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드라마 <마더 게임: 그녀들의 계급>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드라마 <마더 게임: 그녀들의 계급>
일본드라마 <마더 게임: 그녀들의 계급>
엄마들은 갈수록 피곤하다. 경제불황으로 생계 전선에 뛰어드는 엄마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가사의 부담은 여전하고, 공교육 시스템의 붕괴와 함께 육아의 부담마저 가중되고 있어서다. 요즘 국내에서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앵그리맘’ 현상은 그러한 삶의 피로와 고통이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엄마들의 분노에는 단순히 개인의 아픔이 아니라 시대의 부조리가 낳은 고통의 목소리가 녹아들어 있다.
일본 엄마들의 삶이라고 크게 다를 것은 없다.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성을 따라야 할 정도로 강력한 가부장적 지배 질서, 소득 불평등, 입시 경쟁으로 얼룩진 교육 문제 등의 부조리한 현실이 기혼 여성들에게 짐으로 다가오는 것은 거기도 마찬가지다. 현재 티비에스(TBS)에서 방영 중인 <마더 게임: 그녀들의 계급>(이하 <마더 게임>)은 그와 같은 여성들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드라마다.
첫 회에서 주인공 간바라 기코(기무라 후미노)가 구청 직원을 상대로 호소하는 첫 장면부터가 이 땅의 엄마들에게도 격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구내 어린이집 대기 명단이 257명이라고요? 도쿄 도내 전체 8672명이라는 건 또 뭐죠? 맡길 곳이 없으면 어떻게 아이를 낳겠어요?” 더군다나 기코는 홀로 육아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난한 싱글맘이다. 사회적 제도의 지원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마더 게임>에 ‘그녀들의 계급’이라는 부제가 따라붙는 것은 그래서다. 가부장적 질서와 계급 불평등 심화의 모순이 공존하는 시대에 가장 고통받는 쪽은 이중적 소외 상황에 놓인 저소득층 기혼 여성이라는 것을 이 드라마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주제는 기코가 구청에서 항의하던 그녀를 눈여겨본 원장에 의해 명문 사립 시즈카유치원에 아들을 입학시키면서 겪는 이야기를 통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소박하고 자유로운 학교”라는 원장의 말만 믿고 유치원에 간 첫날, 기코는 학부모들의 모습을 보자마자 시즈카가 자신이 속한 세계와는 전혀 다른 곳임을 알아챈다. 명품 의상과 백으로 무장한 채 고급 승용차에서 아이들과 내리는 우아한 엄마들 가운데서 초라한 점퍼 차림에 자전거로 등교한 이들은 기코 모자밖에 없다. 시즈카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유치원을 명문 사립초등학교 진학 준비반쯤으로 생각하는 그녀들은 학급 분위기를 해칠지도 모르는 기코를 처음엔 은밀하게, 그다음부터는 노골적으로 따돌리고 괴롭힌다.
물론 드라마는 이 차별을 나쁜 엄마들의 탓으로 돌리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여성들의 계급이 남편의 지위에 의해 결정되고 ‘엄마의 자격’이 자녀의 성적으로 결정되는 모순, 그리고 교육이 계급 재생산의 도구로 전락한 부조리한 현실이 주요 비판의 대상이다. 첫 회부터 기코와 다른 학부모들의 대립이 절정에 달하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엄마, 여성이라는 공감대로 연대하게 될 가능성을 비추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일본판 ‘앵그리맘’들에게도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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