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콴티코>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콴티코>
미국 드라마 <콴티코>
거대한 폐허 한복판에서 한 여성이 쓰러진 채로 발견된다. 민주당 전당대회 경호 임무 수행 중이던 에프비아이(FBI) 신입요원 알렉스 패리시(프리양카 초프라)였다. 곧 정신을 차린 그녀는 자신이 뉴욕 그랜드센트럴역이 통째로 날아간, ‘9·11 이후 최고로 충격적인 테러 현장’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녀가 테러 용의자로 지목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이미 증거도 완벽했다. 즉각 체포되어 끌려가던 알렉스는 신입 훈련소 상사 미란다 쇼(안재뉴 엘리스)의 도움으로 탈출하고 그녀로부터 신입요원 가운데 진짜 용의자가 있으니 찾아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콴티코>는 본격적인 가을 시즌을 맞아 쏟아져 나온 미국 드라마 신작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흥미진진한 소재와 긴장감 넘치는 다중 플롯으로, 보는 내내 한순간도 눈을 떼기가 어렵다. 테러 뒤의 현재 시점과 9개월 전 알렉스가 버지니아 콴티코에서 신입 훈련을 받던 과거 시점을 오가며 사건을 추리해가는 구성은 <트루 디텍티브>나 <하우 투 겟 어웨이 위드 머더> 못지않게 치밀하고, 신입 훈련소 생활 묘사는 흡사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는 듯 화려하고 감각적이다. 그러다 알렉스가 쫓기는 신세가 되면서부터는 <도망자>가 떠오른다. 그만큼 많은 작품들의 유명한 플롯을 연상시키면서도 그 모든 것을 압축적이고 정교하게 직조해낸 점이 이 드라마의 핵심적인 재미 요소라 할 수 있다.
그 가운데서도 제일 흥미로운 것은 수사추리극의 요소다. 알렉스는 콴티코 훈련소 첫날 ‘수사’의 중요성에 대해 배운다. ‘정보가 시아이에이(CIA)의 분야라면, 에프비아이의 핵심 분야는 바로 수사’라는 것이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는 작업이며, 더 나가서는 다층적인 인간의 심리와 정체성을 이해하는 행위다. 실제로 신입요원들뿐만 아니라 교육관까지 훈련소의 모든 인물들이 무언가를 감추고 있고, 그들은 서로 자세히 관찰하고 팽팽한 심리전까지 동원해 진실을 밝혀내려 한다.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비밀스러운 단면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이 단서들이 가리키는 거대한 진실은 무엇인지 점점 궁금해진다.
알렉스가 앞으로 테러 용의자를 밝혀내는 작업은 본인의 기억을 되살려 훈련소에서 교육받은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기억의 왜곡이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작용한다. 알렉스마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밀을 지니고 있고, 그 누구도 용의선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범인이 누구인가보다 진실은 무엇인가다. 이는 알렉스의 개인적인 트라우마인 ‘아버지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나’라는 질문과도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결국 알렉스 자신을 포함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해의 질문이기도 하다.
드라마의 내용도 흥미롭지만 알렉스 역을 맡은 발리우드 스타 프리양카 초프라의 매력도 상당하다. 미스월드 출신답게 우월한 미모와 당당한 카리스마로 엄청난 화면 장악력을 보여준다. 아시아 여성의 신선한 원톱 수사물이라는 점만으로도 꽤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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