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 (S 밤 8시35분)=1100만명이 훨씬 넘는 관객을 불러 앉힌 한국 최고의 흥행작. 한국을 대표하는 미남 배우 둘을 형제로 둔 집안은 얼마나 든든했을까. 하지만 ‘1950년’은 이들 형제의 행복과 사랑도 온전하게 둘 리 없다. 영화는 6·25 전쟁이 일어나면서 강제 징집을 당한 진태(장동건)와 진석(원빈) 형제를 주인공으로 한다. 마땅한 훈련조차 없이 낙동강 방어전선에 바로 투입된 진태는 점차 전쟁 영웅으로 거듭난다. 동생 진석을 살리고, 징집해제까지 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까닭이다. 하지만 그런 형이 낯설기만 한 진석은 형과 점점 멀어지기만 한다.
영화는 가족을 위해 인민군이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진석의 역정을 줌인하며 이념 전쟁의 희생양이 된 형제의 비극적 운명을 잘 드러낸다. 낙동강 방어전 전투, 평양 시가지 전투 등 이전의 한국 영화가 다루지 못했던 초대형 전쟁 장면은 압권이다. 실제감을 높이기 위해 초대형 야외 무대세트가 제작된 건 물론, 단역 배우들만도 2만5천여명이 출연했다. 전후 세대에게까지 전쟁의 아픔을 제 것으로 각인시킨 강제규 감독의 한국형 블록버스터인 셈이다. 15살 이상 시청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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