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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가톨릭계 ‘명문’ 여고와 불교계 ‘삼류’ 남고가 만났을 때

등록 2014-11-14 18:45수정 2014-11-15 14:40

일본 티비에스(TBS) 드라마 <미안해 청춘!>
일본 티비에스(TBS) 드라마 <미안해 청춘!>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미안해 청춘!>
가톨릭계 여자고등학교와 불교계 남자고등학교가 나란히 붙어 있다. 두 학교의 거리는 100m가 채 안 되지만, 소위 ‘삼류 꼴통’ 남학교와 명문 여학교는 원수지간에 가깝다. 어느 날 두 학교에 엄청난 과제가 주어진다. 저출산으로 인한 정원미달 사태와 심각한 재정난의 해결 방안으로 합병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학생들과 학부형은 시위까지 벌이며 반대하고 교직원들도 변화가 달갑지 않다. 결국 두 학교는 일부 교실에서 남녀 합반을 시범운영하고 성적, 학업 분위기 등의 결과에 따라 합병을 결정하기로 한다.

일본 티비에스(TBS) 드라마 <미안해 청춘!>은 설정부터 흥미진진하다. 천재 각본가로 칭송받는 구도 간쿠로의 작품답게 그의 인장이 뚜렷하다. 구도 간쿠로는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 개성적인 캐릭터들의 앙상블, 드라마의 관습적 요소들을 자유자재로 비틀어 조합하는 참신한 구성, 톡톡 튀는 문체와 독특한 유머 등 일명 ‘구도간 월드’로 지칭되는 고유의 스타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린 작가. <미안해 청춘!>은 그가 지난해 일본을 열광시켰던 아침드라마 <아마짱> 이후 새롭게 내놓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이야기는 시범 혼성교실의 담임을 맡게 된 고마가타 대학 부속 미시마 남고교의 교사 하라 헤이스케(니시키도 료)를 주축으로 흘러간다. 미시마고가 모교이기도 한 그는 재학 시절 짝사랑했던 성미시마 여학원 학생에 대한 애틋한 추억과 과거의 어떤 사건에 대한 죄책감이 얽혀 두 학교를 사이 좋게 합병하기 위해 시범교실에 애착을 보인다. 그와 달리, 또 하나의 시범교실을 담당하게 된 성미시마 여학원 쪽의 하치야 리사(미쓰시마 히카리)는 과격한 페미니스트로 마초적인 미시마고와의 합병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드라마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두 학교의 시범교실이 단순히 남녀공학 성사 여부를 위한 실험이 아니라 더 넓은 의미의 소통 실험이라는 점에 있다. 두 학교는 성별도, 종교도, 학력도 다르다. 이 차이가 만들어내는 사회심리적 거리는 물리적으로 같은 반이 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시범교실에 주어지는 학력 테스트나 합동문화제 같은 과제들이 팀플레이의 성격을 띠는 것은 바로 그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다. 학력 테스트를 위한 합숙과 합동문화제를 준비하며 오가는 토론은 그들을 자연스럽게 소통의 장으로 이끈다.

헤이스케가 제일 주인공다울 때도 그의 소통능력이 드러날 때다. 그는 여성과 교제해본 적도 없고 목소리가 큰 사람도 아니지만 학생들 앞에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줄 아는 교사다. 그가 매회 적는 칠판의 문장들도 소통하는 법을 깨우쳐주는 말들이다. “지금은 너와 사귈 수 없어” “너밖에 보이지 않아”와 같은, 그가 첫사랑에 실패하며 각인된 진부한 말들이 아이들의 다양한 해석과 헤이스케의 경험을 거쳐 소통의 기술로 확장된다. 그런 헤이스케가 정작 과거의 어떤 사건에 대해서는 ‘미안해’라는 소통의 기본적 문장을 감추고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코믹 학원물에 의미있는 화두를 녹여낸 작가의 내공이 빛나는 작품이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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