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동혁
조동혁, 마지막 녹화장 ‘진한 아쉬움’
“사고현장 접하는 게 힘들어
끊었던 술 다시 마실 정도
열악하지만 봉사·헌신 ‘똘똘’
소방대원들 존경하게 됐어요
프로 다시 만든다면 꼭 출연”
“사고현장 접하는 게 힘들어
끊었던 술 다시 마실 정도
열악하지만 봉사·헌신 ‘똘똘’
소방대원들 존경하게 됐어요
프로 다시 만든다면 꼭 출연”
그는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는데 여기선 못 받아들이겠더라”며 가슴을 가리켰다. <심장이 뛴다>(에스비에스 화 밤 11시15분) 폐지 소식을 듣고 이틀 뒤 있은 마지막 촬영날. 평소 잘 안 마시는 술도 들이켰다.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이 사라지다니. 어떻게 좀 안 되나요?” 24일 서울 목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배우 조동혁(사진)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
소방대원들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되돌아본 공익프로젝트 <심장이 뛴다>가 예고대로 7월1일 방송을 끝으로 폐지된다. 6월16일 구급차에 대한 양보 위반때 범칙금을 대폭 올리는 이른바 ‘모세의 기적’ 법률안(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20일 민방위의 날엔 소방차 길 내주기 훈련이 포함되도록 하는 등 프로그램은 빛나는 유산을 남겼다. 하지만, 방송사는 요지부동 시청률의 잣대를 들이댄다. 세월호 참사 등으로 안전이 화두가 된 시점에 폐지가 아쉽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막는다.
처음엔 그도 가벼운 마음으로 출연했다. “예능을 하고 싶은데 성격상 웃기는 걸 잘 못해요. <심장이 뛴다>는 일부러 웃기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러면서 소방대원들의 노고도 전할 수 있고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소방대원의 생활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3박4일 동안 소방서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교통사고, 고독사 등 일반 사람들은 평생에 한번 경험할까 말까하는 순간들과 여러 번 마주했다. “처음엔 현장에 나가 다친 사람을 보는 게 힘들었어요. 충격도 받았죠. 그런 현장을 접하면 삶이 허무해져요. 가장 안타깝고 씁쓸한 게 고독사에요. 현장에 출동하는 중에 느낌이 와요. 제발 살아만 있어달라는 생각으로 가는데….” 촬영이 끝나고 집에 오면 2~3일은 아무 것도 못하고 끙끙 앓아누웠다. “끊었던 술도 다시 마시게 됐을 정도”로 현장에서 받은 몸과 마음의 후유증은 컸다.
그런데도 그만두지 않은 이유는 뭘까. 그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다른 이의 목숨을 지키는 헌신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느새 사명감이 생겼다고 했다. “소방대원들을 존경하게 됐어요. 우리나라는 그들이 없으면 안 돌아가요. 자신의 목숨을 걸고 다른 이의 목숨을 구해요. 그런데도 업무 환경이 너무 열악해요. 시민 의식도 부족해요. 구급대가 지나가면 욕을 하고, 소방대원들에게 막말을 해요. 봉사와 헌신이 몸에 배어 나오는 그분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에요.” 그는 프로그램 중간 그만하자는 소속사의 권유도 뿌리치고 출연을 이어갔을 정도로 애착이 강했다. 제작진은 “폐지 소식에 제작비 때문이라면 출연료를 깎겠다던 출연자가 바로 조동혁이었다”고 귀띔했다.
가장 아쉬운 부분도 소방대원들의 업무 환경을 바꾸지 못한 것이다. “이건 꼭 써주세요. 많은 지역의 소방서에서 소방대원들이 장비를 자기 돈으로 구입해요. 예산이 부족하다며 지자체 등에서 충분히 지원하지 않아요. 시민들을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들인데, 장비는 제공해줘야 하는 거잖아요.” 그는 또 “소방대원들도 대부분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고 있다. 그분들이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잡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는 “<심장이 뛴다>는 나를 성장케한 프로그램이었다”고 했다. 시민 의식, 작업 환경 등 아직 못다한 것이 많아 지금 그만두는 게 너무 아쉽다고 한다. 어느새 일상이 된 소방복을 벗어야 하는 생활이 허전한 듯 눈가에 아쉬움이 그득했다. “삭막한 세상에 이런 프로그램이 하나쯤은 있어도 되지 않을까요?” 반문하던 그는 “프로그램이 다시 만들어진다면 반드시 출연할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았다.
<심장이 뛴다>의 6월24일 방송분 시청률은 3%였다. 같은 시간 <한국방송2>의 <우리동네 예체능>(4.3%)과 큰 차이가 없다. <에스비에스>가 <심장이 뛴다> 후속으로 방영하는 <매직아이>는, 이효리 문소리 등 스타를 앞세웠음에도 5월13일 맛보기(파일럿)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3.8%였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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