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들의 세상이야기>(티브이엔·25일 종영). 사진 티브이엔 제공
‘종교인들의 세상이야기’ 2부작
스님·목사·신부 나와 입담 자랑
죽비 들며 ‘구타는 불교’ 농치고
부모들의 왜곡된 사고 꼬집기도
시청자 뜨거운 반응에 고정 편성
스님·목사·신부 나와 입담 자랑
죽비 들며 ‘구타는 불교’ 농치고
부모들의 왜곡된 사고 꼬집기도
시청자 뜨거운 반응에 고정 편성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숱한 화제를 뿌린 가운데, 우리나라 안에서도 종교간 벽을 허문 방송 프로그램이 새삼 주목을 끌었다. 목사와 스님, 신부가 한자리에 모여 치유와 지혜의 길을 묻고 답했다.
<종교인들의 세상이야기>(티브이엔·25일 종영)는 지난 5월에 3부작으로 방송된 뒤 시청자 반응이 좋아 이달 들어 여름 특집으로 다시 2부작으로 마련됐다. 기독교를 대표하는 인명진 목사와 천주교 홍창진 신부가 5월에 이어 이번달에 다시 출연했고, 불교계 대표로는 법현 스님 대신에 마가 스님이 새로 합류했다.
간혹 타 종교인들이 대담집을 낸 적은 있지만 이렇게 티브이에서 입을 맞춘 건 드문 일이다. 옥지성 책임피디는 2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이후 슬픔에 빠진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기획했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은 흔한 멘토링 프로그램의 교과서적인 정답이 아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 데서 출발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를테면 25일치 방송에선 ‘세대 갈등’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는데, 무조건적으로 서로를 이해하라고 설득하지 않았다. 오히려 “갈등을 받아들이고 즐겨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대간 갈등은 그 시대에 겪는 에너지이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이라고 근거를 들었다. 태어날 때부터 양변기를 사용하는 요즘 아이들이, 푸세식부터 양변기를 모두 겪은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부모의 생각이 왜곡돼 있어 갈등이 생기는 만큼,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것은 부모 교육”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젊은 세대들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여느 프로그램과 달리, 기성세대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메시지에 나를 돌아봤다는 시청평이 많다. 옥지성 피디는 “가르치려고 하는 멘토들이 많은데, 이들은 우리와 마음이 통하는 조언으로 공감을 주었다”고 했다.
프로그램은 또 종교인들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데 한몫했다는 평을 받았다. 조언을 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버무렸다. 그들 역시 우리와 그리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이웃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요즘 세대에 맞춰 명상을 서서 하도록 한다는 등 불교계 얘기나, 수녀와 사제가 사이좋게 지내야 평화롭다는 천주교 얘기 등 종교계 내부의 이야기가 재미를 더했다. 마가 스님의 죽비 얘기에 인명진 목사가 “구타는 불교에서 나왔어”라며 농을 던지고, 홍창진 신부는 핫팬츠를 입은 여성들을 보면 “‘주님, 저쪽을 쳐다보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한다”고 말하는 등 농을 주고받는 모습은 보는 내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했다.
옥지성 피디는 “각 종교를 대표하면서도 입담도 좋은 세 사람을 찾아 수소문했다”고 한다. 실제 촬영 현장도 웃음으로 시작해 웃음으로 끝났다고 한다. “한마디 한마디 재치가 넘쳐 편집 때 버린 장면이 너무 아까웠다”고 했다. 1회분 방송을 4시간씩 촬영했는데, 방송시간에 맞춰 편집하는 게 무척 힘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호평에 힘입어 <종교인들의 세상이야기>는 고정 프로그램으로 9월 선보인다. 옥지성 피디는 “종교계 멘토가 시민들과 직접 만나 고민상담을 하는 ‘즉문즉설’ 꼭지를 진행하는 등 조금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 사람은 그대로 출연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티브이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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