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33)
15일 ‘응사 드라마 콘서트’ 정우
‘응사’서 배려의 캐릭터로 대세남
인기 덕에 이전작 ‘바람’ 재상영
광고 10여편 찍고 화보촬영까지
“쓰레기와 저 51%정도 닮았어요”
‘응사’서 배려의 캐릭터로 대세남
인기 덕에 이전작 ‘바람’ 재상영
광고 10여편 찍고 화보촬영까지
“쓰레기와 저 51%정도 닮았어요”
감정이 복받쳤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손에 쥔 봉투에 든 돈은 27만원 남짓. <7인의 새벽>(2000) 영화 촬영장에서 사흘 일해 받은 돈이었다. 연기자라는 직업으로 번 ‘첫 봉급’이기도 했다. 대사 없는 단역배우의 설움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로부터 어언 13년. 그사이 이름은 본명 김정국에서 김보승으로, 김보승에서 다시 정우로 바뀌었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그간의 고생이 큰 결실로 ‘응답’했다.
정우(33)는 어떻게 ‘대세남’이 됐을까? <응답하라 1994>(<응사>·티브이엔)가 도화선이지만,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바람>(2009) 때부터 ‘배우 정우’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은 꽤 됐다. <응사> 출연도 <바람>을 여러 차례 본 신원호 피디의 선택이었다. <응사> 신드롬에 힘입어 <바람>은 지난달 중순 한 극장에서 재상영됐다. 극장을 찾은 정우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펑펑 쏟았다.
<한겨레> 사옥에서 최근 만난 정우는 “전작인 <응답하라 1997>이 아주 각광받던 작품이어서 어떤 캐릭터를 맡게 될지 몰랐는데도 왠지 모를 설렘이 있었다”고 했다. 세상만사 모든 게 귀찮아도 결정적인 순간 배려의 미덕을 보여준 ‘쓰레기’ 역할에 대해서는 “캐릭터를 잘못 표현하거나,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면 어감이 불편할 수 있어서 조심스러웠다”고 했다. 어쨌든 <응사> 전후로 ‘쓰레기’의 의미는 바뀌었다. <응사> 팬들은 ‘쓰레기’라면 불결한 무엇을 생각하기보다 그의 배역을 떠올리며 미소짓기까지 한다.
가장 많이 받았을 질문 하나. 과연 그는 ‘쓰레기’와 얼마만큼의 싱크로율이 있을까? “51% 정도 일치한다고 생각해요. 쓰레기의 행위, 몸짓, 발짓은 내 안에 있던 것이니까. 개구쟁이 같은 모습은 <바람>의 짱구와도 같고. 집 정리를 잘 안 하기는 하지만 쓰레기만큼은 아니에요.” 또 “못난 것(행동)은 나 닮고, 잘난 것(의사)은 안 닮았다”고 했지만 그는 속 깊은 ‘쓰레기’와 닮아 보였다.
나정(고아라)과의 멜로 연기는 스스로도 “궁금함 반, 걱정 반”이었다. <최고다 이순신>(한국방송2)에서 조연급으로 멜로 연기를 했지만 주연으로서는 <응사>가 처음이었다. 불량배·건달·양아치 역을 주로 한 터라 더 그랬다. “저만의 멜로를 보여주자고 마음먹었고 해보니까 어색하지는 않았어요. ‘성나정의 남편 찾기’에서 팬들끼리 쓰레기파, 칠봉이(유연석)파로 나뉘어 있을 때는 ‘왜 이리 과열됐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죠.” 자신이 10대 시절을 보낸 1990년대를 연기하면서 “다시 순수해지는 느낌”도 들었단다.
공교롭게도 데뷔작(<7인의 새벽>)과 최고 흥행작(<응사>)을 모두 성동일과 함께했다. 성동일도 <7인의 새벽>이 영화 데뷔작이다. “<7인의 새벽> 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장면을 함께 찍었어요. 아침드라마 <녹색 마차>(2009)에도 함께 출연했는데, 그때 ‘캐릭터에는 희로애락이 있는 법인데 넌 왜 항상 즐겁냐’는 꾸중을 들었지요. 캐릭터에 어두운 부분이 분명 있는데도 짧은 생각에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것이 오글거린다고 생각했어요. 조연급인데 혼자 주인공으로 착각하고 연기한 것 같아요. 선배님이 그걸 지적해준 거죠. <응사>에서 세 번째 마주치고 감회가 새로웠어요. 예전하고 거의 비슷하던데요. 메이크업도 안해 오고. 하하하.”
정우는 단역이건 주연이건 상관없이 출연작인 영화 10편과 드라마 7편을 줄줄 읊었다. 그만큼 애착이 강하다는 뜻일 게다. “출연작들이 전부 거름이 되어 ‘정우’라는 배우의 토양이 되겠지요. <응사>도 다음 작품을 위한 거름이 될 거예요. 연기 점수요? 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했어요.”
그에게 <응사>는 아직 끝나지 않은 드라마다. 인기에 힘입어 광고 10여편을 찍었고 화보 촬영도 이어진다. 15일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응답하라 1994 드라마 콘서트’도 연다. 여기서 고아라·김성균·도희 등과 함께 <응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그리고 ‘쓰레기’와는 진짜 작별을 고하게 된다. “쓰레기요? 마음속에서 지우고 싶은 생각은 절대 없어요. 다음 작품에서 제 연기를 보면서 ‘쓰레기’를 생각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거기서 더 나아간 이미지만 떠오르면 괜찮지 않겠어요?” 글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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