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 해설위원으로 참여하는 안정환(맨 왼쪽)과 송종국(왼쪽 셋째)이 15일 제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각오를 다지고 있다. 문화방송 제공
MBC 송종국·안정환, KBS 이영표
‘4강 신화’ 주역, 축구 해설위원 맡아
“함께 공부하며 실력 갈고닦아”
‘4강 신화’ 주역, 축구 해설위원 맡아
“함께 공부하며 실력 갈고닦아”
왕년의 축구 스타들이 월드컵에 다시 참가한다. 다만, 축구공 대신 마이크를 손에 쥐었다. 발이 아니라 입으로 축구를 하겠다는 얘기인데…. “몸으로 보여주던 축구를 이젠 입으로 보여주겠습니다.”
주인공은 안정환과 송종국.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두 사람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문화방송> 축구해설위원으로 축구팬 곁으로 돌아온다. 14~15일 제주에서 기자들을 만난 안정환과 송종국은 “방송에서 다시 뭉쳐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표가 <한국방송>에서 축구해설을 맡은 상황에서 경쟁심이 발동한 걸까. 안정환은 “우리가 더 잘할 것 같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안정환·송종국(문화방송)과 이영표(한국방송) 등 세 사람은 2002년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안정환이 프로축구로선 선배지만, 해설은 막내 송종국이 선배다. 송종국은 2012년 종편에서 해설위원으로 데뷔했고, 지난해 5월부터 문화방송 해설위원으로 일해왔다. 안정환과 이영표는 올해 처음 마이크를 잡았다. 안정환과 송종국은 같이 뭉쳐 이영표를 이겨야 하는 동반자이지만, 문화방송 안에서 서로 자존심 경쟁도 벌여야 한다.
선수 시절 안정환은 공격수였고 송종국은 수비수였다. 공격수와 수비수의 경기 스타일이 다르듯, 해설 방식도 다르다. 안정환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조차도 잘 알지 못하는 세밀한 부분을 설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송종국은 캐스터와 융합해 전반적인 상황을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노련함이 돋보인다고 한다. 서로가 부러워하는 점도 이런 대목이다. 안정환은 “종국이는 해설 경험이 많아서인지 부드럽게 말하는 게 부럽다”고 했고, 송종국은 “정환 형은 기술적인 부분이나 선수의 움직임 등 시청자들에게 경기 흐름의 포인트를 잘 짚어준다”고 했다. 옆자리의 김성주 캐스터는 “안정환은 ‘아싸리~’ 등 방송에는 부적합한 다듬어지지 않은 표현을 쓸 때가 많아 제작진을 놀라게 한다”면서 웃었다.
최고의 축구선수였지만 방송해설은 또다른 영역이다. 모여서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고, 외국 중계방송까지 꼼꼼하게 챙겨 본다고 했다. 프로 입단을 코앞에 뒀을 때만큼 열심히 갈고닦는다고 했다. 안정환은 “유럽 축구중계를 틀어놓고 잠이 들 때도 많다. 해설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아 저렇게 할 수도 있겠구나’ 싶다. 하나하나 새로 공부한다”고 말했다. 김성주와 새벽마다 전화로 축구 관련 얘기를 나누느라 잠도 거의 못 잔다고 했다. 캐스터로 참가하는 김나진 문화방송 아나운서는 “안정환이 홍명보 감독이나 선수 정보를 정말 많이 갖고 있더라”며 치켜세웠다.
해설을 하면서 현역 시절이 그리워지진 않을까. “다시 뛰고 싶진 않아요. 은퇴할 때엔 축구가 재미없어졌어요. 너무 힘들어서. 우리 아이도 축구는 시키고 싶지 않아요.” 안정환의 말에는 축구선수로서 누렸던 영광 뒤편 마음고생의 흔적이 묻어났다. 그러면서도 우리 축구 걱정은 여전했다. 케이(K)리그의 인기가 사그라든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월드컵 때만 있는 반짝 관심으론 안 돼요. 관심이 케이리그로 이어지려면 구단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그리고 선후배 사이 엄격했던 대표팀 문화 탓에 송종국과는 서먹한 사이였다고 했다. “해설하면서 친해졌어요. 좋은 동생 생긴 것 같아 아주 좋아요.”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은 16강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딱 부러지게 얘기하진 못했지만 16강 진출의 관건으로 두 사람 모두 조직력을 꼽았다. 송종국은 “유럽보다 전력이 약한 게 사실이지만 한국이 토너먼트에서는 강하다. 외국에서 뛰는 선수가 많아 월드컵 한달 전에 모여 훈련을 시작할 텐데 얼마나 조직력을 극대화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서귀포/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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