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저널 그날‘(한국방송1). 사진 방송 갈무리
고증은 기본 예능적 재미는 덤
역사토크쇼에서 웹툰드라마까지
짚신 신고 62㎞ 유배길 떠나보기도
“정통 다큐 부담느끼는 시대 탓”
역사토크쇼에서 웹툰드라마까지
짚신 신고 62㎞ 유배길 떠나보기도
“정통 다큐 부담느끼는 시대 탓”
역사 안에 예능 있고, 예능 안에 역사 있다. ‘역사예능’ 프로그램이 더이상 낯설지 않다. <역사저널 그날>(한국방송1)과 <툰드라쇼 조선왕조실톡>(엠비시에브리원), <시간탐험대>(티브이엔)이다. 고증은 기본, 예능적 재미도 덤으로 따라온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국문과)는 ‘역사예능’을 “팩트 그 자체보다 가능성으로서의 역사에 주목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정의한다. 이들을 웃음의 강도로 나눠 살펴봤다.
웃음 강도 3 ‘역사저널 그날’ 예능보다 교양에 가깝다. 김종석 책임 피디도 “역사스페셜의 연장선상”이라고 말한다. 2013년 10월26일 시작한 ‘역사 토크쇼’로 120회까지 전파를 탔다. 1화 ‘정조’ 편으로 시작해, 조선·고려·삼국시대까지 두루 다뤘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 등 현안이 불거질 때는 시의성을 고려해 주제로 잡기도 한다. 첫 방송을 하기까지 내부적인 고민이 많았다. 김 피디는 “담론·공급자 중심의 역사 다큐멘터리에 젊은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낀다고 생각했다. 제작의 근본적 인식 전환을 위해 당시 팟캐스트에서 호응 얻던 역사 강연·토크를 벤치마킹했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한때 시청률 10%에 육박하며 특히 젊은 시청자들을 역사 프로그램으로 이끄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 토크쇼의 재미는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대화’에서 나온다. 일반인을 대변하는 개그맨 이윤석과 류근 시인 등은 비교적 자유로운 ‘합리적 추론’을 통해 역사 해석의 1㎝ 틈을 열어둔다. ‘그럴 수도 있었던 일’이 시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알파고 대국’ ‘연예가중계’ 패러디 등 깨알 재미도 물론 있다.
감동적인 순간도 많았다. 지난 3월20일 방송된 ‘덕혜옹주’ 편에서 패널인 최태성 교사는 “왕녀조차 격랑 속에 비극적 삶을 살았다. 나머지 수많은 여성들은 시대 속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을 당했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작년 8월9일 ‘동학농민운동’ 편에서는 진행자 최원정 아나운서가 “후손으로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웃음 강도 6 ‘툰드라쇼 조선왕조실톡’ 작가 ‘무적핑크’의 웹툰을 개그 드라마로 만들었다. ‘조선시대에 휴대전화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있었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사실과 허구를 버무렸다. 지난 14일 두 번째 시즌이 막을 내렸다. 김예린 피디는 “시즌1은 사실이 70%였다면, 시즌2는 민가 배경의 야사를 많이 쓰다 보니 참고할 문헌이 적어 40~50% 정도만 사실”이라고 밝혔다. 최근 방송된 세종의 유모 ‘봉보부인’ 편에서는 실제 인물과 종2품의 지위, 음주 검사 등은 사실이지만, 다큐멘터리 ‘그것이 알고 싶다’ 패러디나, 치매가 걸렸다는 이야기는 꾸민 것이다. 김 피디는 “단어 하나만 잘못 나가도 항의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본 쓸 때 신경을 많이 쓰지만 부담은 된다”며 역사적 소재를 다루는 어려움을 밝히기도 했다.
웃음 강도 8 ‘시간탐험대’ 2013년 8월 2회 분량의 맛보기 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그해 12월 정규 프로그램으로 안착했으니 시기상으로는 가장 앞섰다. 27일 시즌3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데, 하필 시즌1부터 함께한 장동민의 ‘막말 논란’이 터져버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거창한 구호로 시작해 ‘병맛’ 웃음으로 끝난다. 부제 ‘생고생 버라이어티’에 힌트가 있다. 생고생, 즉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산다’를 목표로 100% 철저한 고증을 거친 옛 생활을 체험한다. 노비·유생·내시 체험을 거쳐 선사시대까지 갔다 왔다. 오줌 세수에 소도 도축했다. 160리(62㎞) 유배길을 떠난 이종격투기 선수 김동현은 다 해진 짚신을 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시즌1부터 연출을 맡아온 김형오 피디는 “문헌 고증은 조선왕조실록은 기본이고, 시즌3에선 조선시대 법의학서 <증수무원록> 등을 참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통 역사 다큐가 사라진 시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국문과)는 “역사 다큐의 퇴조에 정치적 상황들이 먼저 작용했다는 생각은 안 든다”면서도, “국정교과서 파동 등 현 정부의 역사·교육 정책들이 맞물리면서 근현대사 등 비교적 가까운 시대를 다루는 역사 다큐가 나오기 껄끄러운 시대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툰드라쇼 조선왕조실톡‘(엠비시에브리원). 사진 방송 갈무리
‘시간탐험대‘(티브이엔). 사진 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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