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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현직 의사가 쓴 노인의료 현실…노인 집단 안락사 충격

등록 2015-10-23 18:40수정 2015-10-24 10:04

엔에이치케이(NHK) 티브이가 방영 중인 드라마 <파열>의 인터넷 누리집.
엔에이치케이(NHK) 티브이가 방영 중인 드라마 <파열>의 인터넷 누리집.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파열>
2015년 4분기 일본 드라마에서 가장 주목할 이름은 스타 배우도, 각본가나 연출자도 아닌 의사 겸 소설가 구사카베 요일 것이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이례적으로 동시에 두 편이나 방영 중이기 때문이다. 엔에이치케이(NHK)의 <파열>과 후지티브이의 <무통 ~진찰하는 눈~>은 모두 현직 의사의 시선으로 일본 의료계를 생생하고 흥미롭게 조명하는, 사회파 의학물 전문 작가다운 원작자의 개성을 잘 보여주고 있어 비교해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연기진의 스타성으로만 보면 니시지마 히데토시, 이토 히데아키, 이토 아쓰시 등 주연급 배우가 셋이나 포진한 <무통 ~진찰하는 눈~>에 무게가 기울어지지만, 소재를 놓고 보면 <파열> 쪽이 더 공감 요소가 많다. <파열>이 그리는 것은 일찌감치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노인 의료 문제로, 현재 급속한 고령화를 경험하는 우리 사회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다.

데이토대학 의학부 조교수인 심장외과의 가무라 요이치로(시나 깃페이)가 수십년 연구 끝에 노화된 심장을 회춘시키는 ‘꿈의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국민생활성의 마키아벨리”라는 별칭을 지닌 천재 관료 사쿠마 가즈히사(다키토 겐이치)는 가무라에게 곧 개원할 국립의료센터 과장 자리를 제안하고, 심부전으로 은퇴를 앞둔 국민배우 구라키 렌타로(나카다이 다쓰야)까지 임상시험 지원에 나선다.

드라마가 제공하는 딜레마는 꽤 복잡하고 난해하다. 주요 인물들이 죄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고 생과 사에 걸쳐진 문제를 다루기에 더 그렇다. 첫 장면에서 가무라가 던지는 말부터가 그러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의사는 세 사람을 죽이고 나서야 제 몫을 하게 된다”는 그는 “수천, 수만의 구해야 할 목숨”을 위해 하나의 생명이 사라지는 것은 불가피한 통과의례라 여긴다. 삶과 죽음이 갈리는 절체절명의 순간 앞에서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라는 오랜 딜레마가 머리를 어지럽힌다.

사쿠마의 사고는 더욱 위험하다. 일본 의료 장래의 설계자로 임명된 그는 초고령화 사회의 막대한 의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무라 요법’을 역이용해 노인들을 집단 안락사 시키는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너무도 비인간적이고 충격적인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이들이 인생의 최후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의 고민과 선택은 선과 악의 잣대로 선명하게 판가름나는 단순한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파열>은 이러한 딜레마 외에 일본 사회의 오랜 고질병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한다. 일본 외무성 외무 의무관을 거친 작가의 이력이 반영된 부분이다. 1960년대에 원작이 발표된 <하얀 거탑>이 일본 의료계의 폐쇄성을 고발하는 사회적 문제의식으로 의학드라마 장르사에 한 획을 그었다면, <파열> 역시 이 시대 의료계의 가장 뜨거운 논쟁을 다룸으로써 21세기판 <하얀 거탑>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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