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이 활동 초기 함께 찍은 사진. 드럭레코드 제공
문화 콕콕
소속사 크기로 나누는 건 옛날 얘기
소속사 크기로 나누는 건 옛날 얘기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은 국내 인디 1세대를 상징하는 밴드로 불립니다. 인디의 기준은 뭘까요? 인디는 독립을 뜻하는 ‘인디펜던트’(independent)를 줄인 말입니다. 기원은 서구에서 왔습니다. 워너, 유니버설, 소니뮤직 같은 대형 음반사(메이저 레이블)들이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이에 속하지 않은 중소 음반사를 인디 레이블, 소속 가수를 인디 뮤지션으로 칭합니다. 이런 개념이 1990년대 중반 국내에 들어오면서 서울 홍대앞을 중심으로 ‘인디신’이라는 게 생겨났습니다. 인디 레이블들이 만들어졌고, 인디 밴드들은 라이브클럽 위주로 활동했습니다.
흔히 하는 오해가 인디 밴드는 방송에 못 나오고 뜨지 못한 이들이라 여기는 겁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처럼 큰 인기를 얻으면 더는 인디 밴드가 아니라는 얘기도 이런 오해에서 비롯됩니다. 대중적 인기나 방송 출연 여부는 기준이 아닙니다.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는 세계적 스타가 된 뒤 대형 음반사와 결별하고 인디 레이블 소속을 자처했고, 캐나다 인디 밴드 아케이드 파이어는 그래미상 ‘올해의 앨범’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음반사 규모만으로 인디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도 무의미해졌습니다. 영세한 아이돌 연예기획사보다 규모가 더 큰 인디 레이블도 있으니까요. 차라리 음악을 대하는 태도를 기준으로 삼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음악으로 성공하고 돈 많이 벌면 좋은 건 메이저든 인디든 매한가지겠지만, 돈벌이와 인기를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자유롭게 하는 것에 절대적 가치를 둔다면 그게 진정한 ‘인디 정신’ 아닐까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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