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티비시>(JTBC)의 <말하는대로>가 다음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다. 처음 시작한다고 했을 때 많은 방송가 사람들이 무모한 시도라고 생각했다. ‘토크 버스킹’이라고 했지만 결국 또 하나의 강연 프로그램이 될 것이고, 강연이란 그 자체로 방송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인 형식이 아닌데다가, 출연자가 누구냐에 따라 관심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이티비시 예능’의 첫 히트 상품인 <마녀사냥>을 기획한 정효민 피디가 만들고, 첫 회 방송에서 이상민이 “이 프로그램에는 향기를 맡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했으니 한번쯤 기다려볼 만한 예능이라고 생각했다.
길거리에서 펼쳐지는 토크는 생각보다 새롭고 진솔했다. 유희열과 하하의 호흡도 좋았다. 스타들과 각 분야 다양한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삶과 가치관을 들려줬다. 그렇게 잔잔하게 흘러가던 프로그램에 극적인 반전은 의외의 곳에서 왔다.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이 거리를 가득 메울 때쯤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은 치유받을 예능을 찾게 되었다. 그때 사람들의 눈에 들어온 예능이 <말하는대로>였다. 처음에는 정치나 종교, 성 문제 같은 민감한 주제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급변하는 정치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신 발언들이 이어졌고 대선주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토크 프로그램의 편집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른 장르의 예능 프로그램은 좀더 재미있게 보이게 하면 된다. 그러나 토크 프로그램은 편집을 잘못하면 출연자의 본심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방송될 수 있다. 길어지면 지루하고, 줄이면 딴 이야기가 된다. 단어 하나, 표정 하나, 살짝 쉬어가는 숨소리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호감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말하는대로>는 출연자의 이야기가 하소연이나 변명, 일방적인 주장이 되지 않으면서도 출연자의 진심을 잘 전달한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노래 ‘말하는대로’의 가사처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지금 바로 내 마음속의 작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그만하는 것은 제작진의 결정이 아니다. 만드는 입장에서는 항상 자기 프로그램이 제일 재미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걸 왜 사람들이 안 봐주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자는 시간, 먹는 시간을 쪼개서 온 정성을 다해 만들다 보면 프로그램에 푹 빠져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 어쩌면 처음부터 객관적인 판단이란 게 불가능한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죽이고 살리는 일은 항상 다른 사람들의 손에 맡겨진다.
보통 편성팀의 의견이라든지 윗분들의 판단이라고 전달되는 폐지 통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붙는다. 시청률이 부진해서, 광고가 붙지 않아서, 화제성이 떨어져서, 여론이 안 좋아서, 회사 경영이 어려워서 등 프로그램을 없애기 위한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그중에 적당한 이유를 붙이고 나면 프로그램은 없어진다.
어떤 이유에서이건 시청자 입장에선 아쉬울 때가 많다. 특히 왜 ‘지금’ 멈춰야 하는지가 의아할 때 더욱 그렇다. 아마도 <말하는대로> 같은 프로그램은 조금씩 화제가 되는 ‘지금’부터가 비로소 섭외가 잘된다. 정치가 요동치는 상황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지금’은 빵빵 터지는 예능보다 귀를 쫑긋 세워야 하는 예능이 더 사랑받는다. 스타들이 감춰두었던 이야기를 진솔하게 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어진 상황에서 수많은 좋은 이야기를 놓친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시즌2를 기약한다지만 처음부터 시즌으로 기획되지 않은 프로그램이 구체적인 계획 없이 끝나는 것은 대개의 경우 방송사가 출연자들에게 많이 미안하거나, 제작진이 아직 납득을 못 하고 있거나, 혹시나 하는 미련이 살짝 남았을 때 활용하는 그럴듯한 핑계일 가능성이 크다. 정말 시즌2를 위한 기약인지 폐지인지는 향후에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프로그램을 떠나보내야 하니 마지막 방송은 꼭 본방사수를 할 테다. 다음주는 꽤 허전할 것 같다.
박상혁 씨제이이앤엠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