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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어머, 5해영이군요

등록 2016-05-22 19:25수정 2016-05-22 23:39

‘또 오해영‘의 서현진. 사진 티브이엔 제공
‘또 오해영‘의 서현진. 사진 티브이엔 제공
‘또 오해영’에 녹아 있는 다섯가지 캐릭터
“왜 그런 애 있잖아, 자기 색깔이 없다고 할까. 인생이 좀 억울할 것 같은 애.” 이 대사를 듣는 순간, <또 오해영>을 ‘본방사수’ 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이름이 같은 죄로 고등학교 시절 내내 ‘예쁜’ 오해영(전혜빈)에게 치이기만 하던 ‘그냥’ 오해영(서현진)을 그냥, 꼭 안아주고 싶었다. 반장선거에 나란히 후보에 올랐다가 한 표를 얻은 일화에선 안쓰러워 죽을 지경이다. 그 한 표마저 자기가 자기 이름 쓴 거라는데. ‘해영아 괜찮아, 다들 그렇게 살아.’

로맨틱코미디(로코) 드라마 <또 오해영>(티브이엔)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17일 방송된 6화는 시청률 6%(닐슨코리아 제공)를 돌파했다. <시그널> 초반 시청률을 따라잡을 기세다. 서른두살의 외식사업회사 대리 ‘그냥’ 오해영은 결혼 전날 신랑에게 차이고 집에서도 쫓겨났다. 투닥대던 ‘옆집 남자’ 박도경(에릭)과 사랑에 빠지려는 찰나, 그의 옛 애인 ‘예쁜’ 오해영이 나타났다. 에세이스트 박현주씨는 “흔한 로맨스 설정”이라면서도 “남하고 비교당하고 하찮아지는 경험은 웬만한 여자에게 다 있지 않나. 거기에 공감 포인트가 있다”며 인기 요인을 짚었다.

많은 이들은 <내 이름은 김삼순>(2005)과의 유사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특히 ‘생활연기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현실적인 여성을 연기하는 서현진과 ‘삼순이’ 김선아의 모습이 많이 겹친다. ‘착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털털하다. 외모는 평범하거나 중성적 매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김삼순이 이전의 청순가련형 캐릭터를 해체, 전복시킨 뒤 로코 여주인공들은 이 틀 안에서 조금씩 변주되며 반복되고 있다. 삼포세대의 현실을 녹여낸 <메리대구공방전>의 여주인공 황메리(이하나)는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꿈을 놓치지 않는 억척 생활인으로 그려졌다. 서현진의 전작 <식샤를 합시다2>의 백수지나 <그녀는 예뻤다>의 김혜진(황정음) 역시 비정규직의 설움을 겪는 청춘 캐릭터로 나왔다. <최고의 사랑>의 구애정(공효진)은 화려한 연예계에 종사하지만 ‘비호감 연예인’으로 오랫동안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 어딘가 짠하고 응원하고 싶은 불완전한 그들이 바로 현실 속 평범한 20~30대 여성이고 또 ‘그냥’ 오해영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오해영은 김삼순 이래 동세대 청춘들의 공감을 불러온 로코 여주인공 캐릭터의 총합판인 셈이다. 오해영 속에 둥지를 틀고 살고 있는 역대 로코 여주인공들에게 말을 걸어봤다. 또 다른 오해영들이 ‘그냥’ 오해영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건넨다.


제1인격 상처 입은 소녀

‘최고의 사랑‘의 구애정(공효진)
‘최고의 사랑‘의 구애정(공효진)
‘국보소녀’라고 들어봤어요? 한때 엄청 잘나간 걸그룹이었는데. 화무십일홍이라더니 폭행설, 왕따설에 시달리다 해체됐죠. 사람들은 다 구애정 제가 잘못해서 그런 거래요. 다 오해인데 워낙 대중들한테 ‘비호감’으로 찍혀서 아무도 제 말을 안 믿어요. 오해를 풀고는 싶은데 전 정말 잘못한 게 하나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더 답답한 거 있죠. 해영이가 ‘예쁜’ 오해영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고 할 때 전 이해가 되더라고요.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지만 말이 쉽지 실천은 어렵잖아요. 거기다 ‘예쁜’ 오해영이 회사 상사로 돌아왔으니 오죽했겠어요. 그래도 희망이 보여요. ‘예쁜’ 오해영한테 ‘너는 너고, 나는 나다’라고 외치는 모습이 어쩐지 듬직해 보이더라고요. 앞으로 더 달라진 모습 기대해도 되겠죠?


제2인격 ‘걸크러시’ 부르는 왕언니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삼순(김선아)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삼순(김선아)
“지랄 한번 2단 옆차기 제대로 하고 있네” 이런 말 처음 들어봐? 나야 김삼순. 뚱뚱하다고, 백수라고, 단지 여자라고 나를 무시하는 인간들을 향해서 날리는 말이니 잘 들어둬. 나 방앗간 집 셋째 딸로 태어나서 프랑스 유학까지 갔다 온 파티시에야. 프랑스에서 사귀던 남자친구는 한국에 먼저 돌아와서 바람났더라. 마스카라 번져서 검은 눈물 펑펑 쏟았지만 그건 그 사람을 잃어서가 아니야. 내 사랑이 가여워서 운 거지.

서른 먹은 여자라 안 팔린다고? 뱃살 축 늘어져서 영계 찾으면 안 비참하니? 곱게 늙어야지 아저씨들이. 해영아, 회식자리에서 자꾸 ‘예쁜’ 오해영하고 너하고 비교하는 그 남자 있지? 2단 옆차기 날려줘라.


제3인격 ‘긍정왕’ 억척 생활인

‘메리대구공방전‘의 황메리(이하나)
‘메리대구공방전‘의 황메리(이하나)
“아싸 달걀~ 운 좋으면 쌍알!” 전 뮤지컬 배우 지망생 황메리라고 합니다. 좋게 말해 지망생이고 솔직히 말해 백수죠. 저희 동네 달걀 파는 트럭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바로 저고요, 황제슈퍼 아르바이트도 덩치 큰 청년과 시합 끝에 제가 차지했답니다. 트로트가수 코러스도 하고 있어요. 캬바레에 코러스 하러 갔다가 술 취한 아저씨들 때문에 울면서 뛰쳐나온 적도 있지만….

하지만 언제나 저의 우선순위는 제 꿈이에요. 요즘 슈퍼 먼지떨이를 마이크 삼아 틈틈이 노래 연습 중이랍니다. 사실 얼마 전에 해영이가 한 말이 저한테 큰 용기를 줬어요. 무슨 말이냐고요? “한 대 맞고 잠시 쓰러져 있던 것뿐, 일어나자 해영아 일어나자 해영아!”


제4인격 애환 많은 직장인

서현진의 전작 ‘식샤를 합시다2‘의 백수지(서현진)
서현진의 전작 ‘식샤를 합시다2‘의 백수지(서현진)
요새 대충 일해서 밥벌이할 수 있나요. 특히 정규직도 아닌 저는 더 그래요. 전 세종 정부청사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는 백수지라고 해요. 5급 공무원이 기획안 보완하라면 당연히 보완해야죠. 그런데 자꾸 그분이 저를 박 작가로 불러서 속이 상하네요. 사실 그분을 좋아하는데…. 한번은 지역축제 원고를 써줬더니 돈 대신 구운 김을 줘서 빌라 월세도 못 냈어요. 해영이는 그래도 정규직 대리라 좋겠어요. 참, 동기 중에 유일하게 승진에서 누락됐다고 했던가. 한식뷔페에 쌀 도정기 놓자는 과감한 제안까지 하는 유능한 사원인데 회사에선 왜 알아주지 않는 걸까요. 그래도 해영아, 퇴근 뒤에 집에서 혼자 캔맥주 너무 자주 마시지 마라. 살찐다.


제5인격 돌진형 연애주의자

‘그녀는 예뻤다‘의 김혜진(황정음)
‘그녀는 예뻤다‘의 김혜진(황정음)
누군가 그랬어요. “연애할 때 자기 멋대로 알아서 좌충우돌하는 사람이 더 매력적”이라고. 박도경씨를 대하는 해영이의 태도가 딱 그래요. 저번에 길에서 마주친 박도경씨한테 달려가서 확 안기는 모습 봤어요? 물론 내기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긴 하지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멋있지 않나요. 그 정도로 자기 감정에 솔직해야 자기 사랑을 지킬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전 남자친구한테 먼저 프로포즈도 했는걸요. “우리 결혼하자, 성준아!” 외치고 반지도 제가 껴줬어요. 주근깨투성이 뽀글머리라고 연애 못하고 사랑 못하는 거 아니더라고요. 사실 제 남자친구는 15년 만에 다시 만난 제 ‘첫사랑’이에요. 어릴 땐 제가 정말 미모 ‘갑’이었는데 이렇게 변한 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약속자리에 제 친구를 내보내기도 했어요. 나중에야 알았죠. 그런 행동이야말로 정말 ‘못났다’는 걸. 제가 누구냐고요? 김혜진(황정음)이라고, 잡지사 ‘모스트’에 다녔다고 하면 알려나요.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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