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9일 진행된 <언니들의 슬램덩크>(한국방송2) ‘언니쓰’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한국방송 제공
‘공영돌’이 등장했다. 기획사가 ‘한국방송공사’(KBS)라 이런 별명이 붙었다. 1일 ‘셧 업’을 발표하고 <뮤직뱅크>에서 데뷔 무대까지 마친 이 신인 걸그룹의 이름은 ‘언니쓰’. 여성 예능 <언니들의 슬램덩크>(한국방송2)에서 배우 민효린의 어릴 적 꿈을 이뤄주기 위해 김숙, 라미란, 홍진경, 소녀시대 티파니, 제시 등 출연진 모두가 동참해 걸그룹에 도전했다. <무한도전>(문화방송) 등에서도 기성 가수들과 팀을 이뤄 음원을 낸 적은 있다. ‘언니쓰’는 그와 비슷한 한시적 프로젝트 그룹이면서도, ‘데뷔’라는 표현을 쓴 점이 다르다.
음원 발표 첫날 일일차트 1위(지니차트)에 올랐고 10여일이 지난 지금도 실시간 차트 10위권을 지키고 있다. <뮤직뱅크> 데뷔 무대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는 336만건. 네이버 티브이캐스트에 공개된 ‘셧 업’ 뮤직비디오 댓글은 600개에 달한다. 엑소나 씨스타 신곡 뮤직비디오보다 많다. 노래와 춤 모든 면에서 부족했던 홍진경이 발전해가는 모습과, 연습 과정에서 프로그램 초반보다 훨씬 친밀해진 멤버들의 모습 등이 눈길을 잡았다.
기획사가 방송사라 ‘몰아주기’도 만만찮다. 방송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만원에 박진영의 곡을 받고, 만원에 방송사 피디와 스태프를 총동원해 뮤직비디오를 찍는 게 가능했을까. 유희열은 노래 피처링과 뮤직비디오 카메오도 맡았다. 방송 중에 박진영이 밝힌 걸그룹 제작비는 약 5억원, 뮤직비디오 촬영도 최소 3천만원이다. 그런데도 반복적으로 ‘최저예산 걸그룹’ ‘자급자족’ ‘단돈 2만원에 완성’ 등의 표현을 쓰는 것은 이율배반적으로 보인다. 지난 4일 <뉴스광장>(한국방송1)에서는 ‘언니쓰’ 데뷔를 다룬 리포트를 3분간 내보내기도 했다. ‘진짜’ 신인 아이돌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금수저도 아닌 다이아 수저’ 등의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서정민갑 음악평론가는 “방송사가 자체 콘텐츠를 내놓은 것을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방송 제작권을 과하게 독점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신인 아이돌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음원 수익은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시아이브이에이(C.I.V.A) 앨범 표지. 엠넷 제공
‘공영돌’ 언니쓰가 있다면 ‘케이블돌’ 시아이브이에이(C.I.V.A)도 있다. <프로듀스 101>에서 탈락한 연습생 김소희, 윤채경이 ‘18년차 연습생’ 이수민과 엮여 이상민과 탁재훈이 대표로 있는 엘티이(LTE)엔터테인먼트에서 걸그룹으로 데뷔하는 내용의 페이크 다큐 <음악의 신 2>(엠넷)가 탄생지다. 이들도 걸그룹 ‘디바’의 히트곡 ‘왜 불러’를 리메이크해 7일 <엠카운트다운>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8일 발표한 음원은 일일차트 69위(지니차트)에 올랐다. 이들도 음원 수익은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방송 내용은 논란 대상이다. ‘을 중의 을’ 연습생들의 현실을 실제 연습생인 김소희와 윤채경의 고군분투를 통해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부분은 눈길을 끈다. “포토월에서 이슈를 만들려면 몸의 중요 부위를 노출시키면 된다” “기획사 대표랑 사기꾼은 종이 한 장 차이라더니” 등의 대사는 실제인지 가상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하지만 잦은 욕설과 뺨을 때리는 등의 묘사를 두곤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다. “방송의 질이 낮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관련자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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