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만에 음악판으로 돌아온 크라잉넛의 멤버들. 왼쪽부터 이상면, 박윤식, 한경록, 김인수, 이상혁.
신고합니다! “아주 아주 신기한 노래, 정말 정말 재밌는 노래…” 지난 24일 오후 홍대앞 클럽 디지비디(DGBD). 빠르고 거친 기타 사운드와 함께 말 그대로 ‘신기하고 재밌는’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크라잉넛 2집 앨범 <서커스 매직 유랑단>의 수록곡 ‘신기한 노래’다. 연주를 마친 뒤 누군가가 외친다. “이야~! 해보니까 대충 기억이 나는데?” 이 곡을 연주해보는 건 2년여 만이란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이틀 전만 해도 군인 신분이었으니 말이다. 멤버 4명 군 제대하고 ‘컴백’
2월 26일부터 전국 콘서트
"가슴에 여운남는 음악할래” 크라잉넛이 돌아왔다. 5명 가운데 이미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마친 김인수(키보드)를 제외한 박윤식(보컬·기타)·이상면(기타)·한경록(베이스)·이상혁(드럼) 등 4명이 지난 22일 제대했다. 그런데도 지난 2002년 12월 ‘지킬 건 지킨다’ 콘서트를 마치고 논산훈련소에 들어간 게 마치 엊그제처럼 여겨질 정도로 연주 감각이 전혀 녹슬지 않았다. 하기사 같은 군부대 같은 내무반에서 지겹도록 손발을 맞춰왔을테니 이상하게 여길 일도 아니다. 이들은 당시 군악대 밴드 부문에 지원해 합격했고, 군생활 내내 밴드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 쌍둥이 형제인 이상면·이상혁을 포함해 유치원 때부터 한 동네에서 살을 부벼온 이들로선 지겨울 법도 한데, “항상 같이 있으니 이젠 서로가 공기처럼 여겨질 정도”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군대는 이들이 자신들 음악만 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았다. 장병 위문공연 무대에서 ‘말달리자’, ‘밤이 깊었네’ 등 히트곡을 연주할 기회가 있었지만, 각종 의식이나 행사에서는 군악대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 한경록·박윤식은 알토 색소폰을, 이상면은 심벌즈를 연주했다. 전공을 살려 작은북을 맡은 이상혁을 제외한 나머지는 생소한 악기를 처음부터 배워야 했던 셈이다. 내무반에선 오디오 선곡권을 가진 고참들 때문에 본의 아니게 클래식·재즈·펑키 등 평소 친하지 않았던 음악들도 많이 접하게 됐다. “다른 음악들도 들어보니 좋더라고요. 군악대 생활을 통해 얻은 이런저런 음악적 자양분이 앞으로의 작업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원래 우리가 하던 음악 스타일이 확 바뀌진 않겠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죠.”
이들은 이제 ‘펑크’ 밴드라는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했다. 예전에는 그릇 바깥으로 끓어넘치는 열정을 펑크 음악으로 풀어냈는데, 이제는 열정 이외의 다른 감성들도 충분히 담을 만큼 그릇이 훌쩍 커버린 것 같단다. ‘반드시 펑크를 해야만 한다’는 굴레에서 벗어나 그저 이끌리는 대로 음악을 하고 싶단다. “그렇다고 펑크를 안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변했다’는 비난이 두려워 자유로움을 찾아나서는 일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라고 이들은 힘주어 말했다. 이들은 2월26일 오후 6시30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6월까지 전국 12개 도시를 도는 ‘컴백’ 공연을 펼친다. 공연을 마친 뒤 본격적인 앨범 작업에 들어가 올해 안에 5집 앨범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2년 넘는 공백 뒤라 조급할 만도 한데, 서두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단다. 차분한 준비를 통해 들으면 신나고 돌아서면 뭔가 가슴에 남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단다. 2년여 전과 다름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달라진 것 같은 이들이 만들 새 앨범을, 몸은 달겠지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보자. (02)522-9933.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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