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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사랑…사랑…사랑…지겹다

등록 2005-10-12 17:47수정 2005-10-13 15:25

이야기TV
현재 지상파 3사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는 모두 20여 편이다. 방송사의 주 수익원인 드라마는 다른 프로그램과 견줘, 제작비나 편성 시간에서 좋은 대접을 받는다. 다른 나라보다 방영 편수가 월등히 많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래서 문제는 다양성이다.

한국 드라마는 사랑, 특히 남녀 간의 사랑에 한줄 서기를 하고 있다. 제목만 봐도 그렇다. 3사의 드라마 가운데 제목에서 결혼, 연인, 사랑, 남녀를 뜻하는 단어가 명시적으로 들어간 것만 모두 7편이다. 한국방송 <웨딩> <위험한 사랑> <별난여자 별난남자>, 문화방송 <비밀남녀> <결혼합시다>, 에스비에스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 <프라하의 연인>.

제목에 꼭 묶여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방송 <장밋빛 인생> <고향역> <슬픔이여 안녕>, 문화방송 <가을 소나기> <자매바다> <맨발의 청춘>, 에스비에스 <다이아몬드의 눈물> <들꽃> <하늘이시여>도 하나같이 남녀간의 사랑이 기획의도다. “40, 50대가 겪었던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고향역>)부터 “젊은 네 사람의 촤충우돌하는 서로 다른 연애관과 사랑관”(<슬픔이여 안녕>)까지, 세대별 사랑을 총 정리한다. “다변화 시대에도 여전히 소중한 사랑이야기”(<맨발의 청춘>)는 물론이고, “사랑에 배신당한 여자와 저마다 방식으로 사랑에 목숨 걸고 있는 남자”(<다이아몬드의 눈물>)들도 소외시키지 않는다. 이뿐인가. “신뢰감으로 다져진 사랑이란 어떤 모습인지”(<하늘이시여>) 보여주려 애쓰고, “첫 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며 현재 사랑에 대한 깊은 성찰”(<들꽃>)까지 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사랑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뿐이기에 문제는 심각하다. 거의 트렌디물로 편성되는 주간 드라마뿐 아니라 홈 드라마 류의 주말극이나 주부 대상의 아침 드라마까지도 남녀간의 사랑만 말하려 하기 때문이다. 드물게 연명해 온 청소년 드라마(한국방송 <반올림>2)와 특별 대작으로 큰 돈을 들여 만드는 사극도 ‘멜로 라인’이 빠지지 않는다.

물론 드라마 제작자들은 항변한다. “사랑 얘기 안 하면 사람들이 안 보는데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그러나 핑계이고 변명일 뿐, 시청자들의 눈을 잡아끄는 것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의 힘이다. 드라마를 ‘작품’이라 부르는 이들이 문화소비자의 기호 탓만 하고 있으니 드라마 수준이 높아질 날은 멀기만 하다.

사랑이 인류사의 영원한 이야깃 거리라는 것을 부인할 이는 없다. 그러나 장사 되는 데만 모여들고 창조적 노력엔 소홀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한류의 위기를 논하며 무술 영화 일색으로 망한 홍콩 영화를 예로 들듯, 멜로로 일어선 한류 드라마가 멜로로 망할 날도 머지 않았다는 예언을 새겨야 한다.

껍데기만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알맹이는 다르지 않은 수많은 드라마들의 복제 재생산은 낭비다. ‘드라마 왕국’의 진보와 발전은 소재 다양화에서 시작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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