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은 “칸에서는 ‘최고의 여배우’가 아니라 ‘가능성 있는 여배우’로 불러주기 때문에 좋다. 그래서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는 부담이 아니라 감사함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저는 멜로와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했지만, 돌아보면 ‘내가 지금까지 사랑에 대해 이야기 했구나’싶더라고요. 전 사랑 지상주의자예요. <무뢰한>에서도 하드보일드 안의 멜로를 봤어요.” 데뷔 25년차, 13편의 드라마와 16편의 영화를 찍은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국내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모두 석권하고,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쥔 전도연(42)이 영화 <무뢰한>으로 27일 우리를 다시 찾아온다. 살인자인 남자친구를 쫓기 위해 신분을 위장한 경찰(김남길)과 치명적 사랑에 빠지는 변두리 룸살롱 마담, 화류계 생활에 찌든 퇴물이지만, 여전히 사랑을 믿는 여자를 연기했다. 이 영화로 4번째 칸영화제에 초청됐던 그는 귀국 직후인 20일 서울 삼청동에서 기자와 마주 앉아 ‘배우 전도연’을 얘기했다. 그 여정에서 만났던 감독·제작자 7명에게도 따로 ‘증언’을 요청했다.
“당돌하고 욕심 많은 신인이었다”
-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 전산 피디 ■ 완벽주의 배우 전도연은 “나는 욕심이 많다. 실수를 최대한 줄이려 하는 완벽주의자다”라고 말했다. 전도연을 대중에게 알린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1995)를 연출한 전산 피디는 “당돌하고 욕심 많은 신인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주인공 하희라의 여동생 종희 역에 캐스팅 된 전도연이 “밥을 먹자”며 전 피디를 찾아와 캐릭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조목조목 밝혔다는 것. 30분 예상했던 만남은 5시간으로 길어졌다. 전 피디는 “맹랑한 신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정도 욕심이면 잘 할거라는 믿음에 전도연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고 했다. ‘조연’에서 ‘주연급’으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전도연과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0), <인어공주>(2004), <협녀: 칼의 기억>(2015)까지 3편을 함께 한 박흥식 감독은 전도연의 욕심과 완벽주의에 혀를 내둘렀다. “<인어공주> 당시 한겨울에 바다에 들어가 촬영을 해야 했는데, 대역 한 번 쓰지 않고 모든 연기를 해냈다. 물안경을 써서 잘 보이지도 않은 표정까지 신경 쓰며 맘에 들 때까지 반복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집으로 가는 길>(2013)을 찍은 방은진 감독은 치밀하고 철저한 배우라고 했다. “법정 장면을 찍을 때, 저는 복받치는 감정을, 도연씨는 성장하고 단단해진 주인공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미묘한 차이였는데 도연씨는 자기 느낌을 관철하기 위해 16번이나 촬영을 반복했다. 결국 내가 ‘나중에 편집하면 된다’고 하니 굉장히 화를 냈다”고 말했다.
“치밀하고 철저하다”
- 영화 ‘집으로 가는 길’ 방은진 감독 ■ 기본에 충실한 배우 전도연은 “시나리오와 감독의 지시가 기본이다. 여기에 살을 붙이고 색을 입히는 것이 배우의 몫이다. <해피엔드>를 찍으며 감독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밀양>을 찍으며 감독도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배우와 함께 찾아간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너는 내 운명>(2005) 박진표 감독은 전도연을 기본에 충실한 배우로 기억했다. 박 감독은 “항상 ‘나는 감독과 시나리오만 믿는다’는 말을 했다. 시나리오에 가장 충실한 배우여서 시나리오를 읽고 또 읽었다. 애드리브 하나 없이 감독의 디렉션에 철저히 부응하는 편이었다”라고 했다. <접속>(1997)과 <해피엔드>(1999)를 제작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 역시 “일단 작품을 선택하면 시나리오에 몸과 마음을 던지는 스타일이다. 자기가 해야 되는 역할을 그냥 믿어버리는 배우다”라고 말했다. <해피엔드>의 유부녀 역할을 하기엔 어렸고 상대인 최민식과 나이 차이도 있어 출연을 고민을 했지만, 선택을 하고 나니 노출 수위를 재거나 따지지 않고 시나리오를 믿고 완전히 빠져들었다는 설명이다. 심 대표는 “시나리오에 형광펜으로 색칠하고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표지가 낡을 때까지 읽고 또 읽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떠올렸다.
“시나리오에 몸과 마음을 던진다”
- 영화 ‘해피엔드‘ 등 제작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 감독과 시나리오에 대한 ‘믿음’은 ‘신의’로 연결됐다. 박흥식 감독은 “<인어공주> 찍은 뒤 내가 차기작은 여성 무협영화를 찍고 싶다고 했다. 8년 뒤인 2013년 <협녀: 칼의 기억> 시나리오를 완성했을 때 도연씨가 ‘감독님, 그 때 말한 시나리오 드디어 끝내셨네요’라며 함께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신의를 지킨 전도연이 첫 동지가 돼 준 덕에 김고은·이병헌이 연이어 캐스팅 됐다.
“더 잘 하고 싶어 온 것이 이 자리”
- 전도연이 말하는 전도연 ■ 그리고 ‘본능적’ 배우 전도연의 가장 큰 무기는 ‘연기 본능’이다. <접속>의 장윤현 감독은 ‘본능적 연기력을 타고 났다’는 표현을 썼다. 장 감독은 “<접속>은 남녀 주인공이 피시통신에서 아이디로만 대화를 나누고 마지막에 딱 한 번 만나는, 당시로서는 무척 특이한 설정이었다. 하지만 전도연은 ‘사이버 연애’라는 연기의 맥을 단번에 짚었다”고 전했다. <하녀>의 임상수 감독 역시 “본능적인 배우다. 순간의 집중도와 연기 밀도가 높다. 스타나 연예인 아닌 배우로 태어났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전도연은 늘 스스로의 연기에 의심하고 조바심을 낸다고 했다. 그는 “촬영장에서‘어때요? 저 잘 하고 있어요?’라는 질문을 입에 달고 산다. 아직도 내게 감독의 오케이 사인은 구세주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여년간 영화배우로서 정상을 지켜왔건만, 전도연은 “정상이 어딘지 잘 모르겠다.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잘 하고 싶어 한 걸음씩 온 것이 이 자리”라고 했다. 당장의 목표는 “<무뢰한>의 흥행”이라는 그는 “1000만 영화 한 번 찍어봤으면, 흥행에 초연할 수 있겠다”며 웃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 전산 피디 ■ 완벽주의 배우 전도연은 “나는 욕심이 많다. 실수를 최대한 줄이려 하는 완벽주의자다”라고 말했다. 전도연을 대중에게 알린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1995)를 연출한 전산 피디는 “당돌하고 욕심 많은 신인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주인공 하희라의 여동생 종희 역에 캐스팅 된 전도연이 “밥을 먹자”며 전 피디를 찾아와 캐릭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조목조목 밝혔다는 것. 30분 예상했던 만남은 5시간으로 길어졌다. 전 피디는 “맹랑한 신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정도 욕심이면 잘 할거라는 믿음에 전도연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고 했다. ‘조연’에서 ‘주연급’으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전도연과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0), <인어공주>(2004), <협녀: 칼의 기억>(2015)까지 3편을 함께 한 박흥식 감독은 전도연의 욕심과 완벽주의에 혀를 내둘렀다. “<인어공주> 당시 한겨울에 바다에 들어가 촬영을 해야 했는데, 대역 한 번 쓰지 않고 모든 연기를 해냈다. 물안경을 써서 잘 보이지도 않은 표정까지 신경 쓰며 맘에 들 때까지 반복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집으로 가는 길>(2013)을 찍은 방은진 감독은 치밀하고 철저한 배우라고 했다. “법정 장면을 찍을 때, 저는 복받치는 감정을, 도연씨는 성장하고 단단해진 주인공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미묘한 차이였는데 도연씨는 자기 느낌을 관철하기 위해 16번이나 촬영을 반복했다. 결국 내가 ‘나중에 편집하면 된다’고 하니 굉장히 화를 냈다”고 말했다.
- 영화 ‘집으로 가는 길’ 방은진 감독 ■ 기본에 충실한 배우 전도연은 “시나리오와 감독의 지시가 기본이다. 여기에 살을 붙이고 색을 입히는 것이 배우의 몫이다. <해피엔드>를 찍으며 감독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밀양>을 찍으며 감독도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배우와 함께 찾아간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너는 내 운명>(2005) 박진표 감독은 전도연을 기본에 충실한 배우로 기억했다. 박 감독은 “항상 ‘나는 감독과 시나리오만 믿는다’는 말을 했다. 시나리오에 가장 충실한 배우여서 시나리오를 읽고 또 읽었다. 애드리브 하나 없이 감독의 디렉션에 철저히 부응하는 편이었다”라고 했다. <접속>(1997)과 <해피엔드>(1999)를 제작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 역시 “일단 작품을 선택하면 시나리오에 몸과 마음을 던지는 스타일이다. 자기가 해야 되는 역할을 그냥 믿어버리는 배우다”라고 말했다. <해피엔드>의 유부녀 역할을 하기엔 어렸고 상대인 최민식과 나이 차이도 있어 출연을 고민을 했지만, 선택을 하고 나니 노출 수위를 재거나 따지지 않고 시나리오를 믿고 완전히 빠져들었다는 설명이다. 심 대표는 “시나리오에 형광펜으로 색칠하고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표지가 낡을 때까지 읽고 또 읽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떠올렸다.
- 영화 ‘해피엔드‘ 등 제작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 감독과 시나리오에 대한 ‘믿음’은 ‘신의’로 연결됐다. 박흥식 감독은 “<인어공주> 찍은 뒤 내가 차기작은 여성 무협영화를 찍고 싶다고 했다. 8년 뒤인 2013년 <협녀: 칼의 기억> 시나리오를 완성했을 때 도연씨가 ‘감독님, 그 때 말한 시나리오 드디어 끝내셨네요’라며 함께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신의를 지킨 전도연이 첫 동지가 돼 준 덕에 김고은·이병헌이 연이어 캐스팅 됐다.
- 전도연이 말하는 전도연 ■ 그리고 ‘본능적’ 배우 전도연의 가장 큰 무기는 ‘연기 본능’이다. <접속>의 장윤현 감독은 ‘본능적 연기력을 타고 났다’는 표현을 썼다. 장 감독은 “<접속>은 남녀 주인공이 피시통신에서 아이디로만 대화를 나누고 마지막에 딱 한 번 만나는, 당시로서는 무척 특이한 설정이었다. 하지만 전도연은 ‘사이버 연애’라는 연기의 맥을 단번에 짚었다”고 전했다. <하녀>의 임상수 감독 역시 “본능적인 배우다. 순간의 집중도와 연기 밀도가 높다. 스타나 연예인 아닌 배우로 태어났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전도연은 늘 스스로의 연기에 의심하고 조바심을 낸다고 했다. 그는 “촬영장에서‘어때요? 저 잘 하고 있어요?’라는 질문을 입에 달고 산다. 아직도 내게 감독의 오케이 사인은 구세주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여년간 영화배우로서 정상을 지켜왔건만, 전도연은 “정상이 어딘지 잘 모르겠다.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잘 하고 싶어 한 걸음씩 온 것이 이 자리”라고 했다. 당장의 목표는 “<무뢰한>의 흥행”이라는 그는 “1000만 영화 한 번 찍어봤으면, 흥행에 초연할 수 있겠다”며 웃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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