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용·전지현 콤비의 엽기로맨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K2 밤 10시5분)=<엽기적인 그녀>에서 위력을 발휘한 곽재용 감독, 전지현 콤비가 만든 또 하나의 엽기 로맨스. 전지현의, 전지현에 의한, 전지현을 위한 영화(또는 광고)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지만, 애당초 아시아 시장을 겨냥하며 홍콩의 에드코 필름이 공동 제작자로 나서 만든 영화답게 아시아 흥행에 있어서는 <엽기적인 그녀>를 뛰어 넘었다.
소매치기범을 잡으려다 되레 범인으로 몰려 파출소로 끌려온 고등학교 교사 고명우(장혁). 덜렁대기 이를 데 없고, 괄괄하기로는 비할 바가 없는 여순경 여경진(전지현)에게 사과를 요구하지만, 경진은 시치미 뚝 떼고 “‘미안해’란 말이 듣고 싶으면, 네 이름을 ‘미안해’로 바꿔” 한다. 남고생 만큼이나 껄렁한 경진과 여고생 만큼이나 순정적인 명우의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달콤하고 익살스런 그들만의 사랑은 명우의 죽음으로 반전한다. 숱한 홍콩 영화에서 본 듯한 총격신과 자살하려는 경진을 애드벌룬이 구해주는 장면 등이 너무 작위적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따뜻한 바람이 생사를 달리한 연인의 사랑을 영원히 이어준다는 판타지가 밉지 않다. 15살 이상 시청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