 강연”이라고 트위터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사실을 접한 하 의원은 20일 트위터와 페이스에 이 작가의 강연을 비난하는 논평을 냈다.
하 의원은 이날 논평에서 “황당하고 당혹스러움을 넘어 참담한 심정이다. 천안함 잔해가 전시되어 있는 평택 2함대 사령부에서, 천안함 폭침을 ‘소설’로 규정하고 ‘내가 졌다’며 조롱하던 이외수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그것이 엠비시 ‘진짜 사나이’를 통해 방송이 된다니”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이 작가와 함께 해군 지휘부 쪽도 비판했다. 하 의원은 논평에서 “이번 초청 강연을 주선한 측과 그것을 승인한 제2함대 사령부 측에 모두 깊은 반성을 촉구한다. 엠비시 측에는 즉각 공개사과와 함께 해당 부분에 대한 방송 중지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하 의원이 논평을 낸 사실을 접한 이 작가는 20일 자신의 입장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 작가는 “의원님 군대 안 가려고 국적 포기한 고위층 자녀들보다 황당하겠습니까. 저는 그래도 병역은 필했습니다”라고 꼬집었다.
이 작가의 트윗에 대해 하 의원은 바로 다시 대응했다. 하 의원은 “제가 왜 논평 냈는지 파악이 안되신 모양입니다. 아직도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인 것을 소설로 생각하십니까?”라고 적었다. 그는 또 “이외수님, 지금이라도 천안함 북한 소행을 소설이라고 조롱한 것에 대해 국민과 순국 천안함 장병 46 영령들께 사죄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우리 국민들 마음이 너그러워 진심으로 사과하시면 용서해주실 겁니다”라고 비꼬듯이 말했다.
하지만 이 작가는 “저는 북한군이 그토록 신출귀몰하는 초과학적인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인정못했을 뿐입니다. 존경하는 의원님. 의원님은 북한을 그토록 위대한 능력을 가진 집단으로 보십니까”라며 하 의원의 사죄 요구를 일축했다.
하 의원도 지지 않고 반격을 가했다. 하 의원은 “저는 북이 했다고 확신합니다. 여전히 님께서 천안함 북한 소행일 리가 없다는 신념을 포기할 수 없다면 딴 곳은 몰라도 그곳은 감히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죠”라며 “님이 가신 그곳은 북에 의해 순국하신 천안함 46영령들의 혼이 떠다니는 곳입니다”고 재차 천안함 문제를 거론했다.
이에 이외수 작가는 하 의원의 병역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이 작가는 “제가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군대는 젊음을 보석으로 만든다’는 강연을 한 것에 문제를 제기한 국회의원께 묻습니다”라며 “당신은 국민의 4대 의무인 국방의 의무조차 수행치 않으셨습니다. 당신은 국회에 앉아 계실 자격이 있으십니까”라고 받아쳤다. 하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하 의원은 “자기 방어 논리가 군대 갔다왔다 밖에 없으시군요. 님 말대로 저는 학생운동하다 감옥 살아 군대 가고 싶어도 안 받아줘서 못갔습니다. 군미필자인 저같은 사람 눈에도 천안함 북한 소행임이 명백한데 군필자인 님께선 왜 다른 군필자들까지 욕보이십니까”라고 반론을 폈다.
논란이 이어지는 와중에 이 작가는 “독도는 분쟁 지역이며 일제시대 사람들은 일본제국을 자신의 조국이라 생각했다-라고 망언을 일삼던 분이 이외수의 군대는 젊음을 보석으로 만든다는 강연에 극단적인 거부 반응을 보이십니다. 국방부에도 항의하고 방송국에도 항의하고 기자회견까지 여셨군요. 헐”이라며 하 의원에게 돌직구를 날린 뒤 21일 낮 12시께부터 트윗을 올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하 의원은 “외수님 스스로 비겁하고 생각지 않으세요. 계속 반칙이시네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셔야 할 겁니다”라고 대응한 뒤 이 문제를 계속 공론화하고 있다.
국방부가 21일 이번 논란에 대해 “이외수씨의 강연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국방부 실무자들은 이외수씨의 과거 천안함 폭침 관련 트윗 등을 꼼꼼히 확인하지 못했다. 국방부는 이로 인해 야기된 논란들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하 의원은 “국방부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못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도 여기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천안함 폭침을 소설이라 조롱한 이씨가 폭침된 천안함이 전시된 제2 함대에서 장병을 상대로 강연한 것은 어이가 없다”며 “국방부 관련자를 즉각 문책하고 해당 방송사에 방송 보류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온라인뉴스팀
하태경 의원(왼쪽)과 이외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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