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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몰카 뺨치게 걸그룹 촬영…위문열차 ‘직캠’ 너무하네!

등록 2016-04-27 20:19수정 2016-04-27 20:30

군 위문공연때 일반인들이 찍어
유튜브 등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
특정 부위만 찍는 노골적 앵글도
올해 2월 ‘찔려’라는 상큼한 댄스곡으로 한 달 동안의 활동을 마친 걸그룹 스텔라의 멤버 민희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다 깜짝 놀랐다. 자신이 춤추고 있는 모습이 담긴 ‘직캠’(팬이 직접 찍은 동영상)을 클릭하자 모르는 여성의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기 때문. 그는 “내 목소리가 아닌 걸 알지만 수치심이 들었다”며 혼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명 아닌 무명으로 가요계에서 버티는 동안 섹시 콘셉트로 대중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여전히 ‘진짜 나’와 ‘무대 위의 나’를 구분하지 못하는 시선에 힘겹다.

걸그룹 이엑스아이디(EXID)의 멤버 하니가 직캠으로 이른바 ‘역주행 신화’를 쓴 뒤 가요계에서 직캠이 인지도와 인기에 미치는 영향은 계속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신체의 특정 부위만 찍거나, 노골적인 앵글로 치마 안쪽을 노리는 직캠 역시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등을 통해 돌아다니고 있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이윤소 활동가는 “걸그룹의 가슴 등을 집중적으로 찍은 영상을 유통시키는 것은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몰카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그런 노골적인 직캠이 많이 찍히는 행사 중 하나는 군부대 위문공연이다. 하니의 ‘역주행 신화’를 만든 무대 역시 위문공연이었다. 작년 6월24일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은 “신인 시절 위문공연을 가면 군인들에게 에너지를 주기 위해 털기춤을 (다른 무대보다) 몇 배 더 열심히 췄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월 <국방일보>의 한 기사 구절은 좀 더 정직하달까. “고된 훈련 후 휴식하면서 듣는 걸그룹의 노래는 그 어떤 피로해소제보다 강력하다. (중략) 장병들이 있는 곳에 달려와 사기를 북돋워 주는 걸그룹 모두가 ‘군 장병의 여신’”

대표적인 군 위문공연은 국방홍보원 산하 <국방티브이>에서 매주 월요일 방송되는 ‘위문열차’다. 여기서 어떻게 ‘직캠’을 찍을 수 있을까. 국방티브이 관계자는 “부대 안 공연장이 마땅치 않을 때 부대 인근 체육관 등에서 공연을 하는데, 이럴 땐 일반인 통제를 할 수 없다”며 “‘직캠러’들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다”고 밝혔다.

위문방송 직캠이 ‘잘 나오는’ 이유는 또 있다. 2014년부터 방송을 겸하면서 심의 규정이 강화됐다지만 라디오로만 송출될 땐 ‘비방용’으로 의상 등이 더 ‘자유롭게’ 허용됐다. 실제로 걸그룹 이엑스아이디가 무명이던 2012년 찍힌 ‘위문열차’ 직캠을 보면 속옷이 비치는 의상을 입고 있다. 하지만 같은 시기 지상파 방송에선 불투명한 니트 상의를 입었다. 환호 속에 ‘상승작용’이 일어나 가수들이 더 열심히 공연을 하는 측면도 있다.

‘직캠’의 생명력은 길다. 유튜브에서 ‘위문열차 레전드’ ‘위문열차 직캠’이라고 치면 수년 전의 동영상까지 검색된다. 하니를 스타로 만든 2014년 ‘파주 한마음 위문공연’ 동영상 조회수는 1967만을 넘어섰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과연 위문공연을 걸그룹이 춤추고 군인들은 박수치는 것만으로 볼 수 있을까”라며 “위문공연 직캠은 여성 아이돌의 본질이 무엇인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그는 “사실 노출의 정도와는 상관없다. 위문공연을 통해 군인들이 섹슈얼리티를 향유한다는 본질은 그대로”라고 꼬집는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연구소 ‘울림’ 김보화 책임연구원도 “위문공연에서 여성 아이돌은 ‘아티스트’의 위치라기보다 성적 만족을 위한 ‘어린 여성’으로서 더 존재감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고 분석한다. 그는 “근본적으로 ‘위문’ 문화, 군사주의 문화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제도 그랬듯 오늘도, ‘레전드 직캠’의 조회수는 부지런히 올라가고 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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