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싸롱 ‘요리 예능’ 편
이주의 잉여싸롱
바야흐로 요리 예능 전성시대다. 유명 셰프들이 의뢰인의 냉장고 속 재료로 15분 동안 뚝딱 요리를 만드는 <냉장고를 부탁해>, 전문가 도움 없이 신동엽과 성시경이 직접 음식을 만드는 <오늘 뭐 먹지?>, 차승원과 유해진이 새롭게 시작한 <삼시세끼 어촌편>의 반응이 뜨겁다. 이번주 잉여싸롱에서는 출연자들이 직접 요리(?)를 해가며 요리 예능의 인기 비결과 의미를 짚어봤다.
김선영: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제일 재밌는 건 보통 서바이벌 요리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이나 마스터로 출연하곤 했던 셰프들이 이번엔 서바이벌 도전자가 되어 일반 게스트들의 심사를 받는다는 점이다. 셰프들의 권위가 무너지는 데서 오는 친근함, 전복의 쾌감 같은 것들이 방송을 더 재밌게 만들어준다.
이승한: 작년 트렌드였던 유아 예능이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만큼이나 육아의 고통 또한 함께 보여준 것처럼, 올해 트렌드인 요리 예능도 밥짓기의 고단함을 강조한다. 15분 만에 냉장고 속 재료로만 요리를 해야 하는 셰프들, 매일 ‘오늘 뭐 먹지?’ 고민해야 하는 집밥노동, 아침 먹고 설거지하면 바로 점심을 준비해야 하는 하루 세끼의 굴레.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한 그릇의 위안은 이렇게나 힘들게 완성되는 것이었다.
서정민: 작고 소박한 음식의 기저에는 그 사람을 위해 요리를 만드는 이의 마음이 있다. 일본 만화와 드라마 <심야식당>에 빠져드는 것도 그 사람만을 위한 요리를 만들어주는 식당 주인의 마음에 위안을 받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부쩍 요리 예능을 찾는 것도 누군가의 손길이 그리워서일 거다. 스마트폰, 에스엔에스를 통해 손가락 하나로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에, 다들 외롭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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