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작은 거인>
일본 경시청의 고사카 신이치로(하세가와 히로키)는 뛰어난 수사 실력과 성실함을 갖춰 수사1과 최고의 인재로 정평이 난 형사다. 경시청 사상 비고시 출신자 가운데 최연소 경위 승진, 20건 이상의 경시총감상 수상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아가며 승승장구 중이었다. 하지만 지극히 사소해 보이던 음주 검문이 뜻밖의 큰 파장을 불러오면서 관할서로 좌천당하고 만다. 평소 무능하고 무기력하다고 무시해온 관할서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던 고사카는 관할 지역에서 일어난 대기업 회장 납치 사건을 수사하면서 수사1과가 은폐하고 있는 어두운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일본 <티비에스>(TBS)에서 방영 중인 <작은 거인>은 일본 드라마 역대 최고의 히트작 <한자와 나오키>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실제로 이요다 히데노리 프로듀서, 후쿠자와 가쓰오 감독 등 같은 제작진이 다시 의기투합했다. <한자와 나오키> 사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원작자 이케이도 준의 거대한 이름은 없지만, 각색 담당이던 야쓰 히로유키의 오리지널 극본에도 <한자와 나오키>의 박력이 충분히 살아 있다. 특히 거대 조직 안에서 부조리와 싸워가는 신념에 찬 주인공 고사카 신이치로는 한자와 나오키(사카이 마사토) 못지않은 매력적인 영웅상을 보여준다. <한자와 나오키> 사단의 ‘공식 악역’ 가가와 데루유키도 다시 한번 조직의 부조리를 상징하는 억압적인 상사로 등장한다. 이쯤 되면 ‘<한자와 나오키>의 형사물 버전’이라는 말이 더없이 적절하다.
드라마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조 제1항’을 읊는 고사카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경찰관은 개인의 생명, 신체 및 재산 보호, 범죄 예방, 공공안전 유지 및 기타 법령 집행 등의 직권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것 등을 임무로 한다. 그 법률에 기초하여 우리 경찰관들은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 경찰직에 대한 신념을 보여주는 도입부에 이어 고사카는 곧 하나의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바로 그 경찰을 지키는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찰 조직에 있어서 자기를 지켜주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다.” 즉 조직 자체가 부패했다면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조직을 빠져나오고 나서야 그 어둠을 발견한 고사카는 앞으로 내내 그 억압적 시스템과 싸우게 된다.
거대 조직에 대한 저항도 흥미롭지만, 이 과정에서 스스로가 완벽한 형사라는 자부심에 가득 차 있던 고사카가 ‘무능한 경찰’의 전형으로 여기던 관할서 형사들과 만나며 변화하는 모습도 흥미진진하다. 수사관, 수사 방식, 외모 등 모든 면에서 상극인 와타나베 히사시(야스다 겐)의 강렬한 존재는 고사카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엘리트 두뇌파 형사와 발로 뛰는 현장파 형사의 흔한 대립 구도를 탈피하는 매력이 있다. 결국 <작은 거인>은 이 다양한 경찰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본이 추구하는 이상적 영웅상을 또 한번 환기시킨다. 무너질 위기의 조직 안에서도 자신의 역할에 신념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개인, ‘작은 거인’들이 사회를 구원할 것이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