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쿡방’을 넘어 이제는 미식가들의 입담만으로 성찬을 차리는 토크쇼가 등장했다. 수요일 밤 11시 시청자들의 침샘을 폭포수로 만드는 <티브이엔> 프로그램 <수요미식회>다. 이 프로그램이 어떤 음식을 다루면 해당 맛집이 다음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오르고, 에스엔에스(SNS)에서도 난리가 난다. 바야흐로 미식가 전성시대다. 이번주 <한겨레티브이> 문화 비평 프로그램 <잉여싸롱>에선 ‘잉여미식회’를 열었다. <수요미식회> 자문위원인 <한겨레> 맛 담당 박미향 기자도 초대했다.
김선영: <수요미식회>는 토크쇼라는 예능의 형식이지만, 음식에 대한 문화사적 지식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교양 성격도 강한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제일 인상깊었던 방송도 박찬일 셰프가 등장했던 ‘파스타’ 편처럼 그 분야의 전문적인 패널이 나와 토론이 활발하고 깊어졌을 때였던 것 같다. 이런 전문성과 깊이가 <수요미식회>를 다른 ‘맛집 방송’과 가장 차별화시키는 지점일 것이다.
이승한: <수요미식회>는 기왕 먹을 끼니, 남보다 더 맛있는 집에서 먹었노라 자랑하고픈 이들의 소박한 사치심을 자극한다. 해당 맛집의 역사나 유래, 고집 같은 무형의 가치들을 조명함으로써, 음식이 아닌 문화를 소비하고 온다는 진일보한 만족을 주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그냥 고상한 버전의 ‘맛집 방송’ 같지만,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가능성이 돋보이는 영악한 프로그램이다.
박미향: 제작진이 “음식의 계보학을 따져보겠다”고 해서 나름 의미있겠다 싶어 자문위원을 수락했다. 주제가 정해지면 몇몇 집을 추천하고, 그 음식과 관련한 코멘트를 해준다. 맛 담당 기자이다 보니 주변에서 “맛집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데,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내주면 (사람이 너무 몰릴까봐) 기사로는 일부러 소개 안 하는 나만의 맛집을 알려드리겠다.
서정민: 에스엔에스를 봐도 맛집 정보가 가장 ‘핫’한 콘텐츠다. 내가 쓴 기사보다 맛집 음식 사진과 후기를 올릴 때 더 뜨거운 반응이 온다. 음악인들도 자기 음악 얘기보다 음식 사진에 더 많은 ‘좋아요’가 달리는 걸 보고는 “이게 사는 건가?” 한다. 왜들 이렇게 맛집에 열광할까 생각해보니, 팍팍한 세상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적은 돈과 시간과 노력으로 가장 호화롭게 누릴 수 있는 여가활동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