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청계천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등록 2005-10-26 20:52수정 2005-10-26 20:52

서울시가 2002년 7월 청계천 복원공사를 시작하면서 일대 노점상을 강제철거하기 시작하자, 노점상들은 생존을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EBS 제공.
서울시가 2002년 7월 청계천 복원공사를 시작하면서 일대 노점상을 강제철거하기 시작하자, 노점상들은 생존을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EBS 제공.
EBS ‘똘레랑스…’, 물길 복원 뒤 터전 잃은 사람들 조명
‘파란불도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사람들/물샐 틈 없는 인파로 가득 찬/땀 냄새 가득한 거리여/어느새 정든 추억의 거리여/어느 핏발 솟은 리어카꾼의 험상궂은 욕설도/어느 맹인부부 가수의 노래도/희미한 백열등 밑으로/어느새 물든 노을의 거리여/뿌연 헤드라이트 불빛에 덮쳐오는 가난의 풍경/술렁이던 한낮의 뜨겁던 흔적도/어느새 텅 빈 거리여’

지난 1990년대 초 민중 록밴드 천지인은 자신들의 노래 <청계천8가>에서 이렇게 청계천을 그렸다. 1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청계천은 달라졌다. 콘크리트 고가다리가 뜯기고 새물도 흐르고 있다.

이곳을 터전으로 사는 청계천 사람들은 어떨까? 교육방송 ‘똘레랑스-차이 혹은 다름’(목 밤 11시5분)에선 화려하게 부활한 청계천 뒤편에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터를 잃고 생존위기에 선 사람들을 되짚어 본다.

황학동에서 20년째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안영희 할머니는 혼자 힘으로 5남매를 키웠다. 하지만 지금 할머니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곳까지 닿지 않아 월세조차 제대로 낼 수 없다. 2년 전 황학동에서 동대문 풍물시장으로 자리를 옮겨온 장기남 할머니 역시 형편이 어려워졌다.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으로 생존 위기에 놓인 노점상들을 위해 동대문운동장을 내주었지만, 몇 달 동안 반짝 특수가 끝나자 사람들이 찾지 않게 됐다. 제2의 황학동을 꿈꾸던 노점상들의 희망도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청계천을 덮어씌우며 지은 삼일아파트는 철거가 진행 중이다. 철거된 곳에선 대규모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고 있다. 삼일아파트 철거 뒤 지하 월세방으로, 빈집공동체로 뿔뿔이 흩어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청계천 5.4㎞ 물길을 삶의 터전 삼아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은 6만5천여 명쯤 된다. 길가에는 의류·신발·피혁·기계공구·전기 등 다양한 업종의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카페와 옷가게가 몰려 있는 청계 1,2,6가는 복원의 혜택을 그대로 누리는 반면 공구상가가 몰려 있는 청계 3,4,5가는 오히려 청계천 복원으로 울상이다.

서울시는 산업관련 점포 일부를 문정동과 장지동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웠지만,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청계천 상권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발상이라는 게 상인들의 이야기이다. 그런가 하면, 장애인들은 청계천이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지 않은 ‘차별천’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청계천 복원공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주변지역 상인문제 해결과 사업에 대한 투명한 평가를 과제로 남겨두었다고 지적했다. 13일에는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청계천 생태조사를 통해 청계천이 더욱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후속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청계천 복원을 미완의 상태로 평가한다.


되살아난 물길에 관심이 쏟아지는 지금, 화려한 복원 뒤에 가려진 소외된 이웃과 주목받지 못하는 이야기들. 47년 만에 되살아난 청계천은 누구를 위한 선택이었을까? 복원된 물길과 함께 청계천의 역사와 삶도 함께 복원될 수는 없었을까?

<청계천8가>는 ‘칠흑 같은 밤 쓸쓸한 청계천 8가/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워~워~/비참한 우리 가난한 사랑을 위하여/끈질긴 우리의 삶을 위하여...’라며 끝을 맺는다. 끈질기게 살아간다는 것은 것은 얼마나 위대한가!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