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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응사’는 선물같은 작품…나정이처럼 애틋한 연애 하고 싶어

등록 2014-01-06 19:34수정 2014-01-06 20:22

고아라(24)
고아라(24)
‘응사앓이’ 부른 주인공 고아라

자갈치시장서 사투리 녹취해 공부
선머슴 배역 위해 7㎏ 살찌웠다 빼
무한긍정·오지랖 넓은 건 내 모습
싱글벙글. 참 잘 웃는다. 어릴 적 우상이던 장동건을 진짜로 봤을 때를 얘기하면서는 동그란 두 눈이 더 커졌다. “진짜 너무 멋있어서 ‘헉’ 하고 숨이 멎을 뻔했다니까요. 지금 봬도 심장이 두근거려요.” 생기발랄 그 자체다. 최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고아라(24·사진)를 만났다.

고아라는 2003년 이옥림(<반올림#>)으로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뒤, 데뷔 10주년에 <응답하라 1994>(<응사>·티브이엔)의 ‘성나정’을 만났다. 그동안 ‘이옥림’의 그림자가 끈덕지게 따라다녀 트라우마까지 생겼던 터. 새롭게 ‘성나정’이라는 옷을 입으려고 긴 머리를 싹둑 잘랐다. “대본을 받고 맨 처음 떠오른 이미지가 외모에는 신경을 안 쓰는 선머슴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결정한 일이다. 촬영 직전에는 신원호 피디의 권유로 살도 5㎏ 찌웠다. 촬영 중 꽃게찜과 소라 등을 거침없이 해치우며 2㎏ 더 쪘다. 후반부에는 엇갈리는 사랑에 아파하는 나정이를 표현하려고 도로 살을 빼고 머리 모양도 바꿨다. 애초부터 ‘살 빠진 성나정’을 위해 ‘살찐 성나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응사> 촬영 전 사투리 공부도 다시 했다. 경남 진주 출신이지만, 어느 순간 기억에서 사라진 사투리를 끄집어내기 위해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아 할머니들의 사투리를 녹취했다. <응답하라 1997>의 정은지에게서 모티브를 얻기도 하고, 부산에 살다 막 서울로 올라온 사촌 동생한테도 배웠다. “나정이에게 맞는 사투리가 뭔지 많이 고민했어요. 같은 경상도라도 지역마다, 세대마다 억양이나 말투가 다르거든요. 스무살의 풋풋한 사투리를 쓴다고는 썼는데, 결국 마산·진주·부산 사투리가 짬뽕된 채 나왔어요.” 경상도가 고향이기는 하나 그의 사투리가 흉내내기 범주를 넘은 것은 그만큼 치열하게 고민했기 때문이다.

1990년생으로 90년대 문화를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탓에 자료 수집도 많이 했다. 학교 도서관에서 신문을 통해 사회적 이슈나 연예·문화 콘텐츠를 훑어보고, 이재룡과 김민종 같은 소속사 선배 등한테서 90년대 문화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순간에는 90년대 인구 분포도까지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내가 왜 이것까지 보고 있지?’ 하는 마음까지 들더란다. “그래도 농구대잔치와는 거리감이 있었어요. 아이돌 오빠에 대한 마음은 이해되는데, 농구 오빠들에 대한 마음은 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했죠. 나정이가 엄청 좋아한 이상민 오빠에 대해서는 기사도 다 찾아보고 사진 스크랩도 하고 그랬어요.”

고아라는 성나정에 대해 “70%는 내 모습”이라고 했다. ‘무한 긍정 모드’나, 이성 친구도 편하게 대하지만 진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표현을 못하는 것이 닮았다.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열심히 먹고, 뼛속에 박힌 시골 아이 정서 덕분에 오지랖이 넓은 것”도 똑같다. “<반올림> 때 한국방송에 들어가면 청소 아줌마부터 피디 분들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했어요. 신원호 피디님도 당시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한 저를 기억하시고 ‘보고 싶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응답하라 1997>처럼 남편 찾기 퍼즐로 진행된 <응사>에서 성나정의 선택은 늘 배려하는 친구 같은 ‘칠봉이’(유연석)가 아닌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친오빠 같은 ‘쓰레기’(정우)였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결국 첫사랑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은데, 첫사랑이 쓰레기여서 애틋함과 설렘이 남다를 듯해요. 짝사랑 경험이 있어서 극 초반 짝사랑의 감정은 표현할 수 있었는데, 실제 사랑을 시작하면서부터는 경험이 없어서 정우 오빠가 옆에서 많이 도와줬어요. 진짜 애틋한 연애는 아직까지 못해봐서 진짜 하고픈데….”

고아라는 18부 촬영 도중 오른 발목을 접질려 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촬영 막바지에는 2주가량 하루 1시간밖에 못 자는 강행군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책임감으로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잘 버텨냈다. 시청자들은 최고 시청률 11.9%(12월28일 최종회·닐슨코리아)로 답했다. 케이블 드라마 사상 최고다. 스스럼없이 방귀를 뀌고, ‘끄억’ 하며 트림을 하고, 말하면서 밥알을 튕기는 모습에서도 성나정이 사랑스러웠던 이유는 고아라 자체가 성나정이 됐기 때문일 것이다.

옥림이로 사춘기를 겪었고 나정이로 첫사랑을 앓았다. 그사이 키(163→169㎝)만큼 연기자로서도 성장했다. “이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연기하려고요. 나정이요? 평생 마음에 품고 있을 거예요. <응사>는 제게 선물 같은 작품이니까요.”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에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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