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특집다큐 ‘비밀의 땅, 파미르’
EBS 특집다큐 ‘비밀의 땅, 파미르’
눈표범과 늑대의 먹이쟁탈전 등
BBC·NHK도 못담은 진귀한 장면
눈표범과 늑대의 먹이쟁탈전 등
BBC·NHK도 못담은 진귀한 장면
“신비로웠어요.”
<교육방송>(EBS) 서준 피디는 2010년 <미지의 땅, 아시아 대평원>(교육방송·2012년) 촬영차 잠시 들른 중앙아시아 산지 파미르가 한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책, 영상 등에서 봤던 것과 너무 달랐다. “우리나라 다큐에서 조금씩 소개는 됐지만 파미르를 제대로 담은 적이 없다는 걸 알고, 한동안 파미르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죠.” 1994년 다큐 피디로 입사해 중앙아시아 지역만 7~8년 화면에 담아온 그에게도 파미르는 익숙한 듯 낯선 땅이었다.
<교육방송>이 창립 40돌을 맞아 방영 중인 3부작 특집다큐멘터리 <비밀의 땅, 파미르>(16~18일 밤 9시50분)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파미르의 속살을 제대로 담아내어 호평받는다. 삭막하고 거친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야생동물과 생태계(1부 세계의 지붕), 지금은 거의 말라버려 20세기 최악의 환경재앙이라 불리는 중앙아시아 거대 호수 아랄해(2부 비밀의 땅, 숨겨진 강), 저지대의 타직족과 고지대의 키르기족의 삶(3부 고산의 사람들) 등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아이벡스(야생 염소), 마르코폴로(산양), 수염수리 등 파미르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생태를 밀도 있게 담아내어 눈길을 끌었다. 눈표범과 늑대가 먹이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은 파미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영국 <비비시>(BBC)와 일본 <엔에이치케이>(NHK)도 담지 못한 진귀한 장면이다. 서준 피디는 “잘볼 수 없는 히말라야 불곰을 포착한 장면도 개인적으로 뿌듯하다”고 했다.
“망원렌즈, 무인카메라 등을 이용해 기다리고, 찾아다니기를 반복”하는 등 촬영 과정은 만만찮았다. 기획까지 포함한 제작 기간만 총 2년. 지난해 5월 파미르 땅을 밟은 뒤 100일간 현지에서 촬영했다. 한국에서 가는 데만 5~6일이 걸렸다. 비행기를 갈아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걷기를 반복하는 강행군이었다. 한번 갈 때마다 최소 2명에서 최대 6명의 제작진이 15대 남짓의 카메라 등 장비를 짊어졌다. 제작비는 밝힐 수 없을 정도로 적고, 여름에는 야영하고 겨울에는 너무 추워 현지인의 집에서 생활했다. 평균 해발고도 4000m의 고산지대. “머리를 잘라내고 싶을 정도의 고통을 동반한” 고산병에 고생하기도 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광활한 대자연은 현지 상황상 비행기를 빌릴 수 없어 원격 무선조종 촬영 장비인 헬리캠에 의존했다. “가벼워 바람이 불면 떨어지곤 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생 끝에 담아낸 화면은 베테랑 피디의 노련미가 느껴진다. 아랄해로 들어오는 두 물줄기인 아무다리야강과 시르다리야강의 발원지를 따라가는 장면 등은 가슴이 뻥 뚫린다. 눈으로 덮인 산과 바다 등을 사선으로 담아 광활한 대자연의 웅장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18일 방송하는 3부에서는 저지대와 고지대 등 고도에 따라 다른 두 삶을 소개한다. 타지키스탄어를 쓰는 타지크족이 사는 저지대는 물과 과실나무가 풍부하고 밀과 감자 농사를 짓는다. 반대로 물도 전기도 나무도 없는 고지대의 삶은 팍팍하다. 그러나 겨울이 되면 가축을 노리는 눈표범과 늑대의 위협 등으로 자유롭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서준 피디는 “그저 살아가는 모습과 자연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수익을 내기 힘들어 갈수록 다큐멘터리가 홀대당하는 시절이어서 그럴까. 잘 만든 자연다큐멘터리가 무척 반갑다. 새와 동물을 좋아해 다큐 피디가 되고 싶었다는 서준 피디는 “다큐는 세상에 대한 안목을 넓혀준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교육방송 제공
EBS 특집다큐 ‘비밀의 땅, 파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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