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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메르스 ‘후폭풍’…녹화 취소 잇따라

등록 2015-06-10 19:49수정 2015-06-11 10:41

미디어 수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온 나라가 진통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방송가의 곤혹스러움도 만만치 않습니다. 예능프로그램, 드라마 등 대부분 방송프로그램은 출연자, 스태프 등 약 100명 가까이 되는 이들이 모여 만듭니다. 한명이라도 감염되면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자가격리돼야 하고, 심할 경우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만약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진행자 한명이 걸린다면 이 프로그램들이 모두 영향을 받게 되겠죠.

이 때문에 방송가는 어느 때보다 조심스런 분위기입니다. 일단 대규모 공개 방청이 이뤄지는 프로그램의 녹화를 잇달아 취소했습니다. <콘서트 7080>(한국방송1)은 9일 녹화를 취소했고, <전국노래자랑>(한국방송1)도 9일 경주에서 예정했던 녹화를 접었습니다.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인 <누가 누가 잘하나>(한국방송1)와 고등학교에 찾아가는 <도전 골든벨>(한국방송1)도 녹화를 취소했습니다. 중·고등학생이 많이 몰리는 케이블채널 <엠넷>의 음악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도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여름 특집 생방송을 7월23일로 연기했습니다. <이비에스 스페이스 공감>(교육방송)은 8일부터 18일까지 2주간 녹화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외에도 몇몇 프로그램들이 녹화를 취소하거나, 취소를 검토 중입니다.

부득이하게 녹화를 해야 하는 경우는 공개홀 입구에 손세정제나 열감지기, 체온계를 비치해두었습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한국방송2)과 <개그콘서트>(한국방송2)는 녹화가 진행된 9일과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신관 공개홀 입구에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했고요, <음악중심>(문화방송)은 6일 상암동 공개홀에서 진행된 생방송 당시 방청객들에게 미리 마스크를 지참해줄 것을 통보하고, 미처 못 가져온 사람들에게는 마스크를 나눠줬습니다. 공개홀 입구에서 한명씩 체온도 쟀습니다.

그러나 드라마 촬영장은 대부분 무방비 상태입니다. 주로 야외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현장을 철저히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구경꾼도 몰리고, 스태프도 너무 많습니다. 특히 <화정>(문화방송)이나 <징비록>(한국방송1) 같은 사극은 수많은 보조 출연자들이 등장하는데, 제작진이 이들을 사전에 모두 점검하기는 무리입니다.

실제는 촬영 일정에 쫓겨 메르스에 신경 쓸 겨를도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 모릅니다. <오렌지 마말레이드>(한국방송2) 제작진이 현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조금씩 대비하는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일정 따라 움직이는 데 바쁩니다. 특히 카메라 앞에서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은 마스크를 쓸 수도 없고,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사극에 출연중인 한 배우의 매니저는 “잠깐 쉴 때도 메이크업을 고치느라 마스크를 쓰는 게 힘들다”고 했습니다. 밤샘촬영 등 드라마 촬영이 워낙 강행군이라 면역력이 떨어질까 걱정되지만, 보양식을 챙겨 먹는 것으로 심리적인 안정만 주고 있다고 합니다. “설마 내가 걸리겠어?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이들도 많습니다.

하반기 방영 예정인 한 병원 배경 드라마는 메르스 때문에 병원 섭외가 힘들어서 울상이라고 합니다. 축제 등 행사로 돈을 버는 연예인들은 행사가 연이어 취소되면서 지갑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메르스 사태가 심각해질수록 집에서 티브이를 시청하는 이들이 늘어납니다. 모두들 외출을 자제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티브이 속 그들은 메르스 소식을 전하고, 시청자의 불안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기 위해, 자신의 불안감을 억누르며 카메라 앞에 섭니다. “복면가왕처럼 가면이라도 쓰면 좋겠다”는 한 배우의 농담이 가볍게 들리지 않습니다.

글·사진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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