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범죄 인권 조명에 갈채
어린이 범죄 인권 조명에 갈채
“소년의 눈으로 사회 구조 다뤄” ‘정신상’은 와타이 감독 ‘작은 새’
분소는 자동차 사고로 숨졌다. 토니는 마약 복용 뒤 깨어나지 못했다. 감옥 생활을 거치며 강간·마약 판매 등을 배워 더욱 거칠어진 필리핀 소년들의 삶의 끝은 참혹했다.
지난달 29일 막을 올려 지난 3일 끝난 ‘제2회 이비에스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EIDF 2005)에서 〈필리핀 소년, 분소〉(디치 카롤리노·나나 부자니 감독)가 대상을 받았다.
〈필리핀 소년, 분소〉(사진)는 12살짜리 필리핀 소년 분소와 친구인 디오셀, 토니가 필리핀 최대의 감옥에서 겪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담아냈다. 부모의 학대 끝에 가출해 절도를 일삼다 붙잡힌 아이들이 감옥의 성인 범죄자들로부터 살인까지 강요당하는 현실을 그렸다. 국경과 인종을 넘어 많은 이들의 눈물을 자아낸 까닭에 〈필리핀 소년, 분소〉는 경쟁부문 ‘페스티벌 초이스-생명과 평화의 아시아’에서 대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장인 네덜란드의 레오나르트 레텔 헬름리흐 감독은 “주인공인 어린 소년이 경험하는 가정 문제와 수감 생활, 그리고 구조적인 사회문제에 대한 느낌을 소년의 시각에서 뛰어나게 조명했다”는 심사평을 남겼다. 〈필리핀 소년, 분소〉는 시청자상 투표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다큐멘터리 정신상은 일본 와타이 다케하루 감독의 〈작은 새〉가 차지했다. 전쟁의 상처가 또다른 폭력을 낳는 악순환을, 이라크를 무대로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특별상과 시청자상에는 각각 중국 궈샤오루 감독의 〈콘크리트 혁명〉과 부탄의 도지 왕축 감독이 만든 〈부탄의 오지학교〉가 뽑혔다. 〈콘크리트 혁명〉은 빠른 속도로 자본주의화해 가는 베이징 한복판에서 자살과 체불 임금,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건설노동자들의 아픔을 그렸다. 〈부탄의 오지학교〉는 히말라야 산속 오지마을에 부임한 도시 출신 교사의 눈을 통해 부탄의 오염되지 않은 환경 등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한편, ‘제3회 이비에스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EIDF 2006)의 주제는 ‘화해와 공존, 번영의 아시아’로 정해졌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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